[묵언 수행자에서 헤비토커로]
"허리통증이 세게 와서 출근이 어렵고, 사랑하는 독토글 모임도 못 나갑니다."
월요일 저녁 단톡방에 올라온 무진의 메시지였다. 평소엔 묵언 수행자 같다가 독토글만 하면 헤비토커로 돌변하는 사람. 그가 빠진 모임이라니, 클럽에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화요일 점심, 우리 모임의 성지 '오렌지베이글'에 맹반장과 조나단, 오뉴가 모였다. 뼈해장국으로 속을 채운 중고차 딜러 셋이 베이글 카페에 앉아 원고를 펼치는 풍경.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3월의 눈처럼 생경하지만, 그 생경함이 반갑다.
조나단의 글을 먼저 펼쳤다. <스마트폰 뺨 때리기>는 지하철에서 맞은편 청년이 스마트폰을 손바닥으로 내려치는 장면에서 출발한 에세이였다. "덜컹거리면서 기차는 안양역으로 접어들고 있었다"라는 첫 문장에서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이 떠올랐다. 에세이가 자연스레 판타지로 전개되는 액자식 구성이 압권이었다. 분명 50대 아재의 글인데, 안에 웅크린 문학 소년이 슬쩍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하지만 당근만으론 부족한 법. 무진이 여기 있었다면 어떻게 평했을까 생각하던 오뉴는 어느새 그의 손짓과 말투를 흉내내고 있었다. 마무리가 교조적이고 꼰대스럽다고 평하자, 맹반장과 조나단이 진짜 무진이 앉아 있는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오뉴의 <결혼은 절대 안 하겠다던 놈이 장가간 날>은 결혼식에서 느낀 감정을 짤막하게 담은 글이었다. 조나단은 급하게 마무리된 아쉬움을, 맹반장은 '딸등신 천치', '핵보다 더 위대한 무기' 같은 표현이 과격하게 튄다는 점을 짚었다. 다만 그 과격함이 호기심과 감각을 일깨우는 힘이 있었다는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맹반장의 <길>은 고향 산길을 오르며 추억을 더듬는 에세이였다. "아쉽지만 불암산 오르기 전 입구로 돌아온다. 입구를 지나면 나는 현실의 길로 걸어갈 것이다." 이 마지막 두 문장을 읽으며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연상됐다. 독토글 최대 수혜자답게 마무리의 힘이 확연히 달라졌다. 오뉴는 다시 무진에 빙의해 반복되는 표현을 덜어내 보라고 했다. 시각 디자이너 출신인 무진이 항상 강조하던 '군더더기 덜어내기'였다.
무진의 빈자리를 이렇게라도 채울 수 있다니. 집에서 벙어리가 되는 남편 때문에 답답한 아내들이 이 자리를 봤다면, 조금은 안심했을지도 모르겠다. 마음만 맞으면, 이 아재들도 입이 멈추질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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