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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Sep 19. 2020

색동옷과 부활


몇 년 전 서울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 패션쇼에 신묘한 옷이 등장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가 한복에서 영감을 얻은 유니크한 디자인을 선보인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샤넬 식으로 재해석한 색동옷이었다. 화려함과 단아함의 조화가 돋보였다.


사진=샤넬


색동옷은 고려 시대에 음양오행설에 따라 복을 비는 의미로 5방색을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한 여인들이 바느질하고 남은 여러 색의 비단 조각을 모아 두었다가 아기 돌 때 이어붙여 만들어 입혔다고도 한다. 색동옷에는 귀한 생명을 보존하려는 간절한 소망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성경에서 야곱은 여러 자식 중 요셉을 애지중지했다. 특별히 색동옷을 지어 입힐 정도였다. 이런 정성에도 불구하고 야곱은 요셉이 짐승의 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피로 얼룩진 요셉의 옷을 보고 야곱은 산송장처럼 살아간다. 질투심에 눈이 먼 요셉의 형제들이 꾸며낸 일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사진=스포츠서울닷컴,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에서 요셉 역을 맡은 가수 정동하


20년 넘게 요셉을 잃은 슬픔 속에서 험난한 세월을 보내던 야곱은 어느 날, 요셉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냥 살아있는 것도 아니라 요셉은 이집트의 총리가 되어있었다.

“이제는 죽어도 한이 없다. 내 아들 요셉이 아직 살아 있다니! 암, 가고말고! 내가 죽기 전에 그 아이를 보아야지!” (창세기 45:28 새 번역)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그런데 죽은 자식이 살아 돌아온다면 그 부모의 기쁨을 또 어찌 언어에 담아낼 수 있으랴. 부활은 죽음의 애통을 생명의 환희로 치환한다. 무자비할수록 자비롭다.

예수가 달린 십자가는 더없이 참혹했다. 그러나 십자가로 인해 그리스도의 부활은 한없이 은혜롭다. 색동옷으로 지킬 수 없었던 생명은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옷 입어 영원히 살게 되었다.


사진=영화 <나니아 연대기>, 반역자의 죄를 대신하여 목숨을 바쳤던 위대한 왕 아슬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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