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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린 Dec 19. 2020

이건 단순한 '일탈 드라마'가 아니야

내가 사랑한 넷플릭스 2편 <러브 앤 아나키>

 북유럽 사회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이 있어서일까, <더 레인> 시리즈를 보고 난 후 스웨덴 최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퀵 샌드: 나의 다정한 마야>부터 <라그나 록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그리고 우연히 팔로우하고 있던 Netflix Nordic 채널에 새로 뜬 <러브 앤 아나키>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결혼한 여성 컨설턴트(소피)와 젊은 IT(막스) 기사가 은밀한 게임을 시작한다. 가벼운 장난에서 대담한 일탈로 나아가는 둘의 게임. 사회 규범을 넘나드는 게임은 과연 계속될 수 있을까.


관전 포인트 1.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나도 이러다가 사라지는 거 아니야? 

  소피가 출판사의 IT 컨설턴트로 들어오면서 모든 사건은 시작된다. 그녀는 새로운 포맷을 개발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한다. 이런 소피의 등장이 출판사 직원들에게는 썩 반갑지 않은 모양이다. 자신들이 잘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며, 기업의 디지털화에 거부감을 보인다. 

 호재인지 악재인지 '스트리머스'라는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에 출판사 사장은 기업을 매각하려 한다. 편집장 프리드리시는 '문학을 존중하지 않는 신기술이 망쳐버리지 않게 해야 한다.' 라며 그 의견을 반대하지만 시대는 변하는 법. 최종적으로는 막스와 소피의 '러브 앤 아나키'의 장난으로 프리드리시가 합병 발표회 날 말실수를 하며, 합병은 무산된다. 하지만, 프리드리시는 자신이 대체될까 봐, 디지털 화에 의해 무능력한 세대로 전락할까 봐 걱정하며, 환각 명상원까지 찾게 된다. 

  

관전 포인트 2. 스웨덴 내 존재하는 계급의 벽 

빈부 격차가 큰 스웨덴, 알고 있었니? 

  부유하게 살고 있는 소피와 달리 막스는 친구 3명과 함께 한 집에 산다. 햇볕이 드는 자리에 침대가 있는 사람은 돈을 더 내기도 하고, 세 친구 모두 좁은 집에서 비정규직 혹은 자기만의 사업으로 고군분투하며 살아간다. 막스의 룸메이트는 배달 일을 하지만 새 자전거도 사지 못해 다리를 다 치치 기도 한다. 

 <러브 앤 아나키> 속 청년들의 모습과 달리 스웨덴은 우리에게 복지 국가라는 인식이 있다. 국민을 위해 복지 제도가 잘 되어있고, 세금을 많이 내며, 사회보장이 잘 되어있는 그런 나라. 

출처: Trading Economics

  스웨덴은 시간제 근로의 비중이 높아 물가를 감안하면, 임금 대비 세율이 높다. Trading Economics에서 발표한 2020년도 세율을 비교해보면, 개인 수입 최저 세율은 50%부터 시작하며, 최고구간은 57%에 달한다. 높은 세금 때문에 전 국민의 세후 실수령 연봉 자체가 낮기 때문에 연봉 분포도 자체는 평등하고 소득 격차는 상당히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Sweden Statistic

 그도 그럴 것이, 인구의 25% 는 한 달 기준 24,200 SEK 미만(한화 321,0324원)으로 소득을 가지고 있고, 75%는 115,000 SEK (한화 1525,5675원)의 소득을 벌고 있다. 

 하지만 올해 WorldPopulation에서 발표한 스웨덴의 지니계수는 0.867(전 세계 3위)로 0.67인 우리나라에 비해 빈부격차가 큰 편임을 알 수 있다. 실제 사회 민주주의라는 이미지를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음에도 아직까지 스웨덴의 전반적인 빈부 격차는 매우 크다최상위층 90%의 부의 획득 수단은 상속이고, 스웨덴 상위 1%가 전체 스웨덴의 부 중 25-4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국 상위 1%의 추정치와 같은 수준이다. 그리고 80~90% 이상의 자산이 다음 세대까지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상속세 역시 0% 이기 때문에 정치, 경제분야에서 계급의 차이는 고착화되게 된다. 현재 스웨덴 상위 계층의 2/3가 그들의 부를 다음 세대로 물려주고 있고, 이 중 1/3은 기업가로 구성되어있다. 세금과 소득을 모두 고려해보았을 때, 결국 상속을 제외하고는 부의 축적이 힘들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극 중 막스와 친구들처럼 주택 부족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 중 하나이다. 2015년 기준 스웨덴에선 임대 주택을 신청하면 입주까지 평균 약 9년 정도 걸리며, 실제로는 더 오래 걸린다. 집값도 계속 오르기 때문에 구매도 쉽지 않다. 
 

관전 포인트 3. 여성 인권,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스웨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이든 존재하는 '마이너리티' 집단 

출처: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소피의 남편은 소피를 '나의 트로피 와이프' 라 부른다.(아내를 단순히 과시용으로 본다는 점에서부터 화가 난다,) 파티에서 자신보다 소피에게 주목을 받고, 감독으로서 자신이 내세울 마땅한 커리어가 없자 알게 모르게 소피를 가스 라이팅 한다. MBA 나온, 커리어우먼인 아내의 탓을 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소피를 깎아내리면서 채우려고 한다. 편집장 A는 동성애자이자 페미니스트이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한다.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이퀄리즘 관련 학문이 발달되어있는 곳이라고 들었다. 

 실제로 스웨덴 정부 공식 사이트에서는 'Gender Equality in Sweden'이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일과 육아에 관한 법령, 임금 격차 줄이기,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지키는 법안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Sweden believes that women and men should have equal power to shape society and their own lives. Often considered a gender equality role model, Sweden has come a long way. Still, there’s room for improvement. - 출처: Sweden.se
출처 : Sweden.se 

 미디어, SNS에서도 여성, 동성애자에 관한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분위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웨디시 팝 가수 'Felix Sandman' 은 미디어에서, 혹은 자신의 노래 속에서 Equalism에 관해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누구도 이러한 사회 현상을 이상하게 보거나 '지나치게 예민하다'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극 중 소피와 편집장 A의 모습처럼 여전히 스웨덴 사회 속에서 차별은 완벽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실제로 BBC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직장 내에서 이들이 받는 처우가 완벽하게 개선되지는 않았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슈들을 미디어에 녹여내고 이야기의 소재로 가져옴으로써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그들의 문화는 부러울 따름이다. 


관전 포인트 4. 무정부주의자 아버지  VS 자본주의 남편 

사회 체제에 관한 끈임없는 논쟁  

출처: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감초로 등장하는 소피의 아버지 역시 배 놓을 수 없다. 소피는 아버지께서 마트에서 감자를 훔치려 했다는 전화를 받고 마트로 뛰어간다. 아버지께서는 물건을 훔치려 했던 것이 아니라 흔한 카드나 페이앱이 없어서, 소피가 이미 깔아드린 체크카드, 디지털 ID를 이용할 줄 몰랐기 때문에 결제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줄곧 '디지털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지 않겠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돌발 행동은 딸 이사벨의 생일 파티에서도 계속된다.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파티를 벌이는 손녀에게 '자본주의의 개돼지들'이라고 말해버리고, 파티는 싸한 분위기로 종료된다. 


관전 포인트 5. 일탈을 빼고, 이 드라마를 얘기할 수는 없다. 

괴짜 같은 무언가를 하면 돌려줄게요

출처: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소피와 막스가 서로 게임을 주고받는 행위는 엽기적이고, 사회 통념을 벗어난다. (한국 사회 정서 상으로는 그냥 미쳤다.) 비정규직인 막스가 갑자기 출판사 사장인 척을 하지 않나, 스트리머스와 중요한 인수 합병 발표회 날 발표자의 음식에 대마를 넣지 않나, 공식 석상에서 신디 로퍼의 의상을 입고 오질 않나. 규격화된 사회생활에서 그들의 행위는 의문을 자아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이런 일탈을 통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간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사회생활에서도 자신을 억누르고 완벽하게 살아만 가려고 했던 소피와 막스는 이름 모를 일탈 게임을 통해 자신 안에 있던 결핍과 공허함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채워 간다. 


 이 드라마의 제목인 <러브 앤 아나키>는 소피가 20대 초반에 자신이 작성한 소설의 제목이다. 드라마의 전반적인 줄거리를 암시하는 제목으로써 아나키 (소피와 막스가 벌인 일탈 게임)와 러브 (막스와의 동료애, 알 듯 말듯한 로맨스 감정)가 주 된 소재임을 시청자들에게 알려 준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 삶이 고단할 땐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 드라마는 남녀의 일탈 게임, 그 이상의 것들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온 세상과 우리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로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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