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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린 May 26. 2022

베이징에서 커피 한잔할래요?

차 말고 커피 줘 

중국은 지금 “카페 打卡” 열풍에 싸여있다. “打卡”는 유명 왕홍 혹은 인플루언서가 다녀간 가게를 다녀간 뒤 인증하는 문화로, 샤오홍슈(小红书),따종 디엔핑(大众点评) 등 SNS 기능이 추가된 모바일 플랫폼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중국 내 커피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독특한 메뉴가 있거나 포토 스팟이 있는 카페를 탐방하는 “网红打卡咖啡店”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중국은 차 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치즈 폼 밀크티(奶盖茶)부터 과일 탄산차(水果气泡茶)까지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고, 한국에서는 5,000~6,000원 정도 하는 버블티가 중국에서는 1,000~2,000원의 싼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에 매일 커피를 마시던 습관도 중국에 온 후부터는 사라졌다. 중국에서는 아직 커피가 고급 기호 식품이라는 인식도 있고, 기름진 중국 음식과 잘 어울리는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커피 시장이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중국의 커피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국가별 커피 소비량 대비

딜로이트에서 발표한 2020년 국가별 커피 소비량 대비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기준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중국의 약 40배인 367잔이다. 하지만, 중국 내 베이징, 상하이와 같은 1선 도시와 대련, 샤먼과 같은 2선 도시의 수치만을 고려했을 때 각 326잔, 261잔으로 한국의 전체 소비량에 근접한 수치이다. 그리고 2020년 말 현재 중국 내 전국 카페 10만 8,000곳 중에서 29%인 3만 1,700곳이 신 1선 도시에 포진해있다. 특히 1, 2선 도시의 경우 해외에서 유학했던 엘리트 계층이나 생활 수준이 높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외국인 거주 비율도 높기 때문에 다양한 수요층의 니즈에 맞게 커피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 역시 2020년 655억 위안에 달한다고 밝혔고, 2025년에는 약 1,447억 위안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커피 시장을 강타한 S.O.E 커피

중국의 최근 떠오르는 커피 산업을 설명하는데 빠질 수 없는 세 가지 키워드로 S.O.E 커피, 왕홍 카페 그리고 오틀리를 꼽을 수 있다. 먼저, S.O.E 커피는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 (Single Origin Espresso)의 약자로 단일 원산지의 원두만을 사용한 커피이다. 일반적으로 카페에서 즐기는 커피 원두는 특성이 다른 2가지 이상의 커피를 혼합한 블렌딩 커피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배합과 비율에 따라 커피 맛의 특색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커피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원두를 골라 먹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늘었고, S.O.E Coffee만을 취급하는 체인점도 생기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에서 인기 있는 메뉴인 더티 커피 (冰博客)를 제조할 때 커피콩이 옅고 신맛이 강한 S.O.E 원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S.O.E 커피는 중국의 커피 애호가들에게 자연스레 주목받게 되었다.

S.O.E 커피



중국의 커피 산업을 움직이는 왕홍 카페

왕홍 카페 역시 중국 커피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질 좋은 커피를 마시고 싶어 카페에 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진을 찍고 카페의 분위기를 즐기고 공간을 소비하는 목적으로 방문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이들은 포토제닉하고 개성이 넘치는 왕홍 카페에 가서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를 먹기도 하고 후통과 같이 테마가 있는 카페를 방문하고 후기를 올리기도 한다. 왕홍 카페를 통해 커피를 소비하는 문화에 익숙해지고 커피가 일상 속으로 스며든 것이다.

(왼) 왕홍들 사이에 인기 있는 카페 Tian Roast Coffee / (오) 후통에 개점한 카페 Post Post



오틀리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중국에서는 오트밀 라테(燕麦拿铁)를 흔히 볼 수 있다. 귀리 우유의 대표주자인 오틀리(OATLY)가 중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했고, 실제 마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메뉴가 많은 편이다. 그 외에도 루이싱 커피에서 선보인 코코넛 커피(椰冻咖啡)는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왼) 코코넛 메뉴를 선보인 루이싱 커피 / (오) 오트밀 라테 열풍을 만든 오틀리



중국 내 국외 커피 브랜드 입점 현황

중국에 있는 커피 브랜드는 현재 국외 커피 브랜드, 중국 로컬 브랜드, 편의점 혹은 기업에서 서브로 만든 브랜드로 나눌 수 있다. 미국의 스타벅스(Starbucks), 캐나다의 팀 호턴스(Tim Hortons)과 피츠 커피(Peet’s Coffee), 영국의 코스타 커피(Costa Coffee) 등의 다국적 기업에서 내놓은 체인점은 중국 내 커피 산업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스타벅스의 경우 현지화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인 리저브 매장을 선보였고, 다른 다국적 기업들 역시 중국 시장을 블루 오션이라고 칭하며, 1~2선 도시를 위주로 공격적인 매장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왼) 베이징 SKP 지점에 개점한 누데 이크 / (오) 누데이크 베이징 지점

한국의 누데이크, C&P 브랜드에서 만든 아우어 베이커리 역시 중국 진출을 하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궈마오에 있는 아우어 베이커리 매장의 경우 한식을 함께 제공하는 브런치 카페로 탈바꿈해 카페 겸 한식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무섭게 성장하는 로컬 커피 브랜드

중국 내 큰 주목을 받는 로컬 커피 브랜드로는 매너(Manner) 커피, 시소(See Saw) 커피, 루이싱(瑞幸) 커피가 있다. 바이트 댄스와 메이투안이 투자한 매너 커피는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원두의 커피를 판매한다. 상하이 본점을 시작으로 베이징, 청두, 선전 등에서 개점했고, 2022년 홍콩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소 커피 역시 중국의 유명 차 브랜드인 희차(喜茶)로부터 억대 투자받았으며, 창업자 우샤 오메이의 철학인 ‘공간을 소비할 수 있는 카페’라는 목표를 기반으로 카페 인테리어부터 메뉴 개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올림픽 스타 구 아이린을 모델로 세운 루이싱 커피는 빈번한 할인권 지급과 합리적인 가격대 설정을 내세우며 기사회생을 노리고 있다. 2020년 분식회계로 나스닥에서 상장폐지되었지만, 다른 커피 브랜드보다 낮은 가격대라는 인식, MZ세대가 좋아하는 메뉴 개발 그리고 배달에 최적화된 서비스 등으로 인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전반적으로 국외 브랜드의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국내 로컬 커피 브랜드 산업의 성장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왼) 상장을 앞두고 있는 Manner Coffee / (오) See Saw Coffee


차 대신 한 손에 커피를

커피 산업이 성장하는 원인으로는 빠른 도시화로 인한 중산층의 구매력 상승, 세분화된 고객층의 다양한 니즈를 꼽을 수 있다. 2021년 중국 중산층의 총소비액은 4조 7,000억 달러를 소비한 미국보다 55% 높은 7조 3,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내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고 중산층의 구매력이 향상되면서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향유하게 되었기 때문에 식음료와 문화생활에 대한 소비액 역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인구수와 구매력 측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유리하고, 다양한 고객층의 니즈를 겨냥한 상품도 다각화되고 있어 향후 커피 시장은 더욱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자국의 뚜렷한 로컬 브랜드가 있는 중국에서 아직 자국의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큰 성장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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