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집값, 그것을 알려드림
중국에서 자취라니
왕복 4시간의 먼 거리였지만 대학교 4년 동안 나는 항상 통학했다. 가족의 온기를 느끼고 싶기도 했고, 자취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로 갑작스레 내몰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우연히 지원했던 상해교통대학교의 연구생 인턴십에 합격하면서 정말로 중국에서 첫 자취를 해야 했고, 上海市长宁区幸福路 이곳에서 내 첫 독립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곳은 중국 현지인들이 살던 아파트였기 때문에 더운 상해 여름을 나기 위해 맥주 한 박스씩 들고 다니는 아저씨들도 볼 수 있었고, 자전거로 5분이면 학교까지 갈 수 있어 접근성 역시 좋았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주머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의 첫 자취방은 보증금 50만 원에 월세만 90만 원이었고, 6명의 외국인이 함께 살고 있었다. 방 한 칸마다 룸메이트가 있어서 두 명이 방을 함께 사용했고, 화장실과 주방도 공용이어서 서로 배려와 협조가 필요했다. 전기세와 물세도 따로 충전해야 되어서 룸메이트들과 함께 전기세를 줄이기 위해 더위를 꾹 참았던 기억도 있다. 첫 자취였지만 사회와 돈의 쓴맛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다.
석사 생활이 시작되면서 이제는 베이징에서 살게 되었다. 아직은 학교의 울타리 안에 있지만 졸업도 일 년이 채 남지 않았고, 졸업 후에 이곳에서 살게 된다면, 이제는 정말로 내 집을 구해서 살아야 한다. 구해줘 홈즈, 이거 가능한 건가요? 내 집 마련, 중국에서도 가능한 걸까요?
중국에서 방 한 칸 마련하는 법
城市房产网에서 발표한 2022년 전국 집값 순위에서 베이징은 3위를 기록했다. 1위로는 심천, 2위에는 상해, 4위는 샤먼이 차지했다.
심천의 집값은 1제곱미터당 70,342위안 (한화 약 1,333만 원)이다. 샤먼의 주택 평균 면적이 114제곱미터인 점을 고려했을 때 대략 891만 위안 (한화 약 1억 7천만 원)이 있어야 마음 놓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심천에서 제공한 주택 공급은 38,644채를 훨씬 넘지만, 임금이 높지 않은 중국에서 이 집값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한참 의문이다.
3위를 기록한 베이징도 1제곱미터 당 67,460위안 (한화 약 1,277만 원)을 기록했고, 주택 평균 면적은 123제곱미터이기 때문에 대략 801만 위안(1억 6천만 원)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비교적 외곽에 있는 순의 구(顺义区), 창핑구(昌平区)와 달리 학교가 모여 있는 하이디엔 구(海淀区)는 1제곱미터당 이미 10만을 훌쩍 넘어갔다. 또한, 동서청구(东西城) 구의 경우 최근 교육 사업 발전 정책의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어 신축 학교 증설, 학구제 개혁 등으로 인해 집값이 더욱 치솟았다.
유학생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있는 한국 유학생들은 어떻게 중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2022년 5월 2일부터 4일까지 유학생 45명을 대상으로 ‘중국 내 유학생의 거주 형태”에 관한 설문을 진행하였다. 항목은 총 7개로 거주 형태, 집값, 집을 고를 때 중요한 요소 등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Q1. 현재 외주를 하거나 외주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까?
45명의 응답자 중 외주를 하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학생은 약 60%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학교 기숙사가 아닌 자취를 경험해 본 학생의 비율이 조금 더 높았다.
Q2. (1에서 아니오라고 답한 사람만) 외주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외주를 하지 않는 학생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어본 설문에서는 학교와의 접근성(12표), 경제적 여건(11표), 정보의 부족 (6표) 등이 주된 사유였다. 기타 의견으로는 장학 프로그램이 기숙사 한정으로만 주거비를 지원해주거나 혹은 중국 생활에 먼저 적응을 한 뒤 외주를 할 계획을 하는 응답자가 있었다
Q3. (1에서 예라고 답한 사람만) 외주를 했던 지역은?
외주 했던 지역을 물어본 설문에서는 대학교가 많이 모여 있는 하이디엔 구가 11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학생들이 인턴 하는 회사가 많고 생활권이 편리한 차오양구가 2위를 차지했다.
Q4. 외주 한 달 평균 비용은?
생활비 및 관리비를 제외한 외주 한 달 평균 비용은 2,000위안~4,000위안 사이가 61%로 1위를 차지했다. 6,000위안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는 응답자는 총 4명인 22%를 차지했다.
Q5. 외주를 선택한 이유는?
외주를 선택한 이유로는 개인 생활공간 보장, 여가 생활, 자유 등의 사유가 상위권을 차지했고, 기타 의견으로는 기숙사 허가가 나지 않아서 혹은 잦은 봉쇄 탓에 학교 밖에 살게 되었다는 사례가 있었다.
우리가 집을 구하기까지
유학생들이 집을 구하는 방법은 대부분 부동산(50%), 모바일 및 인터넷 검색(30%), 지인으로부터 양도 혹은 제안 (10%), 우리나라의 직방과 유사한 自如 애플리케이션 이용이 10%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집을 좋아하고,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을까? 북경에서 자취를 2번씩이나 해봤다는 칭화대학교 신문 방송학과 석사 과정에 진학 중인 중국인 학생을 만나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1. 외주를 어디서 하였나요?
A: 차오양 공원 근처에 있는 十里堡와 하이디엔 구 상디 근처의 西二旗에서 2번 정도 하였습니다. 본과 졸업 후 석사 과정에 들어오기 전까지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애매해서 외주를 했습니다.
Q2. 집은 그러면 어떻게 구하셨나요?
A: 저는 주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다양한 조건을 바탕으로 검색을 하기도 편하고 비교해서 제 맘에 드는 방을 찾는 게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에는 부동산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각양각색인데 저는 自如를 사용하였습니다.
Q3.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시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A: 무엇보다 안전입니다. 가격대도 중요하지만, 혼자 살기 때문에 범죄에 노출될 확률도 높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는 남향입니다. 사실 남향 방이 가격대가 조금 더 높긴 하지만, 양질의 삶을 위해서 저는 남향을 선호합니다. 세 번째는 주변에 시장 혹은 마트 유무인데요. 저는 주로 밥을 혼자 해 먹어서 이것도 찾아봤어요. 워낙에 제가 고려하는 요소가 많다 보니 가격대도 무시하지 못했는데요. 그래도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방을 찾는 것을 우선으로 했습니다.
누군가의 삶, 집
집은 누군가의 삶이다. 집 내부의 인테리어를 보면, 그 사람의 취향과 성격이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집을 통해 우리의 개성을 표출하곤 한다. 또, 동시에 집은 피곤함에 찌든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집에서 창조적인 활동을 하며 세상을 놀라게 할 결과물을 만들기도 한다. 즉, 인간이 집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집 역시 인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20대인 우리는 아직은 완벽하게 본인의 집을 구할 경제적, 사회적 준비가 되지 않았겠지만,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마음 놓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모두가 구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