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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ine Sep 27. 2022

중국, 그 신비한 매력에 빠지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장이머우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과 ‘인생’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적, 시대적 배경이 나에겐 너무 인상 깊었다. 지금처럼 미디어가 많이 발전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해 정보를 제한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던 지라 중국의 시대상을 잘 반영한 장이머우의 작품은 나에게 ‘중국’이라는 나라에 호기심을 갖게 해 주었다. 당시에 주변에서는 중국어를 왜 배우냐는 시선도 많았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이 하는 대사를 자막이 아닌 직접 내 마음으로, 내 머리로 곱씹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항상 중국어와 중국이라는 나라를 마음속 관심사에 넣어두었다. 


상하이시 쉬자후이 구 싱푸루 

 내가 처음으로 만난 중국은 상하이였다. 그전까지 알고 있던 상하이는 디즈니랜드가 있고, 아빠와 할아버지께서 중국 출장 때 사 오신 동방명주 탑이 있는 곳 정도였다. 해외로 여행을 가는 게 10년 만이었고, 당시에는 지금만큼 중국어를 잘하지도 않아서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소매치기를 당하면 어쩌나 등의 복잡한 생각에 잠긴 채 도착한 곳이었다. 하지만 푸동 공항에 내려 내가 만난 상하이는 너무나도 멋진 곳이었다. 정확히는 미디어에서 보도하는 중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기술적으로도 되게 발전한 부분이 많았고,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그런 서구적인 느낌까지 있는 그런 곳이었다. 


 조지아, 일본, 불가리아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상하이시 쉬자후이 구 싱푸루 (徐家汇 幸福路)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룸 쉐어링을 하면서 약 두 달간 살았던 나는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인생의 새로운 자극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상하이 교통대에서 연구실 인턴십과 어학연수를 동시에 했던 나는 룸메들과 함께 도시 여행자로서 공부뿐만 아니라 동방 명주부터 프랑스 조계지, 인민 광장, 주가각 등을 혼자 다니면서 중국 사회에 조금씩 스며들어 갔다. 스캔 결제에 익숙해지고, 온 거리에 있는 공유 자전거를 밥 먹듯이 타고 다니면서 상하이를 100배 이상으로 즐길 수 있었다. 


베이징시 하이디엔 구 오도구역 

 상하이에서의 추억은 다양한 나라, 나와 다른 사회적 배경에서 살아온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더 큰 꿈을 키우고 내가 몰랐던 세계에 더 발을 담가 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또래들을 만나 경쟁하면서 이왕이면 성장까지 해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망설임 없이 나는 2019년 다시 중국을 방문하였고, 이번에는 상하이가 아닌 베이징으로 발걸음을 돌려 중국 대학생들이 모여있다는 오도구에 입성하였다. 

 상해와 달리 베이징에 대한 첫인상은 ‘크다, 넓다’였다. 내가 방문한 칭화대학교가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것도 있지만, 베이징은 환승하는 구간조차도 길었고 출퇴근하는 유동 인구도 한국의 몇 배나 되는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칭화대학교 속 학생들은 생각 이상으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물론 학생 간 천차만별이었지만 창업의 성지인 중관촌을 중심으로 내 또래들의 문화, 사고방식, 연애관 등을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혼자 떠난 기차 여행 

 북경에서 지내면서 여러 차례 혼자 배낭을 메고 기차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중국 하면 기차로 여행을 꼭 해봐야 한다는 현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삼국지에 나오는 장강이 보고 싶어서 무작정 우한행 기차 티켓을 끊은 적이 있다. 돈이 없는 유학생이었기 때문에 베이징 남역에서 저녁 6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서 아침 10시에 우한에 도착하는 동처 (动车)를 타게 되었다. 기차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누워서 가는 기차는 어떨지, 어떤 사람들이 탈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당시에 내가 여행을 떠났을 때는 노동절이었기에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첫날밤에는 저녁 출발이기도 하고 다들 휴식을 취하느라 같은 칸에 탄 사람들과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아침이 되고 승무원분들이 끄는 카트 소리에 다들 슬금슬금 1층 침대로 내려오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개발자로 북경에서 일하는 언니부터 우한이 좋아서 매년 휴가 때 여행을 온다는 남자분까지 고향, 성별, 직업, 나이는 모두 다르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고, 중국인들의 삶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우한을 시작으로 많지는 않지만 천진, 시옹안, 항저우 등의 도시를 기차 여행으로 다니면서 1,2선 도시 중국의 모습 외에도 다른 중국의 매력과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2021년 칭화대 석사를 시작으로 나는 다시금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단기간 체류하는 것이 아닌 중국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 속에 조금 더 깊게 들어가기 위해서 석사라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중국을 얕잡아 보거나 편견에 사로잡힌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더 흔하다. 우리의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좋아하고 우리만의 위상을 인정하면서 우리 문화 속에 중국 혹은 다른 나라가 들어오는 것을 소위 경계하는 태도가 아직 남아있는 편이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 한국의 젊은 층들이 거부감을 더 크게 느끼고, 미디의 편향된 보도가 그 장벽을 높이 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용감했고, 겁이 없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던 나였기에 더더욱 아는 사람만 아는 중국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 중국은 어떤 도시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중국은 아는 만큼 보이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중국은 스픽 이지바(Speakeasy 秘境) 같은 곳이다. 나만 아는 그런 비밀의 장소, 히든 플레이스 같은 곳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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