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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앱 UX에 스며든 스몰톡

The One Where the App UX Says Hi First

by 딥닷컴

낯선 문화, 친숙하게 말 거는 앱.

기술보다 먼저 다가온 건, 말 한마디였다.


“베스트셀러 샌드위치 하나 주세요.”

“So, what’s your name?”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아… 여긴 진짜 미국이구나!’ 하고 직관적으로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샌드위치 하나 주문하려는데, 메뉴보다 먼저 내 이름을 묻는 그 한마디.


익히 들었듯이, 이곳에서는 아침 출근길 직장 동료와의 인사는 물론,

쇼핑몰 보안요원, 엘리베이터 안 경비원, 트롤리역 청소부 아저씨까지 -

찰나의 순간만 생기면 꼭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이곳은 스몰토크의 나라, 미국이다.


그런데 이 스몰토크 문화,

오프라인 문화뿐만 아니라 미국 앱 UX 안에도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Screenshot 2025-04-14 at 18.13.22.png 공식 앱 치곤 은근히 약어도 많이 사용한다

#1. Mint-eresting, Mint Mobile

미국 땅 밟자마자 설치했던 필수 앱 첫번째, Mint Mobile.우리나라로 치면 알뜰폰 같은 개념의 앱 서비스이다.

데드풀 배우인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가 공동 소유주이자 모델인 만큼 UX 라이팅들도 친숙하고 유쾌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통신이나 금융처럼, 소비자 입장에서 단어 하나하나가 어려워서 장벽이 되는 분야에서 Mint는 오히려 반대로 말을 건넨다.


Screenshot 2025-04-14 at 18.08.47.png 3개월 할인 요금이 나초칩보다 낫다고 한다

결제 단계마다 등장하는 Mint의 여우 캐릭터는 결제 매 단계마다 말을 거는 게 아니겠는가. 친숙하고, 유쾌하게, 가끔은 이게 정말 공식 서비스 언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서비스 경험 내내 움직이는 여우가 등장해 'Foxtastic'한 언어 유희로 웃어넘기게 해주는 스몰톡 문화가 반영되어 있다.




#2. 이번에도 탈거지? Lyft

두번째로 설치했던 필수 앱은 카셰어링 앱, lyft. uber와 미국에서 투톱으로 경쟁하고 있는 대표적인 카셰어링 앱이다. lyft 앱은 접속할 때마다 매번 다른 인삿말로 이름을 불러주며 환영해준다. 이 작은 환대 덕분인지, uber에 비해 미묘하게 lyft 기사들이 더 친절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특히 우버나 국내의 카카오T 같은 앱과 비교했을 때, Lyft가 가장 다르게 느껴졌던 건 바로 '말투'. 국내의 모빌리티 앱들이 그렇듯이, “고객님” 혹은 “~님, 감사합니다” 같은 정중한 존댓말을 기본으로 한다면, lyft는 첫 화면부터 가볍게 슬랭처럼 툭, “Hey there!” “Lookin’ good today”처럼 말 걸듯 인사를 던져준다. 사소하게 화면상 문구일 뿐인데, 이 작은 차이 덕분에 기사가 직접 말을 건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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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앱의 스몰톡은 단순한 인사에서 그치지 않는다. 재밌게도 lyft는 차량 배치 후 차 정보를 줄 때 'Driver fun facts'라는 운전자 관련 TMI를 하단에 띄워준다. 마치 밸런스 게임처럼 간단한 호불호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다. 여러 번의 택시를 이용하는 경험 중에서도 이런 작은 스몰톡은 그 탑승 경험을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Screenshot 2025-04-14 at 18.17.47.png 탑승 전 알려주는 운전자의 TMI

#3. Special sip for you, Starbucks

스타벅스의 스몰톡 환대는, 말 안 해도 다 아는 브랜드 철학일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한국의 스타벅스와는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앱에서 방문자를 다루는 방식에서 말이다. 한국에서도 앱을 자주 썼지만, 닉네임은 어디까지나 음료의 주인을 확인하는 매개체에 불과했다. 가끔은 장난처럼 닉네임을 정하기도 했으니까.

Screenshot 2025-04-14 at 18.20.48.png 미국 스타벅스 앱은 뭐 하나 하기만 해도 내 이름을 남발한다

미국에서 새롭게 마주한 스타벅스 앱은 그저 음료를 건네주는 앱이 아니었다.

"또 봐서 반갑습니다. 다시 봐서 반가워요."

서로의 안부를 물어봐주는 작지만 따뜻한 동반자 같은 느낌이랄까.


실제로, 미국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받은 스타벅스 컵에는 '너와 어울린다며' 붙여준 토끼 스티커 하나. 이처럼 미국의 스타벅스에서 경험한 스몰톡은 단순 인사를 넘어, '당신의 방문을 기억하고 있다'는 특별한 기억의 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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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한국인 관광객으로서 처음에는 낯설고 부담스럽던 스몰톡 문화.

그렇게 3개월이 지나 이제는 관광에서 '삶'의 일부로 미국 문화를 적응해가다보니, 이제는 스타벅스에서 컵에 내 이름을 안 적어주면 서운할 정도이다. 미국에서 쌓여가는 내 앱들 속에서도, 이름 한 줄이 빠져 있으면 왠지 덜 친절하게 느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소한 한마디일지 몰라도, How is it going 한마디면 그 브랜드는 각인이 더 잘 되는 느낌이다.


이렇게 온라인 상 앱 UX의 한 마디에도 큰 문화의 결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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