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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어 완벽한 두 가지 서로
다른 아름다움

- 뽕모시풀

by 나우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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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꽃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지냈네요. 가족 내의 여러 가지 일도 있었고, 여행도 다녔고, 여전히 책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에 귀를 쫑긋거리며 때로는 희망과 안도를, 때로는 답답함과 절망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불안정한 일상이 꽤나 오래도록 지속될 것임도 깨닫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간 속에서도 크랙 정원 안의 꽃들에게서 눈길을 완전히 뗀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작년에 내가 보았던 꽃들, 사진으로 담았던 꽃들 그리고 이야기로 만들었던 꽃들은 이미 지나간 시간 속의 꽃들일 뿐 지금 새롭게 피어나는 꽃들과는 다른 존재임을...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꽃들을 바라보고 느끼는 나 자신도 작년의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점입니다. 때로 작년에 썼던 글을 보며 부끄러운 마음에 지워버리거나 다시 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다시 생각합니다. 삶이란 언제나 하나의 과정일 뿐이고 살아있는 존재는 늘 변화하는 것이기에 그 도정에서 내가 보였던 어리석음과 모자람에 대해 지나치게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아니라고요. 오히려 그것을 바꾸거나 지우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행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변호해 봅니다.



작년, 산책길에서 발견했던 꽃이 있었습니다. 얼핏 풀이 아니라 나무인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지만 찾아보니 ‘뽕모시풀’이라는 약간은 야릇한 이름의 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1년을 묵히고 올해 이곳저곳에서 그 풀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꽃을 마주 보면서 말을 걸고 그 꽃의 이야기를 들어볼 때가 된 것입니다.


이름에 대해서는 ‘뽕나무의 잎을 닮은 모시풀’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꽃은 모시풀 가문에 속하지도 않거니와 그 잎의 모양도 모시풀과 꼭 닮은 것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 꽃은 뽕나무과 - 뽕모시풀속에 속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뽕나무과 식물로는 구지뽕나무속, 뽕모시풀속, 뽕나무속, 무화과나무속, 닥나무속 등 5 속이 있는데 이 가문에 속하는 식물 중 유일한 ‘풀(초본)’이라고 하니 그 나름대로 귀한 녀석이기는 하네요. 얼핏 보면 모시풀 종류와 그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하기에 차라리 ‘모시풀과 닮은 뽕나무속 식물’이라고 보는 편이 더 나은 해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여전히 왜 뽕모시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는 아직 풀지 못한 수수께끼로 남겨두렵니다.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 잠시 식물의 이름을 확인 (동정, identification) 해 가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일단 어떤 ‘나무’가 뽕나무과에 속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들이 어떻게 구분되는지가 궁금할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1단계 : 꽃이 열매 안에 있는가 / 열매 바깥에 있는가 -> 열매 안에 있으면 무화과속입니다.

2단계 : 꽃이 열매 바깥에 있으면서 잎에 톱니가 없고 가시가 있는가 -> 있으면 구지뽕나무속입니다.

3단계 : 꽃이 열매 바깥에 있으면서 잎에 톱니가 있고 가시가 없으면서 열매의 모양이 둥근가 -> 둥글면 닥나 무속입니다.

4단계 : 꽃이 열매 바깥에 있으면서 잎에 톱니가 있고 가시가 없으면서 열매 의 모양이 긴 편이라면 -> 뽕나무속입니다.


이렇게 차례로 구분의 포인트를 잡아가면서 식물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지요. 이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식물의 분류만 정확히 해도 그 식물에 대해 꽤나 많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셈입니다.

참고로 초본(풀)인 뽕모시풀은 꽃이 열매 바깥에 있으면서 잎에 톱니가 있고 가시가 없으면서 열매는 여러 개가 모여 덩어리를 이루고 지름 1mm 정도이며 윗부분이 편평한 모양입니다.



이제 꽃에 대해 집중해 봅시다.

암꽃과 수꽃이 한 식물에 같이 있는 암수한그루 식물입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암꽃과 수꽃이 따로따로 피어야겠지만, 암꽃차례에 수꽃이 함께 달리는 경우가 많아 정확히 말하면 ‘암꽃과 수꽃이 섞여 있는 꽃차례와 수꽃만 있는 꽃차례가 함께 달리는 식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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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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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꽃 (수꽃이 함께 달려 있습니다.)

동글동글 말려있는 모양의 수꽃은 기온이 올라가면 숨어있던 4개의 수술이 좌르륵 펼쳐지면서 위의 사진과 같이 안에 있던 꽃밥을 터뜨립니다. 반면 오른쪽 사진의 암꽃은 벌어지지 않은 채 불그스름한 실모양의 암술만이 바깥으로 빠져나와 보입니다. ‘수꽃의 화려함과 눈부심, 암꽃의 수수함’은 인간 을 제외한 다른 생명체들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모습인 듯합니다.


일단 알게 되어서인지 올해는 이 꽃이 자주 눈에 띕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여기저기 자라난다는 말은 결국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는 증거이며, 이제 본격적으로 이 꽃의 도시 진출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보기도 합니다. 잎은 잔털로 덮여있고 만지면 끈적끈적한 느낌이 듭니다. 강한 생명력이라 함에는 당연히 그 왕성한 번식력이 포함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뽕모시풀의 씨앗은 마치 봉숭아 씨앗이 그런 것 같이 용수철처럼 밖으로 튕겨져 나와 널리 흩어집니다. 이렇게 넓게 퍼진 씨에서부터 다시 새싹이 자라나와 번식하게 되는 것이지요.



확대해 들여다보면 화려하기 그지없는 수꽃의 모습과 그저 그런 듯 무심하기만 한 암꽃의 모습을 보며 두 꽃들이 서로 너무나 다르면서도 각자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한 때 꽃을 보는 놀라움과 기쁨이 주로 꽃술의 아름다움 앞에서 느꼈던 감정이었다면 이제는 그 대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시선도 달라짐을 느낍니다. 좀 더 가볍게 살아가자는 생각에서 며칠간 지난 세월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중 꽃에 막 입문했을 무렵의 사진들을 보면서 당시 내가 그들의 화려한 꽃술에 얼마나 빠져 있었나를 돌이켜보며 혼자 웃음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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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괭이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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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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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바람꽃


식물의 전체적인 특징이나 서식 환경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꽃 자체, 그것도 꽃술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찍은 사진들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때의 흥분과 열광, 행복이 사진에서 그대로 느껴집니다. 아름다움은 그렇게 인간을 취하게 합니다.



조금 생뚱맞기는 하지만 내친김에 꽃과는 거리가 먼, 몇 달 전 다녀온 루마니아 여행에서 느낀 감상 하나를 풀어놓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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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슈성(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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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성(城)

두 개의 성(城)입니다.

왼쪽의 펠레슈성은 루마니아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성입니다. 서양의 다른 왕궁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그마한 성(여름 별장이었다고 하네요.) 안에는 150여 개의 방이 있는데 건물 자체도 화려하지만 방마다, 복도마다, 심지어는 계단에까지도 아름다운 미술품과 장식들이 숨쉬기조차 힘들 만큼 가득했습니다. 보는 동안에는 무척 행복했으나 보고 돌아 나오는 길에는 과식으로 소화불량에 걸린 것처럼 위장이 울렁울렁했답니다. 그래서였는지 역설적으로 오래도록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만큼 심장을 때리는 강렬한 충격은 오히려 덜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른쪽의 것은 우리에게는 드라큘라의 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성은 드라큘라의 모델이 된 왈라키아 공국의 블라드 3세와는 실제로 그다지 연관이 없다고 합니다. 현존하는 건물은 14세기 후반의 건물인데, 오래된 건축물인 만큼 성의 구석구석마다 루마니아 역사가 스며있다고 합니다. 펠레슈성에 비해 극도로 소박하고 실용적입니다. 성에 깃든 이야기가 없다면 건물 자체는 전체적으로 빈 구석이 많고 헐겁습니다. 그래서 이 역시 기억에 영원히 남을 만큼 대단한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무언가가 조금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쯤 해서 내 눈을 사로잡았던 두 개의 건물을 소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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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율리아의 삼위일체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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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우 시(市)의 한 건물


마치 지붕에 눈이 달린 것 같은 왼쪽 사진의 건물은 외관상 매우 단순하나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일명 ‘시비우의 눈’이라 불리며 이 도시의 명물인데, 이 눈이 사실은 가을에 수확한 농작물을 건조하면서 보관하는 용도로 다락방에 내었던 창문이라고 합니다. 실용적이면서도 약간의 변주로 해서 유머러스한 모양의 집이 되었습니다. 시비우라는 이 도시에는 이런 집들이 즐비하여 여행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알바 율리아’라는 도시에 있는 루마니아 정교회의 성당입니다. 중세 서양의 로마네스크나 고딕 양식의 성당들과는 다른, 절제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시대적인 차이, 종파의 다름에서 오는 건축 양식의 차이, 경제적 배경... 그런 이유를 배제하고 아주 1차원적으로만 본다면 상대적으로 가볍고 소박하고 매우 단출합니다. 어떤 건축물을 보면서 그 건축물이 세워지고 유지된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생략한다는 것은 정말 우스꽝스러운 감상이 되겠지만 이번 여행은 그야말로 진지한 답사였다기보다는 가벼운 투어였기에 그냥 용감하고 무식하게 말해 봅니다. 내 눈에는 그 단순함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여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너무 평범하기만 해서는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비범함이 자기 과시여서도 안 됩니다. 그 자기 과시가 재산이든 미적 수준이든 또는 예술적 스킬이든 말입니다. 한눈에 아름다운 것들이 때로 단순한 ‘키치’로 느껴질 때도 있고, 너무 완벽해 보이는 그림이 종종 ‘매너리즘’의 구덩이에 빠지기 직전 마지막 몸부림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수수하고 여백이 있는 대상을 볼 때 나는 마음이 편해지고 공감하기도 쉽습니다. 이 두 건물은 눈길을 끄는 독특한 울림도 가지고 있는데다가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아직도 살아있는 건물입니다. 살아있는 것이 가지는 아름다움은 죽은 것의 아름다움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꽃 이야기 끝에 너무 멀고 먼 샛길로 빠져 버렸습니다. 다시 원래의 길로 돌아가 봅니다.

암꽃의 아름다움은 안으로 스며든 조용한 아름다움입니다. 어쩌면 암꽃의 아름다움은 화려한 수꽃과 함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완전하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일 것입니다. 화려한 꽃술로 곤충을 불러들여야 할 직접적인 필요는 없다는 의미에서, 즉 그래도 괜찮으니 그런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암꽃에 비해 화려한 수꽃의 아름다움도 사실은 꽃가루받이를 위한 실용성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한’ 아름다움은 아닙니다. 수꽃은 그 정도는 화려하고 요란스러워야 합니다. 그것이 번식을 위한 생명체의 운명입니다. 단순한 자기 과시도 아니고 농익은 스킬의 과도한 사용도 아닙니다. 필요한 만큼만 아름답고, 불필요한 부분은 생략함으로써 꽃들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꽃을 보면서 그 꽃이 피어난 맥락을 생각하고, 나름의 서사(敍事)를 만들어봅니다. 나이 탓인가 봅니다.


위의 옛 사진 중 중간의 것, 물매화를 다시 들여다봅니다.

꽃잎 5장을 가진 흰색의 꽃은 그 누구의 마음이라도 녹여버릴 만큼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꽃이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영롱한 물방울을 달고 있는 수술 때문일 것입니다. 원래는 5개지만 그 끝부분이 마치 실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각 갈래 끝에는 동그란 물방울 모양의 (가짜) 꿀샘이 있어서 눈부신 왕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치는 수술처럼 꽃밥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헛수술이라고 합니다. 정작 진짜 수술은 사진에서 붉게 보이는 부분입니다. 헛수술도 그 멋지고 영롱한 모습으로 곤충들을 유혹하여 꽃가루받이에 큰 공을 세운다는 의미에서는 수술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내가 이 꽃을 오래도록 애타게 보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가짜 수술에 대한 열광이 시들어갔는지 그 이후의 사진들을 보면 식물 전체의 모습, 물가에 핀 고요한 모습을 중심으로 가을의 입구에서 피어나는 꽃의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네요. 나 자신의 미감(美感) 변화를 확인합니다.

농촌에서는 질기고 없애기 어려운 잡초로, 도시에서는 눈길조차 가지 않는 보잘것없는 풀에 불과한 뽕모시풀의 암꽃과 수꽃을 들여다보며 각기 다른 두 가지 아름다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꽃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내 눈앞에 나타납니다. 꽃 하나하나도 물론 아름답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러한 다양성, 그것 자체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헛수술을 가진 물매화나, 저토록 심심한 모습으로 피어난 뽕모시풀의 암꽃이나 모두 이 세계의 한 모습이고 아름다움의 한 조각들입니다. 혼자 있을 때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꽃들도 있을 터이나 함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완전한 아름다움을 보이는 꽃도 있습니다.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아 전체의 퍼즐을 맞춰보았을 때, 그 때서야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이 완벽하게 드러나는 것이겠지요.


뽕모시풀의 암꽃과 수꽃, 함께 있어 더욱 완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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