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여행 수기를 정말 싫어한다. 아니다, 정정한다. 여행 수기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는 유유자적, 그 길에서 뭐라도 얻을 것처럼 “청년들이여, 떠나라. 젊음은 한 번뿐이다”라며 선동하는 꼴이 역겨운 거다.
안 그래도 퍽 고단한 데다, 여린 그들이 그럴싸한 말에 흔들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다면, 그들 중 몇은 진리를 깨달을 수도 있겠지. 진리까진 아니어도 소소한 행복 정도는 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돌이켜보니 내던졌던 것을 되찾지 못한 채 상처만 남을 수도 있다. 혹은 그조차 시도할 엄두가 안 나, 하루하루가 버거운 사람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젊음은 한 번뿐이랴”같은 말은 “오늘만 살고 내일은 뒈져버려라.”같은 개소리로 들린다는 것을, 원고료를 받으며 멋진 풍경과 이국적인 요리를 찾아 떠도는 팔자 좋은 이들이 이해할 리 없다.
이렇게 베베 꼬인 심사에 여행 에세이 같은 걸 읽어봤을 리가 없다. 그 유명하신 ‘바람의 따님’ 한비야도 이름만 알뿐이다. 거참, 그분은 지도 밖으로도, 지구 밖으로도 매번 행군만 하시네…. 라며.
그런 내가 첫 여행 에세이를 쓰게 된 건 어느 여름이었다. 더웠고, 아주 더웠고, 또 더웠다. 나는 인생에서 처음 겪는 불합리를 맞닥뜨렸고, 황망했고, 조금은 슬펐다. 어쩌면 트라우마로 남았던 것도 같다. 그때 나의 제이는 내 손목을 붙잡고 나를 여기저기 열심히도 끌고 다녔다.
나는 때때로 슬펐지만, 그녀에게 손목을 붙들린 채 모든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고 가보지 못했던 곳을 거닐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을 맛보고, 예쁜 밤바다를 질리도록 바라보았다. 그 풍경 속에서 고단한 마음들을 꾹꾹 적어 내려갔다. 그 이야기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수작이 되었다. 내가 특별히 필력이 뛰어났거나, 그 여행지가 희귀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굳이 특별했던 점을 찾자면, 나의 제이는 언제나 멋지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점이겠지만.
여행 수기든, 에세이든간에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데다, 그것들을 퍽 싫어하는 주제에 무턱대고 써버린 나는 늘 내 글을 의심했다. 이거 이렇게 쓰는 거 맞아? 여행 에세이라고 불러도 되는 거야? 어째 이단 같은데…?
덕분에 나는 ‘여행 에세이를 잘 쓰는 법’ 따위에 관심이 생겼다. 이미 다 써놓고 때늦은 관심이라니, 참 고약한 취미다.
그러던 와중, 브런치 어느 작가님께서 내게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책의 독후감을 써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물론 나는 글 편식이 아주 심하니까 확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이번 겨울에 제주도를 가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 참 공교로운 타이밍이었다. 내게 독후감을 요청했던 그분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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