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갑자기 나를 깨워, 열이 도무지 내리지 않는다며 응급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다. 새벽 네 시였다. 굳이 나를 깨우려던 건 아니었다고 한다. 다만 내가 먼저 깨어 놀랄까 봐, 그래서 깨웠다고 말한다. 옆자리가 비면 금세 악몽이나 꾸는 몹쓸 허깨비 같은 몸뚱이니, 현명한 판단이다.
그래도 그건 아니지. 우리가 아무리 이 꼴이 되었다 한들, 일요일 새벽 네 시에 홀로 응급실에 가겠다니. 내가 당신에게 그간 그렇게나 무심하게 굴었나… 한숨을 몰아쉰 나는 그에게 잠시 기다리라 말한 뒤, 대충 걸쳐 입고 주섬주섬 노트북을 챙겨 나왔다.
그는 B형 독감을 확진받았다. 그러게 예방접종 맞으랄 때 좀 맞지, 당신은 꼭 내 말을 안 듣더라고. 응급실에 다녀온 그는 내게 “같이 다녀와 줘 고맙다”라고 말했다. 나는 문득 목구멍이 서럽게 치미는 기분이 들었다.
고작 이딴 걸 왜 고마워 해, 당연한 거잖아. 당신은 내가 아팠던 수많은 날에 이보다 더한 걸 했었잖아. 그때 나는 당신이라면 평생을 의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 마음이 당신의 온 마음이라고, 그저 진심뿐이라고 그렇게 믿었던 날들이 분명 내게도 있었던 거야. 실은 아픈 사람과 오래 함께하는 게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겪어봐 모르지 않으면서도, 나는 바보처럼 당신이라면, 우리라면 가능할 줄 알았던 거지.
그는 타고나길 면역력이 약해 컨디션 관리에 소홀하면 곧바로 열 몸살을 앓는 편이었다. 분명 나 또한 그다지 튼튼한 몸뚱이는 아니건만, 2~3주에 한 번씩은 꼭 앓아눕는 그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그에게 무언가를 ‘함께’하자고 요구하는 것조차 죄악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에 반해 나는 사회초년생 때 갖게 된 고질병을 제외하면 타고난 면역력 자체는 좋은 편이라, 열감기로 크게 앓는 일은 2~3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다. 다만 벼락처럼 갑자기 다가오는 병에는 면역이 없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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