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팔아먹는것에 대해ㅡ
[브런치 작가 멤버십 서비스에 신청하세요!
작가님들의 창작동기를 높이고, 우수한 콘텐츠를 지원합니다ㅡ]
그렇지. 여기도 결국엔 자본주의 시장의 원칙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플랫폼이니까. 오히려 이런 구독형 수익모델 출시는 한참이나 늦은 편이었다.
[신청 조건: 구독자 30명 이상. 최근 3개월 내 글 3개 이상]
음. 감사하게도 이 조건들도 충족 가능.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쭉쭉 읽어 내려가던 나는, 순간 어떤 벽에 부딪혀 그 밑에 손가락으로 죽죽 낙서나 긋는 심정이 되었다. 그러니까ㅡ 이 새로운 수익형 모델이란 게, 독자 한 명이 작가 한 명을 오롯이 선택해서 직접 구독하는, 이른바 “원앤온리” 방식이라는 거지?
왜? 음... 그러니까. 이런 방식은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데?
차라리 멤버십을 선택한 독자들이 월 통합 이용료를 내고, 모든 멤버십 작가의 글을 제한 없이 읽을 수 있다면. 어느 날 내가 보던 작가의 글이 성에 차지 않더라도, 또 다른 글자의 바다로 자연스레 유영하면 된다.
세상엔 글을 좀 쓴다며 ‘내 글을 봐주세요’ 하는 글쟁이들은 너무도 많고, 그들을 가볍게 향유하든, 진중하게 담아 읽든, 그것은 당신의 선택일 테니. 그저 조금은 더 고민하고 퇴고했을 글들을, 조금은 더 돈을 내고 소비하면 되는 것이다.
작가로서도 그러하다. 차라리 수많은 플랫폼에서 운영하는 [3주 미리보기] 서비스를 도입했더라면, 유료 구독자와 무료 구독자 간의 다른 콘텐츠를 개발할 수고보단, 보다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문장을 더 아름답게 다듬는 시도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한 번 멤버십 글로 발행 된 글은 설정을 바꿀 수 없다’라는 규정이 발목을 잡는다. 그렇다면, 이 멤버십 서비스를 미리보기 형태로 운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매주 멤버십 전용 글로 발행하고, 다음 주엔 그 글을 삭제한 뒤, 다시 무료 버전으로 새로 써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게까지 했을 때 전쟁 같은 이 인터넷에서, 노출 구조와 알고리즘이 뒤엉키는 걸 과연 감당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되고?
이곳에서 시간을 들여 글을 창작하는(혹은 나처럼 싸지르고 있든간에) 이들은, 결국 하고 싶은 말이 있기에 존재한다. 그들의 문장과 문단은 읽는 사람이 존재함으로써, 허공을 부유하지 않고 단락을 이루고 감정을 전달한다. 그것이 비록 댓글 하나, 라이킷 하나 없는 침묵일지라도. 이곳에 ‘조회수 0’인 글은 없다.
그러나 멤버십 구독자가 없는 작가의 글은 어떨까ㅡ 물론, 유명하면 그의 똥마저도 비싸게 팔린다지만. 예컨대 “저를 멤버십 작가로 구독하시면 이 아래의 내용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당신의 천만 원을 10억으로 불려 줄 재테크의 엄청난 비밀을요!” 따위의 강력한 훅이 없다면, 그 글은 영영 읽히지 못한 글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문장 앞에서 밀고 당기느라 진이 빠져갈 그들의 글은 어쩌면, “사랑합니다. 고객님” 이라 말하는 서비스 직원의 말에 대꾸하지 않는 우리처럼,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되어버릴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작가 또한 모르지 않기에, 시작도 전에 잔뜩 짊어진 부담감이 어깨를 무겁게 한다.
나는 사업을 했다. 사실은 사업이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구멍가게 수준이었지만ㅡ 제품을 개발하고, 홍보하고, 서비스 응대까지. 전부의 과정을 혼자 했다. 그때의 나는 아주 욕심이 많아서, 상업성과 포기할 수 없는 퀄리티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 늘 어려웠다. 공장에서 대충 떼다가 파는 것이 아니라, 내 손끝에서 하나씩 정성껏 태어난 작품들을, 내가 조금 덜 벌더라도, 심지어 손해를 보더라도. 이 거대한 범람 속에서 나를 찾아준 감사한 당신께 온전히 도착해, 기쁘게 사용되기를 바랐다. 그러니까, 나는 그때부터 이미 장사하기엔ㅡ 글러 먹은 사람이었다.
멤버십 작가 승인을 기다리며,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몹시 고민스러웠다. 원래 이런 신규 서비스는 먼저 치고 나가는 사람이 파이를 더 크게 가져가는 법인데ㅡ. 무엇을, 어떻게 써야 내 이야기를 하면서도 ‘팔리는 글’이 될 수 있을까? 꼬리를 문 고민에, 주변에 조언을 구하는 것 또한 망설이지 않았다.
“지금 쓰고 있는 브런치 북 말고 새로 기획해 둔 건 없어?”
“있어. 그런데 지금 쓰고 있는게 심력을 많이 소모해서, 한 번에 두 개씩 연재할 자신이 없어. 게다가 곧 공모전 시즌이라 이마저도 호흡을 앞당겨야 할것 같아.”
“전체적으로 듬성듬성 이야기를 풀고, 유료 버전에서 상세하게 다뤄보는 건?”
“그거, 무료 구독자 입장에선 내 글이 굉장히 형편없어지는 행동이잖아.”
“당연하지. 무료 서비스보다 유료 서비스의 퀄리티가 높아야 하는 거 아냐?”
“어… 그렇기는 한데ㅡ 나는 그 어떤 글도 퀄리티를 떨구고 싶진 않아.”
하물며 남편은 내 유료 버전의 글을 읽지 않겠다고 미리 선언했다.
“어차피 돈 벌려고 쓰는 글일 텐데, 나까지 돈을 내면서 글을 읽으면 의미가 없지 않겠어? 당신의 은밀한 취미가 되겠네.”
“뭐? 하하, 정말 어이없네. 좋아 당신이 안 본다니까 당신 험담이나 실컷 써야겠다.”
이쯤의 실없는 농담이 오갔지만ㅡ 나는 여전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여전히도, 뭔갈 팔아먹는 데에는 영 소질이 없는 내가, ‘팔리는 글’이란 걸 어떻게 써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팔릴 글만 쓰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읽히기를 바라고, 이 마음이 닿기를 바라고, 당신의 기억 어딘가에 잠시라도 남기를 바랄 뿐이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는 못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ㅡ 나는 한 번쯤 시도해 보겠다.
부디 이 솔직한 마음이, 예쁘게 닿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