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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 왜 보세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가 되었습니다.

by 마른틈

아, 이 얼마나 도발적인 제목인가요.

그런데 사실 저는 늘 이 질문을 하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실제로 친한 지인들한테도 꾸준히 묻곤 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제 글은 꽤 개인적이고, 또 주관적이고, 얼마쯤의 아집이 똘똘 뭉친 글의 표본이라 생각하거든요.


글을 쓰면서 늘 했던 고민 중 하나를 솔직히 꺼내 보자면, 저는 '불행팔이소녀' 혹은 '불행포르노 양산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많은 경험과 그로 인해 겪었던 감정들을 최대한 진솔하게 풀어내려 하다 보니, 제게 돌아오는 응원과 위로가 어쩌면 동정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어 부끄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브런치 작가 신청 당시, 그들이 "어떤 글을 쓸 것이냐"라고 묻기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삶이 늘 즐거울 수만은 없어서 모진 풍파를 겪겠지만, 그 모든 상처를 '관계'를 통해 회복하는 글을 쓰고 싶다"

참으로 그 포부에 맞지 않을 멍청한 고민이 아니겠습니까. 그럴싸해 보일지도 모르는 저의 글 뒤에는 이렇게 모자란 마음이 여전히 숨어있습니다.


이제 이곳에 발을 들인지 딱 4개월 차에 접어듭니다.

그동안 저는 바깥에 관심 두지 않고 내 글만 끄적이는 고집스러운 인간이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이 아집이 똘똘 뭉친 글을 보겠다고 구독해 주신 분들이 벌써 900여 명에 다다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좋은 건 한번 더 자랑

그리고 드디어 에세이 크리에이터 뱃지를 받았습니다. 짜잔!

꽤 오랫동안 이 뱃지를 갖고 싶었는데 기준을 알 수가 없어 애만 태우다, 이 알람을 받고 너무 놀라 갑자기 무릎 꿇고 앉아버렸답니다 '-`낄낄




이곳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곧 독자인 곳이기에 저의 지난한 감정이 담긴 문장 너머의 숨겨진 마음까지 헤아려주시는 온정한 당신들에게 언제나 고마움을 느낍니다.


어느 분은 저의 글을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죠.

"어떤 글에선 심연 끝까지 내려가있다가, 다음 글에선 튜브 위에서 유쾌하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어서 스펙트럼이 너무 커서 헤매었다."

저를 아주 제대로 파악하신 것 같아서 웃음이 났습니다.


또 다른 분은,

"이를 악물고 읽어야 하는 아픈 이야기들과 자신의 삶에 대한 시선과 태도에 대해 담담히 써 내려가는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며 저를 추천 작가에 올려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이를 악물다'라는 표현을 종종,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이런 마음을 글로 써보고 싶어 졌다"라고 말해주실 땐, 제가 감히 누군가의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어안이 벙벙해지기도 했습니다.


언젠가는,

"이해하기 쉽고 알맞은 단어를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해서 읽기가 편하다"라는 기술적인 피드백에 힘입어 더 다양한 단어를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주로 듣는 말은 "가독성이 좋다"인데, 아마 제가 수없이 읽고 또 읽으며 고치는 노력을 알아봐 주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여 충만한 보람을 느낍니다.


저의 고집스럽고 불통한 글을 늘 읽어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저는 가끔은 꽤 슬프고, 무너지는 마음을 담은 글을 여전히도 쓸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어느 날의 변덕일 수도, 험난한 마음을 주워 담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그만큼 아름답고 찬란하여, 기꺼이 손을 뻗어 닿고 싶은 글도 쓰고 싶습니다. 기쁨과 슬픔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면서요.


그리하여 제 글이 어느 날에는 당신의 슬픔에 함께 잠기는 눅눅한 빗방울 같았다가,

또 어느 날에는 그 어깨를 내리쬐는 마른 햇빛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그래서 제 글 왜 보세요?

(돌아버린 의문점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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