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을 새울 때 적막이 견디기 어려워 백색소음이 필요하다. 어릴 땐 공부 때문에 그랬고, 근래에는 작업할 일이 있으면 그렇다. 그래서 내 OTT 계정에는 각종 드라마와 영화가 많이도 시청 완료되어 있다. 물론 그중 절반 이상은 내용을 모른다. 사실상 보지 않았으니까. ‘은중과 상연’도 그런 백색소음 중 하나였다. 근래의 나는 퍽 자주 아침 해를 보고 있으니, 다만 이런 내용인 줄 알았으면 아마…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보고 각자의 ‘상연’을 떠올리는 것 같다. 그 마음은 언제나 서툴고 배반적이다. 그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수 없을 만큼 사무치게 미운 당신. 그럼에도 끝내 그 마음을 부여잡고 미워할 수 없는, 나의 상연.
고백할게.
나는 사실 종종, 당신의 죽음을 상상해.
슬플까. 울고 있을까.
어쩐지 그 마음을 짐작할 수가 없어서 궁금하기도 해.
어쩌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나를 보며 사람들이 손가락질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
다만 확신하건대 조금은 화가 날 것 같아.
내가 과연 당신에게 내 지난한 마음을 전했을까.
그랬다면 당신은 무어라 말했을까.
죄책감에 몸서리쳤을까. 아니면 끝내 그마저 부정하였을까.
어쩌면 나의 고백이 당신 떠나는 길에 유일한 미련으로 남았을까.
이 모든 마음이 두려운 나는 고민 끝에 또다시 그 마음을 삼켜냈을지도 모르지.
나는 가끔 당신의 흔적이 흩뿌려진 바다에 찾아가는 상상을 해.
살아있는 당신을 온전히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그래.
당신은 숨이 막히는 것은 두렵고 고통스러우니 화장해 바다에 뿌려달라 했잖아.
그토록 그리워하던 홍도면 좋을까.
차마, 그 불쌍한 꼴을 들키고 싶지 않아 참아온 세월이었잖아.
나는 아마 그 바다를 보며, 살아가는 내 눌러 삼켰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당신에게 건넬 거야.
너울지는 파도 소리에 기대어 응어리진 마음을 꺼내고, 말하고, 울부짖다가 지쳐 쓰러질지도 몰라.
그리고는 당신이 사랑했던 풍경에 대고 이제 편하냐고 묻겠지.
그렇게 남겨진 마음은 또다시 나의 몫이 될 거야.
아ㅡ 나는 또 예기치 못한 순간의 파도에 무력해지고 말았어.
이 부끄럽고 반인륜적인 마음을 숨길 수가 없어서
그저 의도치 않게 목격해 버린 어느 이야기를 원망할 뿐이야.
상연아,
너의 미련은 무엇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