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례한 글이 싫다. 정말 싫다. 그 글은 ‘글’ 일 수도, ‘댓글’ 일 수도, ‘편지’ 일 수도 있다. 혹은 무심코 보낸 ‘메시지’ 일 수도 있다. 몇 글자에 불과하더라도, 활자로 이루어진 것은 모두 글이다.
이 글을 쓰기까지 꽤 오랜 고민이 필요했다. 무례가 싫다면서 정작 내가 쓰는 글이 무례가 아닐까 하여. 그래서 한동안 이 시리즈의 연재를 중단해 버렸다. 결코 좋은 감정으로 쓸 수 없을 듯해서. 지금도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몇 달간 글을 쓰며 생긴 가치관을 믿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나는 생각보다 자기 객관화가 매우 잘되는 인간이다. 글을 적당히 읽기 좋게 쓰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하는 대신, 그런 오만이 우매함의 정상이라는 것도 정확히 안다.
근래에 신작 원고를 집필하면서는 진도가 나지 않는 것이 화가 나, 몇 번이고 원고를 휴지통에 처박고 싶었다. 그러나 ‘쓰는 행위’ 자체에 감사하던 초심을 잃은 것이 자못 서러워, 며칠 밤을 새우다가 푸드덕 파드덕 졸아 재끼는 꼴이 꼭 병든 닭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나를 꽤 잘 알고 있기에 굳이 남의 피드백을 받지 않는 독불장군이라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나의 슬픈 이야기에 대한 어떤 말도 감정이 하염없이 무너져서, 선의의 말에도 상처받을 수 있음을 알아서 그랬다. 그들은 언제나 응원과 위로의 마음을 건넸으나, 아직 진행형인 나의 마음이 그것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응원과 위로마저 그럴진대, 피드백은 어떻겠는가. 말이 좋아 ‘피드백’이지 당신의 문학적 감상평 따위를 듣고 싶어 쓴 글이 아니다. 그 글은.
어느 날엔가 메일을 한 통 받았다.
“다듬어야 할 부분들은 보이나, 재능 없이 쓰는 문학이라 할 수 없는 저급한 일기들이 범람하는 와중에 발견한 원석 같은 글이라 응원합니다.”
그날은 엄마에 대한 아픈 마음을 피 토하는 심정으로, 나의 인생을 걸고 꺼내 쓴 날이었다. 긴장감에 배도 아프고 몇 날을 이어온 스트레스에 정신이 혼몽함에도,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던 새벽. 불청객처럼 찾아온 메일에 “그럼에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답장을 보내던 거짓된 마음을 아직도 기억한다.
내 글을 좋게 봐주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죄송한데요, 사실은 하나도 감사하지 않았어요. 진심으로 불쾌했어요.
글에 대한 지적으로 기분이 상했던 건 단언컨대 결코 아니다. 실로 그 이후 수백 번은 다듬었으니, 틀린 지적도 아니었다. 내가 화가 난 이유는 나를 칭찬하기 위해 다른 이들의 글을 깎아내리는 그의 태도였다. 나는 그가 현실에서 얼마나 대단한 문학적 인사인지 모른다. 허나 중요한 건 나도, 이 플랫폼의 다른 누구도 그에게 피드백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요구한 적 없는 피드백은 폭력이고 무례다.
이 플랫폼은 참 다양한 글이 올라온다. 에세이, 소설은 물론이고 일기, 레시피, 노래, 뉴스…. 글을 조금 쓸 줄 안다는 사람들의 블로그나 진배없으니 놀라울 것도 없다. 어떤 이는 대충 끄적이며 스트레스를 풀고, 또 다른 이는 진지하게 포트폴리오를 쌓아 작가를 준비 한다. 나는 다만 ‘대충 끄적인 글’조차도 의미 없는 글은 없다고 믿는 낭만주의자다.
나는 이곳에 와서 심심찮게 이런 말들을 보았다.
‘에세이는 아무나 막 쓸 수 있다.’
‘대충 문법도 작법도 무시하고 온갖 미사여구만 예쁘게 늘어놓으면 잘 팔린다.’
아, 역시 무례하다. 물론 생각은 자유니까 그 생각 머리가 당신 머릿속에만 들어있다면, 그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다만 펜을 들어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순간, 당신의 손을 떠난 그 글이 불특정 다수에게 닿을 것을 고려하지 않는 무례는 그만 삼가 주길 바란다.
설령 정말 예쁜 말만 잔뜩 늘어놓은 글이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그 마음에 닿아 위로가 되었다면 그 글은 충분히 존재 의미가 있다. 글과 문장이라는 건 읽는 이가 존재하는 순간 가치가 생기는 것이니.
만약 어떤 글이 시장성이 없다면 출간이 되지 않을 문제고, 문법과 작법이 엉망이라면 문학상에서 제외될 일이지, 일개 개인이 평가질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펜대는 칼날과 같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글 쓰는 행위로 타인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
그러니 함께 글을 쓰는 당신들 또한 그리하여 주길 감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