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똑같은 정규 교육과정을 밟으면서도 굳이 대치동 학원가로 몰리는 이유를 아는가? 지방보다는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에 있는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위장전입까지 서슴지 않는 현실은 어떠하고? 그건 바로 그곳이 우리나라 입시정보에 있어 가장 빠르고 정확한 소식을 손에 쥘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일 터다.
그렇다면 그곳에 입성하기만 하면 끝일까? 지난해 어느 학원이 서울대에 몇 명의 학생을 보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사교육의 위상. 알음알음 퍼지는 “그 집 첫째가 무슨 활동을 어떻게 했다더라”라는 입소문. 그러면 여느 엄마들은 티켓을 끊어놓고 순번을 기다리며, 우리 집에도 그 비법이 전수되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현실. 이 우습기 짝이 없는 풍경들은 모두 정보가 권력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게임에서도 정보는 힘이다. 수많은 직업군에 따른 *스킬 트리, 레이드 보스별 공략법과 유리한 상성, 종결 아이템 세팅,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이벤트와 시세 정보… 그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리고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시간과 자원을 들여도 결과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현실과 다르지 않다.
다만 현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게임 속의 우리는 정보를 나누는 데 훨씬 관대하다는 것이다. 한정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입시와 달리, 같은 게임을 즐기는 동료라면 내가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 곧 재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호의가 습관이 되고, 관성이 되어 길들여지는 순간 문제가 된다.
“그거 어디서 사요?”
“퀘스트는 누구한테 받아요?”
“아이템 어디서 팔아요?”
“스킬 어떻게 찍어요?”
직접 찾아보려는 노력은 없고 손가락만 까딱이며 타인의 답만 기다리는 이들. 우리는 그들을 ‘핑거프린세스’라 부른다. 손가락만 튕기며 지시 내리는 왕족 같다는 뜻이다. (자매품으로 ‘핑거프린스’도 있다.)
이들은 끝내 ‘학습된 무기력’과 ‘의존성’에 갇혀 종래에는 스스로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 자체를 피하게 된다. 오롯이 타인에게 얻은 답에 기댈 것이나 그렇게 습득한 정보는 오래 남지도 못한다. 그리하여 직접 길을 찾아본 사람과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고, 그 습관과 관성은 결국 그 사람의 이미지가 되어 집단속에서 신뢰를 잃는다.
마른틈씨는 이 현상을 보며 부모와 자녀 관계를 떠올렸다. 흔히 ‘헬리콥터 부모’라 불리는 이들은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대신해 주며, 작은 어려움조차 겪지 않게 만든다.
물론 부모에게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할 의무가 있겠으나,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떠먹여 주는 과잉보호는 단 한 번의 실패에도 아이가 다시 일어설 수 없게 하지 않겠나. “아이가 아프니 조퇴시켜 달라”는 전화를 부모가 회사에 직접 거는 풍경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세상 속에서 직접 부딪혀 배울 기회를 빼앗긴 아이는 부모가 떠난 뒤 영영 덜 자란 성인으로 남을지 모른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적절한 좌절’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살아가면서 겪는 작은 실패와 어려움은 좌절을 극복하는 힘, 즉 회복탄력성을 길러준다. 그 힘이 있기에 우리는 실패 앞에서도 다시 일어서 독립된 성인으로 성장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게임이든 현실이든 중요한 건 남이 찾아준 답이 아닐 것이다. 스스로 답을 찾아내고 넘어지면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 그것이 곧 진짜 자립의 시작이다.
[SYSTEM: 상태 변화 발생]
"남이 찾아준 답은 더 이상 필요 없다."
▶ 디버프 : 학습된 무기력 → 해제
▶ 버프 : 자기 주도력 +1, 신뢰 회복 +1
*스킬: 캐릭터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능력. 보통 전투나 성장에 큰 영향을 주며, 선택과 조합에 따라 개성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