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체험학습과 체육대회 이야기
아이의 학교 입학 후 세 달쯤 지나면서, 아이에게 조금 특별한 날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교실을 벗어나 자연을 만나는 체험학습과 친구들과 함께 뛰고 노는 체육대회가 바로 그런 날들이었다.
요즘 SNS를 보면 알록달록 예쁘게 꾸민 도시락을 챙기는 부모들이 많다. 나도 가끔 ‘내가 만약 도시락을 싸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 하고 상상해 보곤 했는데, 직장 어린이집을 다녀서 도시락을 한 번도 싸본 적이 없고, 이번에도 도시락을 싸지 않았다. 걱정을 하긴 했는데, 솔직히 마음 한구석이 놓였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어릴 적 엄마가 정성껏 싸준 도시락을 들고 운동장에 앉아 먹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두가 부모와 함께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친구들과 마음껏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지금 방식에도 분명 장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험학습은 ‘숲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안내받았다. 처음엔 가까운 산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학교 바로 옆 공원에서 자연을 관찰하는 활동이었다. 아이에게는 교실 밖에서 수업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설레는 경험이었다.
아이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곤충과 풀, 꽃, 나무 같은 자연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선생님과 함께 자연 재료로 이것저것 만드는 체험도 했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날 본 것들을 하나하나 신나게 떠올리며 보여주었다.
“엄마, 애벌레는 이렇게 꿈틀꿈틀 움직여!” 하며 팔을 구부리고 땅을 기어가는 애벌레 흉내를 내더니, 이내 바닥에 벌러덩 누워 “공벌레는 이렇게 하면 동그랗게 말려!” 하며 몸을 둥글게 웅크리며 바닥에서 뒹굴었다. 어린이집 때는 이런 자연 체험 활동을 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에, 아이가 직접 만지고 느낀 것을 신나게 표현하기도 했다.
며칠 뒤 열린 체육대회도 아이에게는 특별한 날이었다. 아이에게 가장 기대되는 종목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달리기!”라고 대답했다. “연습도 했는데 2등 했어. 1등 하는 친구는 정말 빨라.”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는 “꼭 1등 아니어도 괜찮잖아. 그렇지? “하고 묻기에 나는 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응,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연습한 만큼 최선을 다했고 스스로도 만족하는 결과이면 그걸로도 충분해. 그래도 체육대회 날은 더 열심히 와다다 달려서 1등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이도 그 말을 듣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기대 섞인 말을 덧붙였다. “응. 알았어~!”
체육대회 당일, 아이는 반 친구들과 똑같은 반티를 입고 운동장에 모여 달리기도 하고, 피구도 하고, 줄넘기도 하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누가 제일 잘했는지, 누가 빨랐는지보다 먼저 나온 말은 “정말 재미있었어!”라는 말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종목을 하며 온몸으로 웃고 뛰어다닌 하루가 그 자체로 소중한 추억이 된 듯했다.
나는 직접 체육대회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는 자기만의 시선으로 하루를 충분히 경험하고 돌아왔다. 자연 속에서 관찰한 작은 생명들,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나눈 웃음, 그날 아이의 말과 몸짓에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학교 밖에서의 하루들이 아이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은 달라진 학교 생활 속에서 아이가 자기만의 특별한 추억을 쌓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학기 초보다는 훨씬 더 적응된 모습이고, 재미있어하는 일들도 많아진 것 같아 한편으로는 참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소소한 행복이 아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