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은 사람을 고치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만약, 환자가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라면 이야기는 어디까지 달라질 수 있을까.
<수상한 한의원>은 서울에서 잘 나가던, 돈과 성공만을 좇던 한의사가 부원장 자리에서 밀려난 뒤 시골의 한적한 동네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게 되며 시작된다. 인생의 방향이 틀어진 듯한 그 시점에서, 그는 귀신을 보는 능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귀신들은 그에게 아주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제안을 한다. 자신들의 한을 풀어주는 대가로, 인간 환자를 늘려주겠다는 유혹이었다.
귀신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결국 각자의 사연과 한이다. 억울함, 미련, 말하지 못한 감정들과 귀신들의 이야기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감정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소설은 공포보다는 공감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특히 인상적인 연출은 종이 색의 변화다. 주인공 귀신의 사연이 등장할 때, 현재와 과거에 따라 회색과 검은색 종이를 사용해 이야기를 구분한다. 시각적인 장치를 통해 감정의 무게와 시간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책 속의 문장들
“이루지 못해 원통하고 억울한 그 마음을 한이라고 하지.” (155p)
“다 죽어서 수술이 뭐야? 이걸 꼭 해야 해?”
“내가 아줌마 한, 다 풀어 줄게. 그러니 나만 믿고, 아니, 이 의사 귀신 선생님까지 믿고 가만히 누워 있으세요.”
승범의 말에 조근우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공실 귀신 환자분. 저만 믿으세요. 자, 개복하겠습니다.” (203p)
누군가가 죽고 없어진다는 게 살아남은 사람의 입장에선 그렇게 빨리 이해가 될 리 없었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383p)
<수상한 한의원>은 귀신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성공만 좇던 한의사가 귀신들의 사연을 들으며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 역시 이 소설의 중요한 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