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사라진 서점 / 이비 우즈

by 크랜베리

<사라진 서점>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어딘가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떠올렸다.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서점, 시간을 넘나드는 비밀의 공간 같은 설정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법도, 환상적인 장치도 없는 아주 현실적인 여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초반에는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언제쯤 재미있어질까?”

“어디에서 반전이 나올까?”

라는 생각을 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큰 파동 없이 잔잔하게 흐른다. 그러나 그 잔잔함 속에서, 오펄린이 살던 시대의 숨 막히는 공기가 점점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이젠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생겼건만, 여전히 집안 좋은 남자와의 결혼만이 살길처럼 여겨진다.”


이 문장은 오펄린이 살던 시대의 답답함을 단숨에 설명해 준다. 아무리 재능 있고 총명하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도, 남자가 제멋대로 처분할 수 있는 소유물처럼 여겨지던 시대. 오펄린은 그런 삶에서 도망치듯 런던으로, 파리로, 그리고 더블린으로 향한다.



하나의 서점, 두 시대, 세 사람


이야기는 아일랜드 더블린, 헤이프니 레인의 붉은 벽돌 저택에서 시작된다. 남편의 폭력에서 도망쳐 가정부로 일하게 된 마서. 그리고 에밀리 브론테의 사라진 원고를 쫓아 이곳에 도착한 헨리.


둘은 ‘분명 존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서점’을 추적하며, 100년 전 이곳에서 서점을 운영했던 한 여성의 삶과 마주하게 된다.


그 주인공은 오펄린. 결혼을 강요받던 집을 떠나,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일하며 헤밍웨이와 제임스 조이스를 만났던,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했던 여성이다.


그리고 그녀가 더블린에 열었던 서점은, 마서의 시대에는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있다.




마서와 오펄린


이들은 모두 각자의 시대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선택권을 빼앗긴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재능 있고 총명하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도, 남자가 제멋대로 처분할 수 있는 소유물로 취급되던 시대의 이야기.”


그럼에도 오펄린은 도망쳤고,

마서는 살아남았고,

서점은 기억으로 남아 또 다른 사람을 살게 만든다.




<사라진 서점>은 화려하지도, 빠르지도 않은 소설이다. 이 책이 말하는 ‘사라진 서점’은 사실 사라진 공간이 아니라, 쉽게 잊히고 지워졌던 여성들의 삶과 선택, 그리고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아쉬움에서 시작해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 이야기.

조용하지만 오래 기억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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