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을 앞둔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꽤 오래 고민했다. 방과 후 수업이나 늘봄 수업을 보낼까도 생각했고, 아이의 생활 반경을 조금 더 넓혀주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그러다 문득 1학년 때 다녀왔던 공개수업이 떠올랐다. 여러 아이들을 한 명의 선생님이 함께 지도하던 교실은 생각보다 어수선했고, 그 안에서 아이가 차분하게 집중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 모습을 떠올리다 보니, 당장 급하게 학원을 늘리기보다는 아이에게 조금 더 필요해 보이는 부분을 먼저 채워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여러 학습지를 하나하나 찾아보고, 직접 골라 구매해 매일 일정한 분량을 꾸준히 풀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집에서 학습지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다. 학교 친구들도 더 늘려주고 싶었고, 활동적인 운동이나 악기를 다루는 수업, 독서논술이나 공부방처럼 아이의 세계를 넓혀줄 수 있는 학원도 함께 고민했었다. 책 읽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고 싶었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더 늘려주고 싶었다.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지금 우리에게 가능한 방법이 무엇인지 조용히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원래하고 있던 영어와 미술은 그대로 이어가면서,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차분히 기본기를 채워보기로 했다. 1학년을 보내며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조금씩 보완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방학 동안 아이가 매일 학습지로 하는 건 수학, 맞춤법 받아쓰기, 그리고 구구단이다. 거창한 계획은 아니고, 매일 해야 할 분량을 미리 표시해 둔다. 내가 출근한 동안 아이는 혼자 학습지를 풀어둔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나는 채점을 하고, 어려워했던 문제를 다시 같이 풀어본다. 틀린 문제를 혼내기보다는 어디에서 막혔는지를 같이 찾는 데 시간을 쓴다. 온라인 학습도 하고 있는데, 채점하는 사이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하루의 마지막은 책 한 권 읽기로 마무리한다.
모든 할 일이 끝나면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놀이를 하거나, 잠시 게임을 하며 쉬는 시간도 갖는다. 공부만 있는 하루가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일부러 비워둔 시간이다. 학습도, 놀이도 모두 아이의 하루를 이루는 중요한 조각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누군가에게는 많아 보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적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건 남 들 만큼이 아니라 우리 아이에게 맞는 만큼을 기준으로 정한 분량이다. 나는 교육 전문가도 아니고, 무엇이 정답인지 아는 엄마도 아니다. 다만 아이의 성향과 패턴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내릴 수 있는 선택을 했을 뿐이고, 이 선택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지금도 여전히 고민한다. 그럼에도 내가 제일 중요하게 붙잡고 싶은 건, 아이를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에 맞춰 방향을 조정해 주는 일이다.
겨울방학은 무언가를 더 시키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와 나 모두 숨을 고르는 시간 같다. 육아를 하다 보면 정답처럼 보이는 방법들이 참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해지는 건, 정답은 늘 아이마다 다르다는 사실이다. 2학년을 앞둔 이 겨울, 나는 또 한 번 배운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아이의 속도를 믿어주는 일이고, 그 속도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도 함께 단단해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