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 때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배운 적이 없다.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는지는 어릴 때부터 꽤 많이 배웠었는데.
이를테면 학교나 회사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들 말이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정해진 시간에 나가는 일들.
그런데 하루를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는 늘 각자 알아서였다.
아이의 숙제가 끝나고 씻고, 밥을 먹으면 하루도 거의 끝난 셈이다.
그 이후의 시간은 보너스 같기도 하고, 잘못 쓰면 괜히 손해 보는 시간 같기도 하다.
예전의 나는 이 시간엔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줄이라도 써야 하고, 오늘을 정리할 만한 문장 하나쯤은 건져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가끔은 하루가 끝났는데도 끝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날 같아서 말이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이 시간에는 굳이 뭘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아이의 숙제를 끝까지 봐주고 함께 웃었다면 그걸로 됐고,
남편과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아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았다면
그 또한 최선을 다한 거다.
불을 끄기 전에 잠깐 앉아 있었다면 그날은 이미 하루가 접힌 셈이다.
이때 중요한 건 오늘을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쓸모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와 같은 질문들을 떠올리지 않는 것.
이런 질문들은 대체로 밤에 하게 되면 답이 이상해진다.
부작용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루가 실패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건 밤의 착각이다. 이런 증상은 불을 끄고 잠을 자면 대개 사라진다.
하루라는 건 생각보다 짧은 유효기간을 갖고 있다.
오늘은 오늘까지만 유효하고, 내일이 되면 아무 설명 없이 다른 하루가 새로 시작된다.
그러니 오늘 하루의 책임을 내일로 미루지 않으려 연습하고 있다.
대단한 문장이 없어도, 오늘을 요약하지 못해도, 이 정도면 충분했다고
혼자서 조용히 적어두는 방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연습이다.
이 방식이 완벽한 내일을 만들어 주지는 못하겠지만, 오늘을 완전히 놓치지 않게는 해준다.
그 정도면 꽤 괜찮지 않을까.
이렇게 접힌 하루는 눈에 띄진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날은 그렇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