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J) 엿보기

세발자전거

by 고무줄

제이는 또래들과 어울려 놀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유년시절에도 유치원, 초등학교를 마치면 방과 후 수업, 학원 등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세대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 같겠으나, 그 시절의 제이와 친구들은 아침을 먹고 뛰어나가며 하루 종일 우르르 몰려다니며 새로운 재밋거리를 찾고자 했다.


제이가 사는 동네에는 가까운 곳에 나지막한 산과 인공습지 지금도 **못으로 불리는 자연환경에 인접한 시골 동네이다. 기억 속의 습지는 당시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을씨년스럽게 보이는 정비되지 않은 습지로 그 깊은 심연에 괴물이 살고 있어서 늦은 밤, 혹은 우울한 날씨의 경우 뛰어올라 아이들을 잡아간다는 괴소문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유년기의 제이가 사는 동네는 습지 반대편에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은 오르막을 한참을 올라가야 나오는 자그마한 주택이었다. 물론 어린 제이는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가거나 장거리 외출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집 주위의 골목에서 동네 형아들 혹은 또래의 친구들과 사방치기, 딱지치기 등을 하며 놀러 다녔고 맞은편 습지에 대한 접근은 어머니 손을 잡고 올라타던 시내버스에서 바라보는 귀갓길에서의 어렴풋한 기억 정도이다. 어린 제이에게는 습지 바닥에 살고 있다는 무서운 괴물의 아가리를 마주하지 않으려는 의도하지 않은 공포심이 괴물과 함께 습지 바닥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억누르고 있었다.


제이가 뛰어다녀며 놀았던 골목은 천혜의 놀이터였다. 가끔은 자연 비슷한 환경에서 나오는 메뚜기, 쥐며느리, 쇠똥구리 등을 만날 때면 동네 꼬마들은 몰려가서 나뭇가지로 이리저리 굴려보고, 방아깨비 등은 잡아서 그 나약한 곤충의 다리가 떨어질 때까지 들고 다니며 괴롭히는 것이 그 악동들의 재미이고 소일거리였다.

그러다 심심하면 친구들을 데리고 좁은 집 마당으로 들어가 군데군데 녹이 슬고, 삑삑 소리가 나는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진 어린이 철제 그네를 탔다. 쓸데없는 놀이거리를 탐색하며 골목으로 뛰쳐나가기 전에 체력 보충을 위해 어머니가 타 주시는 미숫가루 한 사발에 설탕을 많이 넣고 땀범벅이 된 얼굴로, 볼록 나온 배에 미숫가루를 흘려가며 큰 냉면 접시를 동네 형아들과 나누어 돌려 마시고는 냅다 다시 골목으로 뛰어나가는 천방지축 들이었다.


제이 집에 낡은 그네와 같이 돌아다니는 아주 작은 세발자전거가 하나 있었다. 그 세발자전거를 타고 더 어린 시절에는 하의를 입지도 않고 마당에서 아주 큰 머리를 한 개구쟁이 하나가 자전거에 앉아서 위풍당당하게 부끄러움을 모르고 찍은 사진이 지금도 아주 오래된 기억 혹은 낡은 사진첩에 있을지도 모르는 그 세발자전거였다.


하루는 제이가 동네 형들과 보내는 시간에서 왜 그날은 세발자전거를 집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갔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으나, 뒤뚱거리며 옛 철제 대문 턱을 겨우 넘겨서 들어 올린 세발자전거를 끌고 비뚤비뚤 비포장 골목길에서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다.

당시의 아지트에서 동네형들은 유년의 제이 (아마 5살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되는)의 세발자전거를 얻어 타보기도 하고, 당시 형들이 탈 수 있는 크기의 자전거가 아녔음에 이내 싫증을 느끼고 제이를 세발자전거에 앉혀 별별 놀이를 다해보고 있었으나, 예상과 같이 금세 관심을 끄는 놀이 대상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우리 큰길에 갈까?"

"그래, 그래."


집 앞 골목길에 싫증을 느낀 악동들은 이내 우르르 흙먼지를 일으키며, 큰길 쪽으로 내달렸고, 그 무리의 막내 정도였던 제이는 열심히 않아서 잘 굴러가지도 않는 세발자전거를 낑낑 거리며 끌고 형들이 달려 나간 큰길 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흙길은 정비되지 않은 돌부리, 울퉁불퉁한 바닥 등으로 인해 형들이 멀리 멀어져 가는 모습에 제이는 조바심을 느끼며 속도도 나지 않은 세발자전거를 원망하면 열심히 형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형아들, 기다려"

징징 거리며 달려가는 세발자전거와 제이의 낙오는 이미 형아들에게는 별 관심대상이 아니며 자기들끼리 키득키득 재밋거리를 찾고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한참을 지났을까 제이는 살짝 골이 난 기분으로 겨우 형아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고 세발자전거를 끌고 나온 결정을 후회하고 있는 찰나에 한 동네 형이


"제이, 자전거 신나게 태워줄까?"

'무슨 의미야?' "응."

"그래 저리로 가보자."


형아들은 제이를 자전거에 태워서 신나게 포장도로에서 씽씽 뒤에서 밀어주었다. 좀 전에 흙길과의 사투에서 꼬마 제이가 원망했던 자전거는 이제 제법 신나는 놀이도구가 되어 아스팔드 도로를 재밌게 달려 나가는 중이었다. 제이도 빠르게 달리며 만족스러운 자전거 놀이가 싫지는 않았고, 형들도 제이와 자전거를 밀고 당기고 나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무리들이 당도한 곳은 큰 도로에서 집으로 가야 하는 이면도로의 정상까지 진출한 것이다.


습지 옆에는 당시 제법 큰 시장이 있었고 제이는 가끔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서 콩나물이며, 달걀이며, 진짜 운수가 좋을 때에는 제대로 된 시골통닭(지금의 치킨은 그런 맛을 내는 치킨이 없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을 얻어먹을 수 있는 시장이 있었다. 그 시장에서 장을 본 후 검은 비닐봉지에 장 본 물건을 담아서 어머니의 잰걸음을 따라 열심히 뒤뚱뒤뚱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고, 그 횡단보도를 지나 한참에 경사로 이면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제이가 사는 자그마한 주택들이 몰려있는 흙길의 도로와 연결이 되는 것이다.


제이와 또래들은, 그 경사로 이면도로까지 진출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세발자전거를 타고 형들과 경사로까지 진출한 제이는 집 마당, 흙 골목길에서 타는 세발자전거와 달리 아스팔트 길에서의 자전거 타기에 신나고 있었으며, 형들 또한 밀고 끌고 달리는 세발자전거 놀이가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한 형아가 얘기를 한다.

"더 신나게 탈래?"

"그래. 응."


왜 그랬을까?

형들이 동의하는 제이를 밀고 경사로의 정상에서 서 있는 것이다. 지금도 제이는 기억하고 있다. 정상에서 보이는 큰길 너머 시장에서 사람들이 장을 바쁘게 보고 있으며 횡단보도 앞쪽까지 늘어앉은 시장상인들의 자판에서 앉아서 두부, 콩나물, 튀김 등을 파는 아주머니, 할머니, 기분 좋게 술 한잔 걸치고 다니는 동네 상인들, 아저씨들. 약 50m 경사로 정상에서 제이는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순간, 제이의 세발자전거를 시장 쪽 큰 도로를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제이는 자전거 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다.

제이의 자전거는 점점 더 가속을 붙이며 시장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와~"

제이는 자전거에 앉아 앞바퀴 페달에서 발을 번쩍 하늘 방향으로 들고 외마디 비명인지, 속도에 대한 즐거운 환호인지 모르는 소리를 지르며 내달리고 있다.

정확하게는 기억하지 못하나, 뒤에서 제이를 밀어주던 동네 형아들은 순식간에 뿔뿔이 흩어져서 흔적을 감추었다.

제이와 세발자전거는 경사로를 빠르게 달려 삽시간에 내달렸고, 어느새 제이와 세발자전거는 쌩하고 큰길에 진입하고 있었다.


나름 번화한 대로변(편도 2차로 이상이었을 것 같다.)에는 덜컹거리며 버스가 피곤한 소시민들을 태우고 대낮의 시간을 느리게 운행하고 있었다. 당시의 차량 운행은 지금과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중소도시에서 비교적 큰 도로에 인접한 시장 앞 대로인지라, 교통량은 제법 되었다.

시장에서 자판과 그 횡단보도 앞에서 도로 경사를 보던 어른들이 '어~어~' 소리를 치며 당황 하거나, 멍한 눈길로 빠르게 내려오는 제이와 세발자전거를 바라보고 있다.


"와 아아아아아 아"

신나는 소리인지 비명인지 모를 제이는 가속도의 법칙에 따라 브레이크도 없는 세발자전거를 타고 대로를 건너가고 있으며 그 횡단하는 세발자전거의 앞뒤로 피곤과 더위에 지친 차들이 교차하는 장면이 마치 영화 속 슬로비디오 효과처럼 스쳐 지나갔다.


무사히 건너간 세발자전거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내려간 제이, 시장 앞에서 쿡하고 굴러온 세발자전거를 보고 어른들은 망연자실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더운 날의 버스는 느리지만 사람들을 태우고 매연을 뿜으며 지나가고 다음 손님들은 타고 있으며, 자동차들이 요란스럽게 빵빵 거리며 큰 대로를 지나치고 있다.


멍하니 앉아있는 제이를 알아본 동네 아주머니가 놀란 눈으로 달려와서 제이와 세발자전거를 끌고 경사로를 힘겹게 올라간다. 제이는 왔던 경로를 돌아 동네 아주머니에게 연행되어 어머니에게 인계되고 어머니는 자초지종을 듣고는 털썩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시며, 빗자루로 제이에게 몽둥이질을 선사한다.


제이는 그때를 기억한다.

"와~" 하고 신나게 내려가는 세발자전거의 속도, 앞뒤로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스침, 매연, 동네 상인들의 시끄러운 소리, 놀란 표정


제이는 저녁으로 일찍 된장찌개를 먹고 잠자리에 누워 미로에서 괴물에 쫓기는 꿈을 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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