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는 어떻게 아파트 6층 집까지 들어왔을까?

by 고무줄

8월 1일의 아침 여름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코로나로 지친 일상이지만 이제 시민들도 사회생활에 적응해 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삶에 고통받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해서 예전처럼 밝게 웃을 수 있는 세상이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일요일. 집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에는 괜히 마음이 분주해지곤 합니다.

늘 그렇듯이 아침에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재활용 쓰레기를 분주하게 정리하곤 합니다. 재활용 쓰레기의 양을 보면 지난주 한주를 살아온 생활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종이박스, 플라스틱 용기, 비닐 포장지, 스티로폼 박스 등 우리가 살아오면서 소비해 온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지난주 우리 집의 지출을 가늠해 보기도 합니다.

물론 가장 큰 걱정은 저 많은 쓰레기를 우리는 어떻게 처리하는가? 우리나라는 어떻게 처리하는가? 이 지구는 저 많은 쓰레기를 어떻게 하는가? 하는 근원적인 근심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오늘도 그 많은 쓰레기를 아크로바틱 한 쌓기를 통해서 녹이 덕지덕지 생긴 저의 낡은 캐리어에 잘 쌓아 올립니다. 개인적으로 그 많은 쓰레기를 잘 쌓아 올려 한번에 재활용 쓰레기 모은 곳에 처리하는 게 개인적인 일요일 아침에 사명입니다.

재활용 쓰레기 정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제 매의 눈초리에서 빠져나갈 뻔한 재활용 쓰레기 무리를 발견합니다.

물로 채워진 아이스팩.

지난주 지나치며 저 많은 아이스팩이 우리의 한동안 섭취한 식재료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서 우리 식탁에 올려 주었겠구나, 이제 그 긴 여정을 마치고 수북이 쌓여 있는 아이스팩을 정리해서 치워야겠구나 생각하던 차에 아이스팩 더미를 치워야겠다고 생각하며, 담겨있는 작은 플라스틱 용기를 드는 순간

'청개구리'

출처: 인터넷 (당황해서 실물 청개구리 촬영 실패ㅜ)

딱 사진과 비슷하게 생긴 청개구리 한 마리가 아이스팩 위에서 아주 건강하게 발견이 되었습니다. 물론 순간 살짝 당황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지나쳤습니다. 이를 어쩌나, 변기에 버려야 하나, 창밖으로 던져야 하나, 당황하며 아이스팩 정리보다 청개구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찰나, 건강한 우리 청개구리는 뛰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아이스팩 위에서 평화로이 일요일 아침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지축이 요동치는 진동과 거대한 인간이 자기 터전을 침범하니 도망을 가야겠다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아이스팩으로부터 1차 도약을 하고 난 장소는 주방 매트 위에 안착하고, 두리번거리면서 다음 도약 장소를 찾아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개구리"

외마디 외침을 들은 아내는 더 당황해서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발견한 사람이 최후 해결을 해야 하므로 손으로 청개구리를 잡으려고 하는 찰나,

"안돼. 비닐장갑이라도 끼고 잡아야지."
마음속으로 나도 그러하려고 했다고 생각했지만, 입으로 말이 나오는 것보다 열심히 도약을 하고 있는 청개구리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려고 정신을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얼른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감각을 집중하여 청개구리 안전포획에 돌입합니다. 혹시라도 청개구리가 인간의 포악한 손아귀 힘에 다치지 않을까 조심하면서 포획작전에 돌입해 보는데 청개구리의 도약과 탈출 시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두세 차례의 포획과 탈출이 치열하게 공방한 끝에 마침애 안전하게 비닐장갑을 낀 손 안으로 청개구리가 포획이 되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당황한 채로 창쪽으로 다가가는데

"안돼. 여기서 던지면 죽잖아!"

네. 저는 6층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벼운 청개구리가 던져도 살지 않을까 하는 바보스러운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아내의 얘기에 동의하고 어떻게 할까 하는데

"1층에 나가서 보내주고 오세요."

재활용 쓰레기 정리가 청개구리 탈출 작전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청개구리가 비닐장갑을 낀 손 안에서 꿈틀꿈틀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참 오래간만에 느낀 청개구리의 감촉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청개구리뿐 아니라, 개구리도 열심히 잡으러 다니면서 자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명체라 아이들의 놀이 대상이 되어주곤 한 개구리인데 말입니다. 지금은 개구리를 만나는 것은 시골이나 자연으로 한참 들어가도 개구리를 보기가 힘든 세상이 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아파트 1층에 도착해서 이 작은 청개구리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일까? 두리번거리기 시작합니다. 여름이 깊어지면서 한동안 메말랐지만, 다행스럽게 이틀 전 밤에 소나기가 잠시 내려 다행이다 생각합니다.

조심스레 손을 펴서 우리 집에 잠시 머문 청개구리를 1층 수풀에 놓아줍니다. 작은 청개구리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을 하려고 하는 듯합니다.

잘 지낼 것이라 생각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작전을 마치고 원래 수행해야 할 재활용 쓰레기 탑을 조심조심 끌고 나가 일요일 아침에 처리해야 하는 나의 업무와 청개구리 탈출 작전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봅니다.

'아파트 6층에 어떻게 청개구리가 들어왔지?'

사실 제가 사는 아파트 1층 현관에 청개구리 한 마리가 현관 로비 쪽에 며칠 붙어있는 것을 몇 주 전에 저와 아내는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현관에 청개구리가 있네 정도의 느낌으로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그 아파트 현관 로비에 붙어있던 청개구리가 아내를 매개체로 해서 옮겨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근거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내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니면, 그 많은 택배박스에 탑승해서 우리 집으로 들어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일요일 아침 살짝의 소란이 지나고,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하는데 문득 우리 청개구리가 잘 지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우리 집 뒤편의 야산에는 다양한 새들이 둥지를 트고 이른 아침이면 요란한 소리를 내고 날아다니는 싸리나무 군락이 있습니다. 바로 그곳 초입에 우리 청개구리를 놓아주고 올라온 것이었습니다.

sticker sticker

물론 잘 지낼 거라, 아무 일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마음이 자꾸 쓰이는 것은 왜일까요?

자연에서 잘 살아가고 야산에 있는 새들을 잘 피하고 살아가기를 기원해 봅니다.

우리 청개구리가 돌아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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