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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순간, 말없이 마음을 전하는 방법 "곤돌라"

그대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 내 마음을 담아

by CRANKWITHME

영화 “곤돌라”는 한 시골 마을에서 산을 오고 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곤돌라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이 모든 장면이 무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성이긴 하지만 대사가 없는 것이고 음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웃음소리와 같은 음성은 영화 속에서 등장하며 주인공의 감정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이바”는 곤돌라의 새로운 승무원이 되어 같은 직장 동료인 “니노”에게 일을 배워 나간다. 니노는 곤돌라를 책임지는 남성과 체스를 신경질적으로 두며 그를 멀리하는데, 그러는 와중에 이바에게는 일을 충실히, 그러면서 또 재밌게 알려준다. 그렇게 이 둘은 곤돌라를 각자 운행하며 승객들을 운송한다. 이바와 니노는 두 개의 곤돌라가 엇갈려 지나갈 때 그제야 서로 인사한다. 그러면서 승강장에서 체스와 같이 각자의 방식으로 소통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이들은 곤돌라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고, 이는 승객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마음을 간이 곤돌라를 통해 전달하는 꼬마 남자아이는 진짜 곤돌라에서 꼬마 여자 아이와 만나게 되고, 승강장에서는 이바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곤돌라를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로 만든다. 그리고 이바와 냉랭한 분위기를 조성하던 승객도 결국 곤돌라 안에서 이바에게 마음을 열어준다. 거기에 휠체어를 탄 승객은 곤돌라 입장이 거부되지만, 마지막에는 이바와 니노의 도움으로 곤돌라를 이용하게 되면서 곤돌라의 의미는 더욱더 깊어진다.


이는 이바와 니노 사이에서 더 자주 보였다. 이 둘은 아주 잠깐 마주치는 그 순간에 서로에게 인사하며 소소한 시간을 보내왔는데, 나중에는 점점 커져서 과일을 던져주거나 각자 악기를 가져와 그 순간에 연주를 하며 서로의 호감을 전하기도 하고, 유혹하기도 한다. 그리고 곤돌라만의 특징을 활용해 사과도 하고, 그동안 곤돌라를 탑승한 승객들과 함께 연주도 한다. 이 모든 장면에는 대사가 없었고, 단지 배우들의 표정과 그 순간의 액션만 있을 뿐이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궁금했다. 왜 대사가 없는 것인지, 이 시대에 왜 굳이 무성을 차용해서 영화를 만들었는지. 그 합당한 이유가 있기를 바라면서 영화를 관람했다. 그렇게 영화 관람을 마친 후, 솔직하게 왜 대사가 없어야 했는지는 의문이 있다. 대사가 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 생각에 굳이 무성이어야 하는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기에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평화로운 자연을 여유롭게 향유하는 느낌이었고, 이바와 니노의 관계를 더 집중해서 바라봤으며, 말미에는 이 둘의 관계가 다른 영화보다 더 깊게 다가오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 간단한 대사가 더해지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계속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이유는 알 것만 같았다.


때로 우리는 많은 것을 갖춰놓고 시작하거나, 또는 모든 부분을 가득 채워서 끝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빠지기도 한다. 이는 아마 그래야 실패 확률이 적고,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좀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럴 때 과감하게 빼기를 시전 한다. 대사 하나 없는 이 영화도 관객에게 편안함을 주지만 감정 전달은 확실한 것처럼, 작품의 핵심 요소를 빼면서 관객이 짊어질 무게감을 낮추는 대신 그 여운은 더하는 것이다. 그게 아마 예술이자 문화인 것 같다. 누군가는 더하고 더해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려고 할 때, 용기 있게 혹은 무모하게 모자란 상태로 전시하는 것. 그 빈 곳은 관객이 채울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예술의 차원인 것 같다.


P.S. 이 시사회는 씨네랩 초청으로 관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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