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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꿈과 같아서, 꿈속에서 만날 "너와 나"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by CRANKWITHME


영화 “너와 나”는 2014년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등학교 학생의 전날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조현철”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처음 든 생각은 “영화가 어떻게 이렇게 섬세할 수 있을까”였다. 대사는 그 나이대 학생이 자신의 친구와 할 법한 말들로 채워져 있었고, 이야기의 전개 과정도 아기자기하고 몽환적으로 흘러갔다. 영화의 빛깔은 계속해서 일정한 톤을 유지하면서 꿈을 꾸는 듯한 인식을 주는데, 꿈인지 현실인지 지금에서야 이걸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인 건지 참 모를 일이었다.


거기에 뮤직비디오나 버스 안에서 잠을 자는 장면은 조현철 감독의 감정의 그 포인트를 건드리는 연출 능력을 알 수 있게 한다. 감독의 연출이 이렇게나 세심한데, 배우의 연기도 이에 제대로 호응했다. “김시은” 배우와 “박혜수” 배우는 고 2의 연기를 알맞게 소화했으며 “박정민” 배우 특유의 지질함도 너무나도 잘 돋보였다. 김시은 배우와 박혜수 배우는 고 2가 가질 법한 감정과 분위기를 그대로 들고 왔는데, 고 2가 고 2를 연기한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안산 출신인 박정민 배우는 등장만으로도 반가운데, 연기는 또 너무 잘했다. 행동 하나 대사 하나까지 모두 다 20대 초반 남성이 지니고 있는 어른도 아이도 아닌 지질한 사람을 그대로 표현해 내는데, 마치 본인이 그런 시간을 보내온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영화의 백미는 아무래도 영화의 끝에 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여러 시간대가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치 꿈같기도 하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나온다. 그 메시지는 그동안에 정말 많은 방식으로 전달된 메시지이지만 조현철 감독은 이를 너무나도 담담하고 소박하게 전한다. 이 메시지는 추모조차도 평가를 해야 하는 세상에서 그러지 못했던 순간이 부끄러워지게 만들기도 했다.


나는 지금껏 안산에서 살고 있다. 정말 어린 순간 안산으로 이사 온 이후로 2달 이상 안산을 떠나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안산이란 동네는 너무 익숙하다. 그랬던 동네가 이상해졌다. 그날은 내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군 입대를 5일 앞두고 고1, 2학년 담임 선생님을 만나러 학교를 불쑥 방문한 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날 친구와 늦게까지 게임을 하다 다음날 약속을 하고 집에 들어가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 잠깐 컴퓨터를 켜고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하면서 사고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방문해 선생님을 만났을 때 잠깐 얘기만 나눌 수 있었다. 그 회사가 안산에 있는 많은 고등학교와 계약을 맺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고 이후로 다른 선생님들도 다른 방안을 알아봐야 했고, 그래서 우리도 선생님과 오래 말할 수 없었다. 그러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뉴스를 뒤로 한 채 친구들을 만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7년이 되었다. 사회가 바뀌고 여러 일이 지나면서 세월호를 둘러싼 시선은 이상해졌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너무 과하게 반응한다고. 또 누군가는 이걸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나도 그들에 휩쓸려 객관적이고 공정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깨달았다. ‘내가 추모를 한 적이 있었나?’ 2014년부터 이 사고는 특히 이상한 일에 휘말리면서 제대로 된 추모도 못한 것 같은데 그게 벌써 11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누군가는 희생자들을 귀신 취급하고 누군가는 이제 잊자고 한다. 근데 우리가 그 사고를 정말 진실되게 추모하고 희생자를 기렸는지 모르겠다. 왜 그 이후에 대형 사고들은 끊이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날을 순수하게 추모할 수 있고, 다른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때까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이렇듯 문화는 과열된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들기도 하고 잊고 있던 것을 다시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영화 너와 나는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영화를 느낀 감각의 기억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다.


P.S.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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