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무하는 B급 코미디 속 피어나는 웃음꽃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러의 탈을 쓴 병맛, B급 코미디 영화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어떤 비디오테이프를 시청한 “김지연”은 귀신의 저주에 씌워지며 학교의 숨겨진 비밀에 대해 알게 되고, 살기 위한 간절함과 수능 만점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신의 친구들과 학교괴담에 기꺼이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학교의 개교기념일 날 귀신과의 숨바꼭질을 시도하며 귀신의 저주를 깨기 위해 노력하는데, 여기서부터 영화는 급격히 B급 코미디 영화를 지향한다. 물론 앞에서도 B급 코미디 요소는 많이 등장하지만 숨바꼭질을 하는 순간부터 등장하는 빈도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그때부터 유치해지기도 한다. 치밀한 빌드 업 끝에 터지는 개그가 아니고 단순한 반복이나 말장난, 허무한 코미디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데, 이런 코미디가 취향이라면 이 영화가 굉장히 좋게 느껴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짧은 러닝 타임이 정말 길게 느껴질 것이다. 다행히도 나의 취향과 이 영화의 코미디가 어느 정도 일치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완성도가 코미디처럼 허술하다고 보이지는 않았다. 감독이 B급 코미디에 조예가 깊어서인지 여러 파격적인 장치들을 많이 설치해 놨고, 그게 이 영화의 B급 코미디 콘셉트 유지에 큰 도움을 줬다.
거기에 이 영화는 요즘 콘텐츠의 필수 덕목인 하찮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숏폼이 주를 이루면서 장황한 내용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사람들은 점점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캐릭터의 하찮음과 허술함에서 나오는 귀여움을 사람들이 선호하는데, 이 영화의 “김민하” 감독은 하찮음의 미학을 잘 알고 있었고 그걸 영화 속에 효과적으로 녹여냈다. 그래서 영화가 진행될수록 의미 없고 별 거 없는 스토리가 계속 펼쳐지지만 캐릭터를 보는 맛에 계속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연 배우의 연기력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돌이라고 연기를 못한다는 얘기는 이미 오래전에 깨졌고, 요새는 가수와 배우 준비를 같이 하면서 실력 있는 아이돌 현업 또는 출신 배우가 많은데 이 영화의 배우는 그런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분명히 첫 연기가 아니고 그동안 연기를 꾸준히 해온 것을 알고 있는데, 이런 연기를 해본 적이 없고 잘 안 맞는 것인지 대사를 할 때마다 어색함이 많이 느껴져서 거기서 영화의 몰입도가 깨지기도 했다. 분명히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고 영화와 대사가 그걸 또 잘 살렸지만 거기서 빛나야 할 배우는 정작 빛나지 못했고 그게 아쉽게 남았다.
그렇지만 감독의 역량은 이 영화를 통해서 알 수 있었고, 다음에 어떤 장르가 되었건 일단 기대를 가져볼 수 있을 것 같다.
P.S. “응 안 속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