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를 대표하는 시리즈물의 발걸음
최근 몇 년 간 재개봉을 가장 많이 한 영화는 아마 2021년 개봉한 “듄”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듄의 인기는 한국에서 엄청났다. 용산 아이맥스관은 개봉 기간 동안 좋은 자리 구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고 포스터와 같은 특전이나 소설책, 굿즈 등을 모으는 사람들이 주변에서도 많이 보였다. 사람들은 듄에 정말 많이 열광했고, 이후의 제작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2편 개봉을 기다려왔다. 이런 큰 기대 속에 “듄 Part 2”는 개봉했다. 기대했던 대로 듄 Part 2는 압도적인 스케일을 2시간 40분 러닝 타임 내내 유지했다. 그리고 음악과 음향도 뛰어나다 보니 그걸 듣는 맛도 있었다. 그래서 아이맥스에서는 스케일을 즐길 수 있었고, 돌비에서는 청각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영화를 시청한다는 느낌보다는 어떤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를 체험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것은 듄 시리즈의 확실한 장점이다. 1편부터 자신만의 색깔을 잡아놓고 이를 2편에서도 보여주며 3편도 이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본인도 3편이 어떤 규모로 나올지 궁금하고 이를 꼭 아이맥스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그래서 듄 Part 2가 정말 재미있고 기존에 나왔던 판타지 장르의 영화 중에서도 뛰어난 영화인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할 수 없다. 앞서 말했듯 듄 Part 2의 러닝 타임은 2시간 40분이다. 이는 아무리 봐도 짧지 않고 긴 시간이다. 요새 2시간 30분 넘는 영화가 많이 개봉한다고 해서 이게 짧거나 적당하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그래서 듄 Part 2는 긴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했어야 한다. 긴 러닝 타임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이야기를 넣을 수 있으며 인물 간 갈등이나 한 인물의 성장을 자세히 비춰줄 수도 있다.
그런데 듄 Part 2는 그러지 못했다. “폴”이 아라키스에 적응하면서 이름을 선택하고 어머니가 “대모”가 되는 과정이나 이후에 하코넨 가문을 공격하며 “거니”를 다시 만나는 장면까지는 상황과 이야기에 대한 나름 충분한 설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페이드 로타”라는 악역이 등장했을 때 그에 대한 설명과 비중이 너무 적었다. 그리고 폴이 그동안 외면해 온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너무 졸속으로 보여줬으며 이후에 나오는 황제와의 전쟁도 일방적인 전세만 보여주고 자세히 그리고 긴박하게 보여주지는 않았다. 거기에 황제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무쓸모 캐릭터로 비쳤고 이는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렸다. 마지막 폴과 페이드 로타의 대결을 잘 살렸다면 이런 문제가 많이 감춰졌을 수도 있었지만 이 둘의 대결도 그렇게 볼만한 것은 아니었다. 둘의 갈등이 거의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하는 대결인 데다 그전까지 기세가 굉장히 좋았던 폴이 페이드 로타에게 밀리는 모습이 나오니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결국 폴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그마저도 주인공 버프로 이긴 것처럼 보여서 더 김이 빠졌다.
그러다 보니 듄 Part 2를 ‘과연 특별관이 아닌 일반관에서 봐도 좋은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듄 Part 2가 가지는 장점은 굉장히 크다. 특별관이 아니면 그걸 경험할 수 없을 정도의 스케일과 음향이다. 하지만 단점으로 인한 결과도 명확하다. 자세한 전개나 설명, 대립이 빠지면서 1편과 3편을 잇는 단순한 다리 역할만 하는 2시간 40분짜리 영화가 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3편이 기대되고 기다릴 것이다. 그러니 제발 3편에서는 좀 더 스토리적으로 완성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꼭 특별관이 아니더라도 일반관이나 핸드폰, 티비에서 봐도 재밌을 수 있도록 말이다.
P.S. “리산 알 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