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달라졌는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을 관통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IMF. IMF라는 단체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암흑기를 IMF로 총칭하는 것이 억울할 것이다. IMF 입장에서는 나라가 폭삭 망하기 전에 돈을 빌려주었고, 그 돈을 제대로 갚을 여력이 생기게 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한 것뿐인데 말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명사가 되었고 위에 말한 조치로 인해 현재의 많은 문제가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IMF는 한국인들에게 있어서는 부정적인 단어로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으로 “국가부도의 날”을 봤는데 참 신기했다. 이들의 조치로 인해 생겨난 비정규직과 여러 사회적 갈등들은 그 당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었고 이 안에서 우리는 우리끼리 갈등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이걸 보면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현재의 사회 구조적 문제들의 시발점은 IMF 사태이다.
하지만 이걸 부추기며 방관한 것은 우리였다. 초등학교에서 IMF를 배울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국민의 과소비와 해외 명품에 대한 사치로 인해 원화가 유출되었고 그로 인해 IMF 사태가 터졌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우리는 정부 기관과 어른들이 IMF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알릴 의지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면서 매해 비정규직 문제를 접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이랜드”가 있었고 그 뒷면에는 수많은 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인한 문제가 터져 나왔다. 이런 문제가 있을 때마다 다수는 비정규직을 비난하며 정규직이 되지 못한 것을 문제 삼았다. 물론 이런 문제가 터질 때마다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를 조명하고 이것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말뿐이었다. 대부분이 그 순간만 그 문제에 집중하고 공감할 뿐 현실로 돌아가서는 저런 비정규직이 되면 안 된다며 정규직이 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미 정규직인 사람들은 ‘나는 안전하니까’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외면하며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이 시스템을 고치려는 노력은 영화 속 “한시현” 팀장의 기자회견처럼 묻히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재벌과 기득권들은 적극 활용하였고 IMF 사태로 인해 병든 현재 시스템을 통해 부를 축적해 나갔다.
그렇게 2025년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청년층은 안정성 하나 때문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들마저도 도전하기를 멈췄다. 그리고 출산도 포기하고 있으며 결혼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다수이다. 이제는 정말 미래에 대한 푸른빛 희망이 검은빛 절망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1997년 IMF 사태에 있다. 그것은 사실이고 역사가 증명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모든 문제의 책임을 IMF에 물을 수 있을까? 우리는 지난 20년간 이 사태의 피해자이기만 한 걸까?
아니다. 이 문제를 키우고 외면한 건 IMF가 아니라 우리였다. 우리는 이 문제를 고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이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정말 준비하고 고치고 대응해야 하는 차례이다. 영화 속 한시현 팀장의 마지막 대사처럼 위기는 반복되며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고해서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항상 깬 눈으로 있어야 한다. 그래야 1997년처럼 두 번 지는 상황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야 지난 과거처럼 병든 채로 살아가지 않는다.
P.S.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고하는 것,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그리고 항상 깨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 저는 두 번은 지고 싶지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