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면 봄은 반드시 온다.
영화 “서울의 봄”은 10.26 사태 이후 전두환이 일으킨 12.12 사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전두광” 역을 “황정민” 배우가 맡았고, 이를 막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정우성” 배우가 맡았다.
우선 영화 자체를 얘기하자면, 영화는 꽤나 괜찮았다. 황정민, 정우성 배우를 필두로 한 배우들의 연기가 주는 긴장감과 몰입감이 훌륭해 2시간 20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이는 오랜만에 관객이 극장을 찾게 만들다. 여기에는 그간 한국 영화가 축적한 데이터가 큰 역할을 했다. 그 데이터는 소위 아저씨라고 불릴 법한 나이대의 익숙한 배우가 등장하고 사실 기반의 이야기를 다루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포인트를 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황정민, 정우성, “김성균”, “정만식”, “이성민” 배우까지 익숙한 배우가 많이 등장한다. 특히 황정민 배우와 정우성 배우는 작년 영화 “헌트”를 통해 비슷한 시대의 비슷한 역할을 연기했고, “이성민” 배우는 10.26 사태를 다룬 “남산의 부장들”에서 “박정희” 역을 맡은 바 있다.
이처럼 등장하는 배우들은 굉장히 익숙하고 비슷한 배역을 맡아왔다. 이런 포인트는 아마 한국 영화에 이 나이대의 배우가 주인공인 영화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실화 기반 영화, 특히 이런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는 한국에서 대부분 실패하지 않았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과 “1987”, 헌트 등이 최근에 좋은 성과를 냈고, 서울의 봄도 좋은 성과를 냈다. 여기에 신파가 될 수 있는 포인트 또한 이 영화에서 나쁘지 않게 활용했다. 솔직하게 이 포인트를 빼고는 한국 영화를 논할 수 없기에 이 영화에서도 등장했고, 그게 그래도 꽤 볼만했다. 너무 쥐어 짜내지도 않고 적당히 가슴이 뜨거워지는 정도였던 것 같다.
이와 같이 영화 서울의 봄은 한국 영화의 경험을 잘 활용했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뻔하지도 않았다. (다만 이성민 배우가 또 등장한 것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그런데 서울의 봄만의 특장점도 있는데, 그것은 선악 구도에 있다. 서울의 봄은 전두환이라는 악의 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와 대척점에 있는 이태신 장군은 절대선으로 등장해야 한다. 그리고 이 둘을 위시로 편이 나눠지면서 영화의 선악 구도가 굉장히 단순하면서 명확해졌고, 영화의 이해가 좀 더 쉽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태신 장군이나 주변 인물이 영화 초반에 변화하는 장면이 들어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좀 더 입체적이면서 각성 혹은 변화하는 인물을 넣음으로써 영화 자체에 또 다른 포인트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지 못하고 단순한 구도였던 것은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2023년에 한국 영화가 하나 챙길 수 있는 성과이다. 그래서 좀 더 반갑게 다가오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뻔한 특징이 많은 영화이지만 또 그 뻔함 속에서 재미를 만들어 낸 것이니 이 정도면 꽤 잘 만든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P.S. “대화는 사람끼리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