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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꾸듯 꿈에 더 가까워지는 "멀홀랜드 드라이브"

꿈을 이루기 위해 꿈처럼 나아가는 길

by CRANKWITHME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 중 최고로 꼽는 영화이자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TOP 100 중 당당히 1위에 뽑힌 영화로 유명하다.


그에 걸맞게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 다양한 이야기들 사이에는 어떤 접점도 보이지 않아서 관객들은 대체로 이걸 도대체 어떻게 구슬 꿰듯 엮어 나갈지 의심을 하면서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그 단서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답으로 보이는 내용까지도 한번에 보여준다.


그런데 여기서 관객들은 더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보았다. 갑자기 극 중 인물의 이름이 바뀌고, 앞에서 뿌려놨던 이야기들의 전후 상황이 휘몰아치듯 등장하면서 이해를 하기는커녕 도대체 무슨 영화이고 무슨 내용인지 파악을 하지 못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걸 최근 재개봉 때 처음 봤던 나도 전부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때로는 영화가 큰 강줄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메인 스토리가 큰 강줄기이고 거기서 파생되는 사소하고 비중이 덜한 스토리는 큰 강줄기에서 각자 뻗어나가다 곧 사라지고 마는 작은 물줄기인 것이다. 그래서 이걸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방식이 굉장히 중요하다. 작은 물줄기를 다양하게, 혹은 많은 시간을 할애해 보여준다면 큰 강줄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반대로 큰 강줄기만 보여준다면 자칫 단조롭고 지루한 영화가 될수도 있다. 그래서 이를 잘 구성하는 것이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것의 핵심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작은 물줄기를 거침없이 보여주는 영화이다.


갑자기 남자 둘이 음식점에서 꿈 얘기를 하다 그 꿈 속에서 본 귀신이 실제로 등장한다거나 킬러가 갑자기 등장한다거나 극 중 감독 역할을 맡은 캐릭터의 사생활이 많이 등장하는 것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리타”의 기억을 되찾기 위한 “베티”와 리타의 노력이 큰 강줄기라면 이를 제외한 다양한 이야기는 작은 물줄기인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 작은 물줄기가 굉장히 많다. 위에서도 말했듯 그러면 큰 강줄기 격인 메인 스토리의 비중이 줄어들고 영화가 전달하는 이야기의 힘이 작아지며 관객의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


이게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어렵다는 평을 받으면서 관객들이 혼란에 빠지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영화가 전달하는 이야기의 힘이 작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부에 가서 이야기가 하나로 뭉쳐질 때는 안그래도 컸던 그 힘이 더욱 더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아마 데이비드 린치만의 감각적 재능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 영화를 보고나서 인생 첫 만점을 주면서도 솔직하게 “재미있다”라는 평 밖에 하지 못했다. 지금도 무슨 이야기인지 전부 이해하지 못하고 얼추 알기만 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정말 엄청나게 재미있다.


그러면서 다시 들었던 생각은 ‘영화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는 무엇일까?’였다. 나는 그동안 메시지를 주고 질문을 던져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그게 나의 취향에 맞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니었다. 무슨 메시지인지 모르겠다. 질문은 애초에 없던 것 같다. 그런데 재밌다. 본 영화 중에 제일 재밌고 볼 영화 중에도 이것보다 재밌는 영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영화의 본질은 결국 재미라는 것이다. 문화, 그것도 대중문화에 속하는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 그게 1차원적이든 고차원적이든 어찌 됐건 있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관객을 현혹시킬만한 무언가를 넣어야 한다. 그게 메시지이고 질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극강의 재미를 전달해주었고, 그렇기 때문에 혼란스럽든 난해하든 어렵든 뭐가 부족한 것 같든 상관이 없다. 충분히 재미있으니 그걸로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일단 나는 그 분위기와 음향, 음악을 꼽는다. 영화는 초반 이후로 계속해서 스릴러의 분위기를 유지하며 달려간다. 그 분위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공포의 감정에 빠지게 하며 거기에 음향과 음악이 그를 거든다. 이는 끝까지 이어지며 감독이 안내하는 불편한 오프로드 질주를 관객은 오롯이 만끽한다. 이게 바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재미의 첫 포인트이다.


두 번째 포인트도 첫 번째 포인트와 유사할 수 있는데, 영화 전체에 깔려 있는 몽롱한 듯 확실하지 않은 바이브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리타가 살아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보여주기도 하고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리타를 보며 이게 맞는 건지 아닌지 헷갈리게 한다. 그리고 이는 마지막까지 계속 이어진다. 그러면서 리타와 베티는 어떤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다가가고 싶어하고 이를 희망처럼 보거나 꿈처럼 생각한다. 그것은 리타의 기억이 되기도 하고 베티의 할리우드 입성이 되기도 한다. 이것 또한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두 사람이 할리우드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 또는 신기루로 나타난다. 그렇게 영화 자체가 계속해서 정확하지 않고 뿌연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은 느낌으로 채워져 있는데 이는 리타와 베티도 마찬가지라 거기서 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사람들의 꿈과 희망, 환상이 멀홀랜드 드라이브라는 신기루에 투영되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이렇게 이 영화는 쉽게 정의 내릴 수 없고, 해석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너무나도 매력적이며 영화의 근본적인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정신과 세계,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고, 거기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람을 홀리게 하고 결국 영화 속으로 빠지게 한다. 그러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P.S. “노 아이 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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