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독립채산제 금융사의 이야기
HR기획자인 제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포스팅이지만,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님들, 경영 임원, 인사담당자, 구직을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편에서 독립채산제 금융사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주된 동력을 경영성과급 시스템과 본부별
자율경영으로 주지하였다. 본편에서는 회사 규모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그 같은 동력으로 인해 어떠한
갈등이 표출되는지 그 양상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비단 금융사 뿐 아니라 급격한 외형 성장을 경험 중인
조직이라면 어디든지 눈여겨 볼만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 대표이사의 철학에 따라 HR을 포함한 경영조직의 보상정책 개입 없이, 본부 자율경영을 일관되게
유지했음을 전제로 함
본부가 점점 성장하면서 '투자1본부' 본부장은 밑에 세개의 팀 조직을 꾸렸다. 팀당 4~6명 인력에 전체
본부원은 15명 남짓, 플레잉코치인 본부장은 너무나 바쁘다. 투자 건도 검토하고, 이해관계자와 수시로
만나고, 팀장도 키워야 하고, 조직의 손익이나 사람도 관리해야 했다. 개인별 연봉인상 시기도 어찌나 빨리
다가오는지, 이제는 회사에서 좀 가이드를 줬으면 좋겠는데 한 명 한 명 만나는것도, 인상폭을 조율하는 것도 본부장에게는 스트레스다. 그러나 또 선뜻 먼저 회사 개입을 건의하기에는 본부 자율권이 침해될까봐
주저된다.
시간이 흘러 본부 실적이 안정화되고, 본부장도 다소 여유를 찾았다. 3팀 팀장이 발군의 역량을 발휘한 덕분
이다. 1본부장이 직접 좋은 인재를 발굴해서 영입하고 육성한 결과였다. 그런데 3팀장은 이런 생각이 든다.
"본부장님께는 참 감사하지만, 나도 이제는 팀원들 데리고 독립을 해서 내 본부를 꾸리고 싶다.
그럼 더 열심히 할 수 있을텐데, 언제까지고 팀장만 할 수는 없잖아..."
생각 끝에 3팀장은 1본부장에게 의사를 피력하지만, 본부장은 허락할 수 없다. 팀장의 뜻은 이해하지만
당장 3팀이 독립해버리면 1본부의 수익에는 큰 타격이다. 아직 1팀, 2팀의 기여는 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3팀 독립과 동시에 마주해야 할 새로운 팀의 발굴, 채용, 육성 그리고 당장의 본부 손익..
본부장은 머리가 지끈하다. 내년 초에 입사 후 처음으로 가족들과 보름 간 해외여행을 계획해두었는데,
그것도 못가겠네? 이 녀석이 기껏 키워 놓으니까... 본부장은 배신감마저 든다.
반면 숙고 끝에 조심스럽게 의사를 피력한 3팀장 또한 불만이다. 1본부에서 3팀에 대한 의존도만 커져 있는
상황에 거느리고 있는 팀원들의 고생도 헤아려야 하고, 팀장 본인의 미래 커리어도 고민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본부장님이 1팀, 2팀을 잘 키워 놓으셨다면 나의 독립도 그리 부담될 일이 아니지 않나?
그럼 계속 팀장으로 머물면서 이 정도 수입에 만족해야 해? 라는 생각이 팀장 머리를 맴돈다.
이처럼 회사의 제도적 개입이 없는 상황에서 본부장은 팀장을 '배신자'로, 팀장은 본부장을 '본인 이익을
위해 기회를 차단하는 상사'로 여기게 된다. 이듬해 결국 3팀장은 경쟁 소형사의 본부장으로 이직을 했다.
남게 된 일부 팀원과, 진행되고 있는 딜의 이해관계자, 본부장, 회사는? 멍하니 상황만 바라볼 뿐이었다.
☞ 본부장과 팀장, 둘의 생각과 입장 모두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 구조 안에서는 모두가 만족할 수 없었을
뿐이다. '본부 자율경영'은 있지만 '조직의 병렬 성장'을 고민한 정책은 없었다.
회사 창업 후 어느덧 6년이 지났다. 성장을 거듭함과 동시에 해외사업, 신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대표는
사업부제로 조직을 재편하였다. 회사를 먹여살리고 있는 메인 사업인 국내사업은 국내1사업부, 국내2사업부, 국내3사업부로 나누었고 사업부장으로는 창업 멤버이자 본부장들을 등기임원으로 피선하여 앉혔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 합류해 고생하며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던 주역들이었고, 업계에서도 이제 잘 알려진 인사들이었기에 임원인사에 의문을 갖는 이들은 없었다. 문제는 그렇게 2년이 더 흐른 시점이었다.
1사업부장은 휘하 3개 본부 본부장들을 한명씩 불러 작년도 본부별 성과재원을 일러주었다.
문제는 3명의 본부장 모두 본인들이 추산하고 기대했던 재원 총액보다 현저히 적은 금액을 받게된 데 있었다.
"하, 작년에도 그러시더니 올해도 또네.."
"도대체 전체 재원에서 혼자 얼마를 가져가시는거야? 10억은 거뜬히 넘을 것 같은데?"
그랬다. 회사에서 각 사업부로 배정된 성과재원의 배분권한은 사업부장의 재량이었다. 과거 본부 체제일때도 배분권한이 본부장에게 있었던 것처럼 상위 조직인 사업부가 생겼으니 사업부장이 그 역할을 맡는 것은 일견
자연스러워 보였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지금 본부장들은 과거 본부 체제일 때 팀장들이었고, 당시 본부장이었던 사업부장에게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대단히 어려웠지만 다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이제는 딜에 대한 실무는 거의 참여하시지 않고, 조직관리만 하시면서 본인 몫으로 이렇게 많이 가져가
시는게 말이 돼? 옆 사업부는 사업부장이 거의 절반 떼어갔다는 소문도 있더라.."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은 본부장들도 마찬가지였다. 본부장 역시도 남은 본부 재원에서 자기 몫을 먼저 떼고,
밑의 팀장, 팀원에게 배분을 하다보니 실제 현업의 최전선까지 갈수록 파이는 줄어들었다. 물론 사업부장의
입장도 있다. 정말 위험한 소기업에 입사해 초기부터 고생했으니 이제는 좀 누려야지, 조직관리도 일이 상당하다, 임원이 된 상황에 언제 그만둘 지 모르는데 땡길 수 있을 때 최대한 땡겨 놓아야 하는 것 아니야? 회사 전체의 의사결정에도 여러차례 참여하면서 바쁜데 말이지... 그러나 사업부장의 입장과 생각을 현업에서 뛰는 많은
실무자들은 알지 못했다. 대부분은 회사가 커진 이후에 신규 입사한 경력직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에
같이 딜을 성사시키고 문제해결을 주도한 것은 팀장이고, 가끔 본부장이 전면에 나서주었을 뿐이지 사업부장은
별반 하는 일이 없어 보이는 창업 공신일 뿐이었다.
그렇게 그 다음 해에도 같은 방식이 이어지자, 사업부장이 과반이 넘는 재원을 독식했던 사업부의 핵심 본부는
본부장이 본부원 70%를 데리고 경쟁사로 이직을 해버렸다. 이를 목도한 대표의 판단은 사업부장의 경질이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경질된 사업부장의 개인적 욕심만을 탓해야 할까? 핵심 본부가 없어지고, 사업부장이 경질된 직후 해당 사업부의 내부 상황은 상상에 맡긴다.
☞ 자율은 성장의 동력이지만, 영원한 해답은 아니다. 사람은 결국 제도에 반응하기에 '재량'이라는 정책
아래서 사업부장은 어쩌면 이성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일반 기업이 임원 성과급을 포함한
임원인사는 별도로 관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직이 커졌다면, 임원 개인의 선의와 리더십에만 기댄
보상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회사는 깨달아야 한다.
위의 사업부장이 회사를 떠나고 며칠 후, 대표는 경영관리본부장에게 한가지 지시를 했다.
"김 상무, 자네 말이 맞아. 신사업도 있고, 회사 전산화도 그렇고, 자금관리, 인사정책 등 회사가 커졌으니
과거처럼 경영 업무도 어린 실무자들이나 외주에만 의존할 수 없겠지. 경영관리본부도 전문인력을 확충해."
김 상무는 오랜 염원이 드디어 이루어지나 싶었다. 매번 수익 일변도의 이야기만 해오던 대표가 드디어 경영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인사, 재무, IT 등 각 기능별로 팀을 꾸리고 팀장을 포함한 경력직을
확충했다. 10명 남짓했던 경영관리본부는 반년만에 25명의 조직으로 탈바꿈하였다. 회사는 아직 중소기업이었지만 업계에서는 성과급 많이 주는 꽤나 좋은 회사로 알려진 상황이었기에 대기업에서도 좋은 인재들이 합류
하였다.
문제는 역시나 성과재원이었다. 성과급은 각 사업부 세후 영업이익의 40%를 재원으로 배분받는 구조였지만,
경영관리실 인력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영업비용에 포함되는 경영조직(이하 '백오피스') 인건비(판관비) 부담액도 폭증하였다. 이 금액은 국내사업부, 해외사업부 등 영업조직(이하 '프론트')의 본부에서 균등하게 분담하는 금액이었다. 심지어 성과재원도 전사 평균 지급률을 계산해 경영 조직의 몫을 먼저 공제 후, 각 사업부 재원이 결정되는 구조였다. 세후 영업이익의 40%라고 했지만, 전사 비용이 증가할수록 40%는 커녕 30%도 위협받는 상황이 닥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과거 백오피스의 인력이 10명 미만일 때는 이는 큰 이슈가 아니었다. 초기에는 대부분 주니어였고, 창업기부터 적은 인력으로 같이 야근하며 고생하던 옆부서 동료들이었기에 프론트, 백오피스 구분 없이 으쌰으쌰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회사에 큰 성과가 나기 시작하자, 연봉 5천만원 받던 회계담당 대리가 연봉의 60%인 3천만원을 성과급으로 받아가는 사례도 생겼다. 그렇지만 그 또한 소수의 사례였기에 지금까지는 큰 잡음 없이 이어져오던 흐름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규 백오피스 인력이 급증해버리니 프론트가 느끼는 부담도 비례하여 가중되었고, 특히나
신사업을 하는 프론트 조직 구성원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신사업 조직에게 성과급은 먼나라 이야기일 뿐더러 백오피스 비용의 부담액으로 인해 조직에 손실이라도 발생하면 내년, 내후년까지 갚아야 할 채무로
남았기 때문이다. 프론트오피스 vs 백오피스 구성원의 입장 차이는 점차 또렷해졌다.
[수익부서 - 프론트오피스]
- 내가 돈 벌어와서 쟤네들 연봉, 성과급, 복지 주는 거잖아? 야근도 별로 없더구만, 그만 좀 뽑으라고 해!
- 아니, 독립채산제로 커온 회사가 이제와서 백오피스를 늘려? 왜? 그렇다고 도움 받는 인프라가 좋아졌다고도
못 느끼겠어.
- 대놓고 말은 못하겠지만... 영업하는 부서도 아닌데 연봉의 70~80%씩 성과급 가져가는게 말이 되나? 참나..
- 운용사는 펀드매니저 집단이잖아. 저들은 아류 아니야?
[관리부서 - 백오피스]
- 프론트가 회사에 돈 벌어다주는 것 알겠어. 그런데 결국 이해관계 따라서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용병 아니야?
- 회사가 커지면 결국 정책을 잡아나가야 하는데, 그건 우리 역할이야. 오랜 업무 히스토리 꿰차고 대표와 같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어가는 주역은 우리라고.
- 전체적으로 우리 연봉이 프론트보다 조금 낮은 편 같은데, 이것도 이해 안돼. 서로 다른 일을 하는거지,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가 더 낮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 경영학은 학문으로도 발전돼 온 것 몰라?
경영조직 확대의 필요성은 느꼈지만, 아직도 수익 일변도를 벗어나지 못했던 대표는 철저히 프론트오피스의
입장이 우선이었다. 대표가 이런데, 프론트 임원들은 오죽하랴.
새로 온 인사팀장이 신규 경력직들 온보딩을 기획해 회의실을 잡고 입사 당일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 프로그램 준비를 하던 중 프론트 임원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팀장님, 거기 회의실 예약한 것 알겠는데 오후에 좀 쓰면 안 돼요? 채용 프로그램 때문에 3시간을 내리
쓰다니.. 이거 좀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니에요?"
그렇다. 그 임원의 눈에 '주'는 프론트였고, 백오피스는 일개 '객'이었던 것이다.
그 날 일을 마치고 인사팀장이 옆 부서 기획팀장에게 이 일을 얘기하니 되돌아온 답이 가히 웃겼다.
"우리한테 객이라고 했다고요? 참나, 너무 과하게 봤네. 아메바 정도면 모를까 '객'씩이나.. 허허"
기획팀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그룹사의 본사에서 기획 업무를 맡다가 이직한 유능한 인력이었다.
이전 회사에서는 가장 요직으로 대우받던 부서에서 일을 하다가 이직 후 겪은 특수한 문화에 그는 다소 허탈해
했다.
"경영조직이 대표님과 회의하면 언제나 원팀을 외치시는데, 프론트만 원팀인가봐요."
씁쓸한 상황이었다.
☞ 독립채산제는 자율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지만,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보이지 않는 기여’도 조직이
명확히 설계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론트와 백오피스는 수평적 파트너가 아닌,
기여와 비용이라는 왜곡된 저울 위에서 끝없는 갈등을 반복하게 된다.
본 편에서는 독립채산제 금융사가 성장 과정에서도 초기의 본부별 자율경영을 고수했을 때 나타나는
여러 갈등의 양상을 살펴보았다.
창업가가 회사 멱살을 잡고 이끌어 나가는 스타트업처럼, 오너가 경영하는 독립채산제 금융사 조직 역시
초창기에는 오너의 철학과 판단이 100% 작동한다. '비중이 크다'가 아니라 '전부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생존기를 지나 성장 국면에 들어서면, 적절한 시점에 탈피를 해서 옷을 바꿔 입어야 한다.
대표가 적시에 적절한 정책으로 개편하지 못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갈등을 중재하지 못한다면 '방치된
갈등'은 점차 도려내지 못하는 조직 내 암세포가 되어 사업에 지대한 악영향을 주게 된다.
마지막 4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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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HR컨설팅펌 베러컴퍼니 대표로서 필자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HR 제도 설계 또는 조직운영 철학에 대한 고찰입니다. 독자께서 속한 조직의 제도설계에 참고가 된다면 기쁜 일이며, 글에 소개된(될) 제도 중 직접 창안한 개념은 본문에 명시합니다. 이 경우, 창안자의 지위를 이용한 상업적 활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혹 동일한 선행 연구 자료가 있다면 공유 부탁드리며, 검토 후 필요한 부분은 겸허히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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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Lee / 문의처 : Contact@bettercompany.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