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독립채산제 기업과 HR_(2)

- 어느 독립계 금융사의 이야기

by 인사랑HR

HR기획자인 제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포스팅이지만,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님들, 경영 임원, 인사담당자, 구직을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편에서 독립채산제의 구조와 유형을 간단히 짚어보았다. 본편에서는 그 구조가 실제 기업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특히 독립계 금융사에서 어떤 조직적 딜레마로 이어지는지를 풀어보려 한다. [조직]이라는 화제가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독자들께서 경험했던 일반적인 직장생활과 비교하며 보면 본편의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



1. 독립계 금융사


먼저 본 포스팅의 주인공인 '독립계 금융투자회사'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금융투자업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탈, 사모펀드와 같이 '유망한 투자처에

투자하는 상품을 만들고, 투자자에게 팔고 (자금을 조달), 투자처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분배하는' 업권이다.

※ 주식형 펀드에 한번쯤 투자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자산운용사가 만들어 운용하고, 은행/증권사가

판매사로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상품이다.


금융이라는 말 자체가 본래 '자금을 융통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듯, 금융투자업은 자금을 모아 투자함으로써

실물경제를 지원한다. (토지의 매입매각, 건물의 신축 및 증축, 기업 지분 인수, 초기 기업 투자 등)

같은 금융권이지만 채권자의 입장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은행업과는 달리 금융투자업은 '투자'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 핵심적인 차이다.


금융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내에도 많은 금융투자업자(법인)가 있고, 금융지주나 재벌기업이 출자한 회사를 지주계열, 오너 개인 또는 소수 투자자 집단이 창업한 회사를 독립계열 금융사라 칭한다. (법률적 구분은 아니고,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쓰이는 개념이다.)


선술하였듯, 이번 포스팅의 주된 타겟은 바로 독립채산제를 택한 독립계 금융사 조직이다.

여기서는 내가 근무했던 부동산 자산운용사를 사례로 설명하겠다. (적절히 각색했음을 앞서 밝힌다.)


부동산 운용사가 하는 일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시장에 돈이 될 만한 투자 대상 부동산 물건을 탐색하고, 이해관계자와 잘 협상해서

좋은 조건으로 매수하고, 건물을 새로 올리거나 일부 리모델링을 해서 우량한 임차인을 구한다. 그래서 임대료를 받다가 적절한 매수인이 나타나면 시세차익을 보고 부동산을 매도한다. 시행사가 하는 일과 흐름이 유사하다. 다만 시행사는 새 건물이 올라가면 분양하는데 1차적인 목표를 두고, 자금 조달도 자기 자본이나 대출을 활용하는 반면, 운용사는 보통 공제회,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 (소위 큰 손이라 하는)의 대규모 자금을 모집해 투자하기에 수백~수천억원의 대형 물건들이 주된 투자 대상이 된다. 사업의 리스크 또한 지분율에 따라

투자자와 분담하는 점이 차이다. 시행사는 분양 성공을 통한 시행 이익을 먹고, 운용사는 매입, 임대차 운용, 매각 과정에서 수수료를 먹는다.


※ 참고: 일반 개인도 공모펀드나 리츠(REITs)를 통해 이런 대형 부동산 자산에 지분 투자할 수 있다. 예컨대, 코람코더원리츠(여의도 하나증권빌딩), NH프라임리츠(서울역 서울스퀘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 역시 부동산 자산운용사가 기획·운용하는 구조다.


이 부동산 금융의 전체 밸류체인을 책임지고 이끄는 것이 자산운용사의 수익 주체이자 펀드매니저, 운용역이다. 물건의 탐색, 예상수익 분석, 협상, 매입매각, 임차인 확보, 자금모집 등 전 과정 중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투자 시나리오가 치명적으로 훼손될 수 있기에 숙련된 펀드매니저에게는 부동산학, 재무, 세무, 법률, 협상, 관계유지 등 상당한 지식과 기술, 노력이 요구된다.


돌아와서, 이 부동산 운용사가 운영되는 구조 역시 내부형 독립채산제 하의 본부 중심임이

주지하고자 하는 포인트이다.


큰 틀에서 운용사는 위 사례의 회계법인, 컨설팅펌과 조직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적이 검증된, 숙련 펀드매니저가 본부장으로 입사하면 함께 일할 매니저를 채용하고

연중 수 건의 딜을 운용하며 얻은 수입으로 연말 본부 손익을 통산하게 된다.

그리고 본부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의 30~40% 수준을 성과재원으로 할당 받는다. (브랜드 파워가 약한 소형사일수록 인재 유치를 위해 재원 비율이 높다.)


글을 쓰는 현 시점이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지만, 4~5년 전 활황기에는 한 본부의 '연말 성과재원’이

수십억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본부 인원이 10명이라고 가정하면, 운용역 한 사람이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아가는 것도 가능한 구조이다. 이러한 시스템 안에서 본부장은 열성을 다해 좋은 딜을 성사

시키고, 주니어들도 실력있는 본부장 밑에서 일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실력과 인맥과 운때가 닿으면

수억원도 벌어갈 수 있는 시장이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성과를 내기

위해 부던히 노력한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아니다. 그럼 본부의 발전을 위해서? 아니다.

궁극적으로 펀드매니저 본인의 성공을 위해서다. 하지만 그 개인 성과가 곧 본부와 회사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이기에, 개인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 된다. 이는 위에서 언급했듯 운용사가 구조적으로 설계한 성과급 시스템에 기인한다. (본부 통산 영업이익의 30~40%)


자, 그렇다면 개인이 창업한 작은 자산운용사가 성장을 거듭해 수백명의 회사로 탈바꿈하게 되면

어떤 재미난 상황들이 펼쳐지는지 살펴보자.



2. 신생 독립계 자산운용사의 탄생


업계에서 나름 유명했던 어느 본부장급 펀드매니저가 독립을 위해 사재를 털어 망해가던 부동산 자산운용사를

인수했다. 법인을 새로 차리는 것보다 사업인가를 받은 법인을 인수하는 것이 창업준비 시간 등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같이 근무했던 옆 부서의 본부장과 실무진 수 명도 설득해서 영입에 성공했다. 2개 영업본부에 10명 남짓한

운용역, 그리고 회계세무, 인사총무를 맡을 경영지원 주니어 인력 2명까지 해서 13명으로 조직을 꾸렸다.


am.png 여의도, 강남에 많은 자산운용사


대표는 아무리 본인의 네트워크가 좋다고 하더라도 신생 법인의 영업이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후 영업이익의 40%를 경영성과급 재원으로 공표했다. 각 본부장, 팀장의 노력 하에 적극적으로

영업을 뛰기를 기대한 것이다. 우선은 회사의 몸집을 키우는 것이 첫번째 과제였다.


그렇게 사업 첫 해 연말, 대표의 기대처럼 다들 열심히 뛰었지만 큰 성과급을 받기는 역시나 쉽지 않다.

월급, 사무실 임대료, 업무상 필요한 아웃소싱이나 자문료 등을 제외하니 되려 B본부는 적자였다.

A본부에 남은 성과재원은 단 4백만원 수준, 본부원 5명이 나누기도 애매한 금액이었다.


A본부장은 대표에게 건의하기를 회사가 첫 해 다 같이 고생했으니 4백만원으로 전체 소고기 회식이나 거하게

하고 송무식을 겸하자고 한다. 분명 법인은 흑자였지만, 내년도의 사업을 위해 대표의 고민이 많음을

A본부장은 잘 안다. 그리고 그러한 A본부장의 마음을 대표도, B본부장도, 다른 구성원들도 잘 안다.

헝그리했지만 전사 구성원 모두가 소속 본부나 네 일 내 일의 구분없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고생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마련된 한우집 송무식에서 전 직원은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나누며 내년을 기약했다.


그렇게 다음 해 상반기, B본부장이 갑자기 초대형 부동산 딜 유치에 성공했다. 회사는 매입 수수료로 한방에

70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회사의 성장가도는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시장에서 워낙 유명세를 탄 딜이었기에

관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긴 데다가, 여유 현금이 바탕이 되어 공격적으로 영입한 경력직

매니저들이 또다른 딜을 연속적으로 물어왔다. 더욱이 저금리가 본격화된 시장 상황 탓에 투자처를 찾는

기관의 유휴자금은 물밀듯이 회사로 흘러 들어왔다. 노력과 운이 모두 따라주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회사는 창업 3년 만에 4개 본부, 80명의 회사로 규모가 훌쩍 성장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2년 뒤에는 150명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 듯 했다. 독립계 자산운용사로서는 수위권의 규모였다.


대표는 이 모든 것이 우수한 운용역들이 잘 노력해준 덕분이고, 그 기반에는 본인이 설계한

성과급 시스템이 잘 작동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대표가 가만히 들여다보니 영업 본부, 그리고 영업활동을 지원하는 법무나 내부통제, 펀드회계,

위험관리까지는 꼭 필요한 것 같은데, 회계/인사/총무/자금 등은 인력을 더 늘릴 필요가 없어 보인다.

직원들 연봉도 본부장이 정하고, 성과급도 정해져 있고, 실적도 정량화되는 마당에 굳이 인사 평가도

필요없고, 직위도 외부 영업을 위해 적당히 과장 이상을 주면 되는 것 아닌가?

굳이 경영담당 인력을 늘려보았자 각 본부에서 부담할 간접비(고정비, 후선 부서의 인건비는 영업 부서에서

균등 분담)만 늘어나지 좋을 게 있느냐는 판단이었다. 경영 부서의 업무량이 늘어나면 최대한 외주로

맡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회계 출신인 경영지원팀장의 거듭된 요청 아래 주니어급 실무 인력을

1명 더 채용해 준 것이 전부였다.


대표의 생각에 어차피 돈은 영업 본부가 다 벌어다주는 마당에 투자를 해도 신사업 본부에 투자해야지,

경영담당 인력 채용은 투자가 아니라 오롯이 비용일 뿐이었다.


대표는 독립채산제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개인과 회사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것이 주된 경영 철학이었고,

실제 결과로써 본인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성장가도를 이어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경영환경에 영원히 통하는 방식이란 역시 없는 것이었을까.

조직 규모가 100명을 전후했던 어느 시점부터 회사는 생각지 못한 여러 갈등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3편에서..


----------------------------------------------------------------------------------------------------------------------

본 글은 HR컨설팅펌 베러컴퍼니 대표로서 필자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HR 제도 설계 또는 조직운영 철학에 대한 고찰입니다. 독자께서 속한 조직의 제도설계에 참고가 된다면 기쁜 일이며, 글에 소개된(될) 제도 중 직접 창안한 개념은 본문에 명시합니다. 이 경우, 창안자의 지위를 이용한 상업적 활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혹 동일한 선행 연구 자료가 있다면 공유 부탁드리며, 검토 후 필요한 부분은 겸허히 수정하겠습니다.

----------------------------------------------------------------------------------------------------------------------

BETTER COMPANY

WWW.BETTER.ODW.CO.KR

David Lee / 문의처 : Contact@bettercompany.info

작가의 이전글[조직] 독립채산제 기업과 HR_(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