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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고, 그 너머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

퇴근길에 문득 발길을 돌려 구매한 안경

난 요새 문득, 변화를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30대 남자이다.


그저께 화이트데이여서 그런지, 요새 코로나 블루여서 그런지, 혹은 문득 외로움을 타서인지 나 자신에게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생각중이었다.


남자는 대체로 외적으로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다. 난 남자가 눈에 띌 만한 변화로 가능한 건 성형, 다이어트, 옷 입기, 안경 바꾸기 혹은 렌즈 끼기, 헤어스타일 바꾸기 정도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사람들과 어울려 직장 생활을 하는 30대는 튀는 헤어스타일로의 변화도 어렵고, 더구나 코로나로 여러모로 제한적인 것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 바디 프로필 촬영도 생각해 보고 있지만, 헬스장이 폐쇄될 땐 분명 운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 또 치아 교정, 성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장기간의 변화도 역시 고민 중이지만 여기서 적는 것은 '2~30대 직장인의 단기간의 변화'에 대해서다.



어느덧 이직을 한 곳에서 직장 생활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 평일에 출근해서 퇴근까지, 아니 퇴근해서도 업무에 관련한 내용을 모바일로, 또는 종종 PC로도 보는 생활도 그에 따라 익숙해지고 있다. 또한 출근해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비슷하고, 퇴근해서는 주로 혼자 보내거나 가끔 친구 및 지인을 만나며 보내는 비슷한 시간의 반복이다. 코로나라 오프라인 활동이 제한된 지금은 더 그런 법. 이런 일상에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난 이 상황에서도 내 업무를 극대화하고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내고 싶은 마음을 늘 견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업무 틈틈이 매일 바뀌는 생일자에게 반갑게 오랜만에 톡과 전화로 인연에게 연락하거나, 혹은 가끔 생각나는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보내고 있다.


하지만 어제도 이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보내고 퇴근하는 길에, 갑자기 안경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까지 세일즈 업무를 해오면서 종종 비즈니스에 얽힌 관계로, 안경업을 하시는 분에게 안경이나 렌즈를 맞추곤 했다. 적게는 십여 만 원 이하, 많게는 그 이상이 들었던 비용을 내면서. 지금도 폰 주소록에 많은 분들이 있지만, 내가 빚을 진 건 없기에 그분들에게 꼭 안경이나 렌즈를 더 맞출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동네에서 안경점을 하시는 아저씨 댁으로 7시 반이 넘어가면서 톡을 드렸다.


"아저씨, 저 가는 중인데 기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네 기다릴게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아저씨에게 인사드리고 그렇게 맞춘 안경은, 내가 썼던 안경들 중 주변에서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했던 스타일의 안경이다. 비싸진 않아도 싸구려는 아닌, 저렴하고 좋은 안경테에 아저씨의 정성이 들어간 렌즈의 조화로 '내게 맞는 또 하나의 안경 작품'이 만들어졌다. 또한, 지금 또 자세히 보니 내가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을 기억해 그에 걸맞은 케이스와 안경닦이 천을 주신 것처럼 이번에도, 체크무늬 케이스와 영국 상징의 그림들이 그려진 천을 주셨다. 아저씨가 전자파 렌즈를 손수 제작해 주시는 그 25분간, 난 늦은 저녁을 먹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도수, 전자파 차단 렌즈인데 테가 고급인 게 얼마나 중요한가?'
'그 안경을 통해 내가 뭘 보고, 뭘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변화를 생각해 안경을 맞춘 것뿐인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순간. 결국 내가 원하는 변화는, 외적인 것보다도 내적으로 좀 더 섹시한 생각을 하고 더 나은 내가 되도록 탁월해지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오늘 내가 손수 벌은 것으로 내 맘에 드는 안경을 산 것뿐인데, 감사하다고 하시는 그분의 웃음을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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