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 없이 서리를 거닐다(ft. 밴쿠버 캐나다플레이스 야경)
희랑의 세계여행 에세이#130 <아메리카>캐나다(북미)_3
전날 밤에도, 당시 알아봤을 때 아무리 12월에 관광할 것이 별로 없다고 했던 밴쿠버라고 해도 그 땅을 밟는 게 다신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생각했다. 그래서 밴쿠버 주변 여행지 및 내일 이동해 묵을 호스텔까지 가이드북과 스마트폰으로 그래도 새벽 1시까진가 찾아보고 잤던 것. 원래 계획은 4일간 숙소 근처에서 쉬면서 1월 초까지 갈 미국 미시간주 사이에 있을 여행지들인, 순서대로 시애틀, (그 사이 여정의 여유가 되면 포틀랜드)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의 여행을 세부적으로 짜면서 보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난 당시 하루라도 내가 밟고 있는 땅의 여행지인 밴쿠버를 더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3일째 날도 그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때 오래 전의 나 역시, 여정을 계획하는 성격의 J형이었으나 이날만은 목적지가 딱히 없이 시내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눈비가 세차게 오는 궂은 날씨의 12월 중하순 밴쿠버는 많은 상점과 여러 관광지가 영업을 종료한 곳이 많았고, 해도 5시면 슬슬 어두워져서 일찍 닫는다고 가이드북과 인터넷에 나와있었다. 멋진 풍경의 랜드마크들 위주로 사진을 찍으며 여행을 하려는 내가 계획한 장소들은 당시 밴쿠버에서 시기와 시간도 잘 안 맞았었다. 그렇게 이날 역시, 그저 정처 없이 시내를 둘러보다가 숙소로 돌아올 예정으로 길을 나섰던 것.
이번 편 여행기를 쓰면서 며칠만 바짝 여행하고 오는 게 아니라 8개월간의 대륙 여행기니, 이렇게 정처 없이 보내는 날도 있었구나 싶다. 콘텐츠로써는 그다지 내용과 장소가 특별하진 않았어도, 이날 친절히 맞아준 배를 탈 때의 직원, 마켓에서 만난 직원, 길을 물어볼 때 친절히 알려준 서리 및 밴쿠버의 시민들의 기억 또한 이따금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한편에 아련히 기억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