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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러 Mar 07. 2019

검정치마 3집 Part.1 [TEAM BABY] 리뷰

햇볕 비추는 침대에 누워 서로 끌어안고 '사랑해'를 속삭이던 때


검정치마 3집 Part.1 [TEAM BABY]

2017


★★★★


무심하고 건조하지만, 매력적인 보컬, 차지게 꽂히는 멜로디, 파격적인 구성과 솔직한 가사.


 국내 인디 록 르네상스가 열린 2008년, 음악 하는 교포 친구의 스테레오타입과도 같아 보였던 검정치마는 그만이 풍기는 특유의 신선함으로 우리의 곁에 난데없이 나타났다. 수많은 그 시절의 인디 팬들을 부흥회처럼 몰고 다니면서, 'Antifreeze'의 멋진 가사를 수없이 입에 맴돌게 한 그의 힘은 실로 굉장했다.


 2집 활동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검정치마의 3집 발매 소식이 들리기까진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그 공백기 동안 조휴일도, 우리도 각각 삶을 살다보니 이 세상에 수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가 그런 청춘 그 자체와도 같던 열정을 내뿜던 때도 '약 10년 전'이라는 말이 붙었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사랑도 해보고, 싸워도 보고, 온갖 경험을 해보며 그것을 노래로 만들던 그는, 어느덧 30대가 되면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다. 믿고 사랑할 수 있는 연인, 단 한 사람을 만나 정착하면서 그의 삶은 새로운 챕터를 맞이했다.


 물론 조휴일이 어떤 연애를 했는지 정확히 알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TEAM BABY]는 그 연인으로 인한 행복감에 의해 등장한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TEAM BABY]는 '사랑'이다.


 첫 트랙 '난 아니에요'에선 몽환적이고 몽롱한 느낌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다. 그러다 열차가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매끄럽게 다음 트랙인 'Big Love'가 시작된다. 몽롱함이 싹 걷히고 깔끔한 톤의 사운드와 함께 그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마치 자신을 감싸는 수많은 외부적 요인들이 주는 혼란과 공허, 허무와 같은 정서가,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긍정적 에너지 하나로 희석되고 맑아지는 신비함처럼 말이다.


 이 앨범은 그 이후로 끝까지 사랑의 감정에 대해서만 노래한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사운드는 다양하다. 초반부는 다소 신나는 느낌의 사운드가 쭉 이어지고, 중반부는 레트로한 감성 가득한 트랙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따뜻한 어쿠스틱 트랙('Love Is All'), 브라스 사운드가 매력적인 트랙('폭죽과 풍선들'), 행복감 넘치는 레게 리듬을 가진 트랙('한시 오분')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부드럽고 느린 템포를 가진 이 앨범의 빅 3가 청자를 맞이한다.


 예쁘게 쌓아올린 코러스와 스트링 사운드를 쭉 느끼다 보면, 첫 트랙과 같은 드림 팝('EVERYTHING')이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몽환적인 분위기는 같지만, 정서는 다르다. 처음엔 다소 우울하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던 화자는, 결국 마지막엔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행복감에 젖어 있다. 이렇듯, [TEAM BABY]는 '사랑'이라는 하나의 큰 틀을 주제로 삼지만, 다양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어서 진부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검정치마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TEAM BABY]는 우리가 연애하며, 오로지 상대방에게 몰두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그 열렬한 감정을 솔직하고도 아름답게 표현하며, 우리들의 보편적 감정을 건드린다. 앨범을 듣다 보면 가사 대부분이 '너'와 '나'만이 뚜렷하게 강조되고, '둘만', '서로', '너랑'처럼 두 사람 사이의 연결성이 강조된 말들이 귀에 자주 들려온다. 결국, 이 앨범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이 복잡해지고 힘들어지면서 사회에 대한 공허함과 허무함까지 느껴지는 최근의 세상에서, 이러한 복잡함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서로에게만 몰두하는 둘만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셈이다. 너와 나 외에는 아무도 없지만, 오히려 너랑 있는 것이 가장 즐겁고 너만이 나의 전부라며, 서로 손을 맞잡고 속삭이는 그 열렬한 연애감정. 누군가는 경험해봤을 연애이고, 누군가는 경험하고 있을 연애이며, 누군가에겐 경험하길 바라는 연애이다.


 [TEAM BABY]는 우리가 바라는 '가장 행복한 연애'가 담긴 앨범이자, 검정치마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물론이며, 30대가 된 조휴일의 성장까지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그래서인지 [TEAM BABY]는 검정치마의 세 정규 앨범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대중적이다. 이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누군가는 '강아지'같은 곡들로 보여준 발칙함이 사라져서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이 검정치마에게 가장 바란 것은 'Antifreeze'같은 아름다운 가사로 이루어진 사랑 노래였다.


 [TEAM BABY]는 그 대중의 욕구에 부합하는 앨범 즉, 대중이 가장 바라고 사랑하는 검정치마의 모습이다.

 어느새 대중은, 검정치마는 이런 사랑스러운 노래를 하는 사람이라고 자기들끼리 확정을 지어놓고 찬양했다.


 그 상황이었으니, 다음 앨범이 얼마나 충격적이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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