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안되면 내일 보면 되죠.

다가올 날을 기대하는 사람

by 최광래

날씨가 너무 좋아 공원을 걷고 싶었다. 연락처를 둘러보니 온통 직장인뿐이었다. 임용을 준비하는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답이 없기에 혼자 공원을 걸었다. 가족과 연인, 친구끼리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가 회사에 간 낮에도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자인 내가 머쓱해서 괜스레 사진을 찍었다.


독서실로 돌아와 강의를 듣는 데,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핸드폰을 두고 다녀서 늦었다고. 참 열심히 하는 동생이다. 같이 동아리를 했을 때에도 성실히 활동에 임해서 운영진 생활이 편했던 기억이 났다. 타이밍이 안 맞아서 미안하다는 동생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연락을 마치려는데, 동생이 내일은 어떻냐고 물어봤다. 오전에 잠깐 걷자고. 알겠다고 말하며 핸드폰을 닫았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가벼운 만남조차 쉽게 포기하는 요즘의 내가 우스워서.


무언가에 취해서 열심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한편으로는 동경했다. 그들을 따라 하기 위해 꾸준함을 키웠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몇 번의 실패를 겪으며 자연스럽게 포기하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서른을 앞두고서는 합리적이라고 자신을 속이면서, 아님 말고 식으로 찔러보다 말았던 적이 참 많았다.


이십 대 중반에는 기획서 하나를 제대로 써보자며 의기투합해서 몇 주간 카페에서 밤을 새웠던 적이 있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빠지고, 눈에 실핏줄이 터졌지만 그때가 제일 재밌었다. 적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기에 미련이 없었다. 후회는 하더라도 최선을 다했기에 아쉬움이 없었던 것 같다.


언제부턴가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아쉬움을 못 본 척했다. 그렇게 놓친 아쉬움들이 무겁게 쌓여 제자리에 나를 묶은 꼴이었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갔어도 될 일을 가만히 보내버렸던 것이다. 이젠 아쉬움을 내려놓으려 한다. 굽어있던 허리를 펴고 무거운 다리에 힘을 준다. 피나고 찢어지는 고통의 순간들이 사실은 탈피의 순간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금 아프더라도 아쉬움은 남기지 않고 뱀이 허물을 벗듯 앞으로만, 앞으로만 생각하며 나아가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취향 없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