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돋힌 나날의 연속

예민한 사람의 일기

by 최광래

엊그제는 잠이 오지 않았다. 커피를 두 잔 마신 탓일까. 평소에는 몬스터를 먹고도 잘 자니까, 커피 탓은 아니었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생각이 많아서 잠을 못 이뤘다. 해결될 수 없는 생각이나 고민들. 풀리지 않는 실매듭을 그저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풀리지 않는 것을 알아도 풀고 싶은 마음이 들어 마음 한 켠이 답답했다. 그래서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작은 오류나 불편이 감지되면 찝찝해하고, 해결이 될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계획적인 타입은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어렵다. 일을 할 때에도, 작은 마우스 오류를 해결하겠다고, 보고서를 미루고 미루다 야근을 한 적도 있을 정도니까. 사람이랑 다툴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표정을 알아차리고 그냥 넘어가지를 못한다. 담판을 짓던가. 위로를 하던가. 어떻게든 그 감정을 털어내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다.


고등학교 때는 짜증을 내지 않기 위해, 속으로 3초를 세곤 했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찝찝함을 참아내기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눈과 입꼬리에는 짜증이 묻어있어서. 항상 화난 눈빛, 불만 있는 입술이 상징이었다.


어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의 문제는 그 상황 속에서만 유효하기에, 상황을 벗어나면 해결되거나 무의미하게 변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사소하게 태어난 문제조차 버리지 못하고 쩔쩔매곤 했다.


쿨병은 이런 나의 태도에서 기인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못 본 척, 신경 안 쓰는 척하는 게 맞는 거니까. 순간순간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다 마주하고 해결하려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이유로 묵인하고 넘어가겠다는 선언이었다.


안타깝게도 쿨병에 걸려도 그다지 쿨해지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나의 예민함에 질려버리거나, 피곤해서 떠나버렸고 그렇게 깊은 관계는 몇 남아있지 않다. 나는 끝내 거짓된 쿨함을 선택하지 못했다. 말 끝 하나에 신경이 곤두서고, 쉽게 쉽게 넘어가지를 못하는 사람이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내 모습이 어떤 권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진짜 문제에만 예민해질 수 있도록 공부하고, 바꿀 수 없는 상황은 보내주기도 하면서 예민함을 올바르게 쓰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감사하다. 작은 예민함으로도 서로 칼날을 들이미는 피곤한 세상에서 나라는 가시를 품어주는 여유로운 사람들이라서. 나는 쿨하지도 못하고, 여유롭지도 못하지만 지금의 관계가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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