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공간을 작은 글들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읽히길 바라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지만,
볼품없는 제 생각과 일상을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식하면 조금 절뚝이는 타입이라,
많이 의식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ㅎㅎ
가게 공사가 얼추 마무리 되었습니다.
요새는 집기류를 추가하고 이리저리 배치해보고 있습니다.
공간을 꾸미면서, 사람들이 들어와서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책을 읽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아니 생각보다 수다와 사색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2인 테이블만으로 충분할까 고민하다가. 4인 테이블이 없어 돌아갈 발걸음들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는것은 안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걱정은 아마 걱정보단 즐거운 상상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아내는 저보다 조금 더 민감하게 손님들의 생각을 상상해보곤 하는데요.
가끔 너무나 몰입해서 손님처럼 들어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즐거운 잠깐의 상황극을 즐기곤 합니다.
칵테일 연습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아직 동선이 익숙치 않아, 조금 손이 느립니다만
그래도 맛은 어느정도 내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술을 잘 못하는 제가 이토록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이 있었다니
그것도 그게 술이었다니.
술을 싫어함으로 인해서 놓치고 있던 것들이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술이라는 세계의 해상도를 높이는 중입니다.
왜 그렇게들 술자리를 사랑했는지, 혼자 즐기는 한 잔을 즐거워했는지.
저도 조금은 알 수 있을것만 같습니다.
위 사진은 김렛입니다.
북술북술을 준비하며, 어떤 사람이 우리 가게의 메인 타겟일까 고민할 때
바로 옆 동료가 딱 그런 사람이였습니다.
어떤 칵테일을 가장 좋아하냐는 물음에 그는 김렛이라 답했습니다.
김렛은 참 재미있는 칵테일입니다.
드라이 진을 기주로 하는 칵테일인만큼, 꽤 독하고
라임이 주는 톡 쏘는 느낌이 따갑다고 할만큼 찌르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칵테일을 공부하며, 김렛같은 칵테일은 쎄게 흔들어 뿌옇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는데요.
셰이크 이후 따라내는 김렛이 희뿌연 색과 거품으로 가득찰때면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짓게 됩니다.
저는 좀 연하게 먹는 것을 좋아해서 얼음을 섞었는데,
술을 좋아하는 분들은 얼음을 싫어하시겠죠?
가장 좋아하는 쿠바 리브레,
시원하게 훌훌 들이키기 좋습니다.
위스키 바를 운영하는데 칵테일 실력이 늘어가고 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일은 얼음 얼리기입니다.
제빙기 얼음은 빨리 녹고, 일반 각얼음을 쓰기엔 얼음이 작아 마음에 차지 않습니다.
투명하고 단단한 큰 얼음을 만들어서
온더락을 원하는 손님들께 드릴 계획입니다.
쉽게 보는 얼음이
하나 만드는데 24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게 긴 인고의 시간과 더불어
얼음 양의 5배 이상 되는 밑물을 깔아낸 뒤에야
탄생하는 투명한 얼음을 보며,
이 얼음이 뿌옇게 변하는 순간이 내 초심이 사라진 순간이겠구나 다짐해봅니다.
막바지로 이른 지금
아내와 함께 많은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법 팀플레이에 익숙해진 서로를 믿으며,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데요.
정작 술을 좋아하는 아내는 책과 공간에 몰입하고
책을 좋아하던 저는 술에 몰입하는
즐거운 자리바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제 곧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