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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SOOOP Nov 08. 2024

두 사람

언덕의 방

[500자 연재소설 7화]    

  

항구가 보이는 언덕에 방을 얻었어.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가끔 그림도 그리면 좋을만한 곳이야. 오래되어서 삐걱거리는 이층 계단을 오르면 섬들과 바다가 보이지. 이른 새벽이 되면 어선들이 잡아 온 생선들의 경매가 있기도 해. 비릿한 은빛 고기들이 궤짝에 담겨서 팔려나가지. 사람들은 경매가 끝나면 골목 어귀의 허름한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어. 된장을 풀어 끓여낸 생선국과 젓갈이 들어간 김치가 곁들여지지. 난 이런 골목을 예전부터 무척 좋아했어. 아마도 백석이 다녀간 이후인지도 몰라. 가난한 백석이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 눈은 나리고. 혼자 쓸쓸히 소주를 마시며 사랑하는 나타샤와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서 살아볼 생각을 하지. 그래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 같은 건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지. 항구에 푹푹 눈은 나리고 나도 당신을 그토록 그리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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