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500자 연재소설 6화]
모스크바를 떠나기 전 당신은 세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 노래를 들었다. 오래도록 쓰이지 않는 시처럼, 어두운 빛만이 어른거리는 사랑처럼 노래는 흘러나왔다. 오늘처럼 추운 날이면 붉은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푸석한 눈발로 날려 다녔다. 당신의 차가운 키스는, 사랑과 열정이 준 온기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모든 좋은 것과 모든 나쁜 것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리고 삶의 빛이 꺼지고 너무 어두웠다. 당신의 사랑이 없다면 다시 갈 수 없을 테지.(*1)
모스크바를 떠나기 전 당신이 쓴 한 통의 편지는 주머니에서 오래도록 사각거렸다. 파편 같은 시간들이 마음을 스쳐갔다. 종일 지도를 그려 보았다. 경로를 따라 이는 파동마다 색칠을 더해갔다. 거리가 좁혀질 때까지, 다가갈 수 있을 때까지. 부서진 생각들이 파도를 타고 다시 밀려왔다. 만약 나에게 편지를 쓴다면, 나도 당신께 편지를 쓰겠어요! 만약 당신이 나를 잊는다면, 나도 당신을 잊겠어요!(*2)
(*1)(*2) 세자리아 에보라 노래가사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