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500자 연재 9화]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했다. 자신만만했던 K의 얼굴이 잠시 얼그러졌다. 나는 짐짓 모른 채 마샬 스피커의 볼륨을 올렸다. 오후 4시, 마지막 배가 섬을 빠져나가면 섬에는 사람 그림자가 사라졌다. 가끔 고양이 몇 마리가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바람이 더욱 거칠어진다. 철수해야만 할 것 같으나, K는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에는 어떤 신념이 존재한다. "나쁠 건 없어." 처음의 낙관은 언제나 달콤하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패는 그 달콤함을 쓰디쓴 현실로 바꾸어 놓는다. "어쩔 수 없어." 결국 이해를 얻으려는 모험가는 현실 속으로 되돌아온다. 부정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알지만 거부하지 못한다. 그것이 또한 얼마나 괴로운가. 바닷속 물고기들은 이미 우리의 세계를 떠나 미지의 영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죽음을 나누어 먹는 일,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또 다른 태도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