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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영 Apr 15. 2019

14. 봄의 가장 낮은 곳을 비추는 작은 별 ‘별꽃’

여러분, 하늘에서 별을 본 마지막 날이 언제였는지 기억하시나요.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에 치여 살다보면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도 없는 날이 많으니 말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별 볼 일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말입니다. 야근을 마치고 난 후 퇴근길에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에 별이 떠 있으면 참 반갑지 않던가요. 낮을 방불케 하는 인공조명의 홍수 속에 어둠이 뒤섞여 별빛이 끼어들기 어려운 게 도시의 밤이지만, 그 희미한 빛을 길잡이로 삼아 어둠을 헤쳐나갔을 옛사람들의 유전자는 아직 우리에게서 지워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서울 청계천에서 촬영한 별꽃

 

봄엔 하늘뿐만 아니라 땅에도 별이 뜬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낮이 길어져서 기온이 오르는 만큼, 겨우내 메말랐던 나뭇가지와 땅에선 본격적으로 새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죠. 이맘 때 무수히 많은 별들이 햇살이 고이는 가장 낮은 곳으로 쏟아집니다. 그러나 그 별들은 크기가 작아 허리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죠. 바로 별꽃입니다.


별꽃은 유럽 원산의 두해살이풀인데, 오늘날엔 전 세계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합니다. 흔하다는 것은 그만큼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음을 방증하죠. 별꽃은 터를 가리지 않아 볕이 잘 들고 건조하지 않은 곳이면 어디에나 뿌리를 내립니다. 또한 별꽃은 보통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꽃을 피우는데, 햇살이 닿는 곳에선 겨울에도 꽃이 핀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작지만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흔한 꽃이라고 그 모양까지 흔하다고 오해하면 곤란합니다. 이보다 더 별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 꽃은 아마도 찾기 어려우실 테니 말입니다. 토끼의 귀를 닮은 하얀 꽃잎도 앙증맞은 생김새를 자랑하죠. 별꽃의 학명 ‘스텔라리아(Stellaria)’도 라틴어로 별이란 의미를 가진 ‘스텔라(Stella)’에서 유래합니다. 별꽃의 원산지인 유럽의 사람들도 이 작은 꽃을 보고 우리와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서울 예장동 남산공원에서 촬영한 쇠별꽃


별꽃은 개별꽃, 참개별꽃, 큰개별꽃, 가는잎개별꽃, 쇠별꽃 등 많은 형제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 쇠별꽃이 별꽃과 더불어 가장 흔하게 눈에 띕니다. 쇠별꽃은 별꽃에 비해 꽃의 크기가 약간 작지만, 언뜻 보면 거의 같은 모양이어서 한눈에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확실한 구별 방법은 암술대를 확인하는 겁니다. 별꽃의 암술대는 3개로 갈라져 있고, 쇠별꽃의 암술대는 5개로 갈라져 있거든요. 이것만 알고 계시면 별꽃과 쇠별꽃의 신원 확인은 끝납니다. 참 쉽죠?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인 세상에서 드러낼 게 마땅치 않은 사람은 불안하고 외롭습니다. 가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그런 기분이 들 때면 잠시 길가에 쪼그려 앉아 수많은 별꽃을 바라보는 일이 꽤 위로가 되더군요. 맑은 날 밤하늘이 찬란하게 보이는 이유는 수많은 별들이 함께 빛나고 있기 때문 아니던가요. 밝은 별 몇 개만 겨우 보이는 밤하늘은 초라해 눈이 가지 않습니다. 오래전 히트곡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가사 마지막 부분을 가져와 봅니다. “이 세상은 나로 인해 아름다운데”.     




별꽃을 만나는 방법 : 봄에 햇살이 들어 풀이 쉽게 자라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별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별꽃은 홀로 피어나는 법이 없습니다. 별꽃이 피어난 곳 주변엔 냉이, 꽃다지, 큰개불알풀, 광대나물, 민들레 등 많은 식물들이 함께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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