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봄답게 만드는 것은 4월에 부는 훈풍입니다. 겨울의 찌꺼기를 채 벗지 못했던 3월의 봄은, 4월의 훈풍이 구석구석을 훑어간 뒤에야 비로소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거리를 오가는 이들의 옷차림 역시 이맘때부터 봄꽃처럼 화사해져 마음을 들뜨게 만들죠. 겨우내 누렇게 말라 바스락거리는 낙엽보다 새롭게 돋아난 풀잎이 더 많이 눈에 띄는 것도 이맘때부터입니다.
3월과 4월의 체감온도는 꽤 차이를 보이는 편입니다. 이 같은 차이는 3월의 봄과 4월의 봄을 다른 계절처럼 느껴지게 하죠. 여기에 온 산하를 흰 꽃구름으로 가득 채웠던 벚꽃이 순식간에 증발하며 이상고온까지 동반하면, 4월의 봄은 마치 여름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거리의 화단이나 들녘은 이맘 때 쯤에야 비로소 아기자기하고 다채로운 봄의 모습을 완성하기 시작합니다. 이맘 때 봄의 한복판을 조용히 채우는 봄맞이는 화려하진 않지만 가장 반가운 봄 손님 중 하나입니다.
봄맞이는 앵초과의 2년생 초본으로, 매년 4월이면 우리나라 각처의 들녘에서 꽃을 피웁니다. 봄맞이는 양지바른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뿌리를 내립니다. 이맘 때 햇살이 고이는 오목한 곳을 살펴보면 낮은 곳에 엎드린 채 무리지어 작고 하얀 꽃을 피운 봄맞이를 쉽게 만날 수 있죠.
봄맞이의 꽃의 크기는 고작 4~5㎜ 가량입니다. 전국 지천에서 피어나지만, 너무 작은데다가 바닥에 들러붙어 자라는 녀석이다 보니 발 옆에 두고도 모른 채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작은 매화를 닮았다는 의미를 가진 ‘점지매(點地梅)’란 한자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나 앙증맞고 어여쁜 녀석입니다. 특히 봄바람이 불 때 무리지어 여린 꽃대를 하늘거리는 모습은 작지만 꽤 장관을 연출하죠.
여러분은 봄맞이가 가장 정확하게 봄을 알리는 전령이란 사실을 아시나요? 가끔 철을 모르고 피어나는 다른 봄꽃들과는 달리 봄맞이는 변덕을 부리는 일이 없이 남쪽에서부터 우직하게 봄을 따라 북상합니다. 꽃말마저 심심하게도 ‘봄의 속삭임’입니다. 봄맞이의 성격을 아시겠죠? 봄맞이가 여러분의 눈에 띈다면, 그곳은 확실하게 봄의 영역인 겁니다. 누가 경계를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거짓말처럼 계절에 맞춰 일상으로 스며드는 자연의 모습은 참 경이롭습니다.
봄에는 봄맞이가 전하는 봄의 언어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매년 그 봄이 그 봄인 것 같아도, 봄의 언어를 알아듣게 되면 더 이상 그 봄은 그 봄이 아니게 되거든요. 이 말장난 같은 말이 여러분에게 마음으로 와 닿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런 날이 오면, 나무가 매해 나이테를 두르며 굵어지듯, 앞으로 다가올 여러분의 봄은 이전의 봄과는 다른 봄일 테니까요.
봄맞이꽃을 만나는 방법 :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날에 볕이 잘 드는 풀밭을 살펴보시면 봄맞이꽃이 무리를 지어 피어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도시에선 길가나 화단보다는 녹지가 많은 편인 공원에서 더 쉽게 봄맞이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봄맞이꽃은 무심코 밟고 지나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편이니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