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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Aug 04. 2024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 1

"나에게는 하나의 영혼이 존재하듯, 친구란 또 하나의 영혼이다."

대학시절 다이어리가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써넣은 경구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나오는 "우정은 두 개의 몸 안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Friendship is a single soul dwelling in two bodies.)"라는 표현의 변주가 아닐까 싶다. 어디서 이 글을 읽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주 오랜 시간 나의 다이어리 앞에 위풍당당하게 존재감을 뽐내던 문장이다. 내 마음의 어느 곳을 울려서 이 문구를 가슴에 품고 살았을까. 가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난 뒤, 이 문구가 나의 중요한 가치관을 표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학창 시절의 우주는 가족과 학교이고 그중에서 나는 '친구'에 대한 마음이 유독 끌렸던 것 같다. 1986년에 출간된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詩도 암송하고 다닐 정도로 엄청 좋아했었던 것을 보면, 나에게 친구란 내 영혼과 같은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은 분명했다.


퇴사를 하면서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가치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삶을 주도적으로 잘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최선을 다하며 살려 노력했다. 내게 주어진 일은 책임감을 갖고 잘 해내려 했다. 어떤 큰 성공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내게 맡겨진 일을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살았지만, 삶의 가치와 목적을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에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던 그 순간부터 나의 삶의 주인은 '나'라고 생각하며 주도적으로 살아왔던 나였다.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주거나 이끌려서 사는 삶을 살아온 나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40대 중반의 나이에 와서야 다시 나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것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그제야 조금씩 들려왔다. 나와의 소통을 놓치고 있었다. 나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니 조금씩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나는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나의 중요한 가치관을 형성했던 '친구'라는 존재가 있었다. 연륜과 경륜이 쌓이면서 나의 관점과 사고가 확정되어 나의 삶의 가치나 목적은 다양해졌다. 특히 일을 통해서 얻은 경험과 통찰들이 나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무역 회사에 출근을 하다 갑작스럽게 떠난 유학길을 통해 나는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그때(기회)가 올 때 알아보기 위해서는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불문학도였지만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한 덕분에 조교 언니의 추천으로 무역 회사에 지원할 기회를 얻었고, 합격을 했다. 프랑스로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정작 나는 호주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무엇이든 억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으로 노력해도 안된다는 것은 아직 그때가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대신 무작정 내 입에 감 하나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 보면 분명 그 기회는 생기게 된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것을 주변에 적당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 기회는 주변 사람에게서 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조교 언니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에서 나에게 "지원해 볼래?"라고 여쭤보셨을 것이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앞서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는 이해한다. 반복적인 일이나 안정지향적인 일을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 것인지 대부분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과거에 대한 관심보다 현재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더 관심이 많다. 자연스레 트렌드에 관심이 많아지는데, 예전에는 잡지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깊이는 모르지만 흐름을 알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어느 조직이고 기관이고 이제는 개인까지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사이트를 발견하면 뉴스레터를 발행하는가를 보고 꼭 뉴스레터를 받아본다. 뉴스레터는 발행하는 곳에서 중요하거나 홍보를 해야 할 부분에 대해 압축해서 발행하는 것이니 흔히 말하는 "진액"만 모아놓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이메일에는 온갖 나의 관심사들이 쌓여있는 보고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스팸으로 쌓여있는 홍보나 광고성 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흐름을 보는 데는 유용하다. 여기서 아쉬운 것은 끈기나 인내가 아쉽다 느끼는 것은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파고들 수도 있는데, 나는 그런 편이 아니라서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을 늘 경계한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가 메타의 전 운영책임자 세릴 샌드버그에게 "로켓에 자리가 나면 일단 올라타라"라고 했다는 조언이 2012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축사에서 나와 유명해진 일화가 있었다. 나도 여러 경험들을 거치면서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몇 번 있었는데, 이 조언은 내게 의사결정을 할 때 중요한 키가 되었다. 특히 어떤 일을 제안받고 고민이 될 때는 우선 로켓에 올라타고 생각하자고 되뇐다. 새로운 분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는 그 흐름을 놓치면 오히려 들어갈 타이밍을 못 잡고 후회할 수 있기에 가능하면 퍼스트 무버가 되려 노력한다. 도전하는 것을 피하지 않는 나의 성향에 딱 맞는 조언이라 좋아하고 나도 선택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쓰는 편이다. 


의식을 하고 있던 아니던 삶의 가치관과 가치들은 모든 사람이 살아가면서 개인의 행동, 선택, 삶의 방향성을 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추구하는 가치들을 확고하게 알고 있다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올바른 선택을 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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