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은 사람의 성장을 돕는 강력한 도구이다. 나는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코치'로서 리더십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를 원하는 사람이나 소통을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돕고 있다. 그렇기에 '코칭이 곧 성장'이라고 믿는다. 코치로서 내 역할을 충실하게 잘 해내기 위해 나는 코치로서 늘 배우고 학습하는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코치는 '평생학습자'라고 (사)한국코치협외 핵심역량에도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많은 전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내 전문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늘 '코치는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며, 배운 것을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코치로 성장하려고 노력한다.
불교에서 유래된 '수파리(守破離)'라는 용어가 있다. 불교에서 시작되었지만, 검도에서 수련의 단계를 표현할 때 더 많이 사용되고 있고 나는 코칭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학습을 할 때 활용하고 있다. 첫 번째 수(守)의 단계는 '지킨다'는 의미로 초심자가 스승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르며 기본을 철저하게 연마하는 단계이다. 나는 '수파리'를 떠올릴 때마다 '소림사'가 생각이 난다. 소림사에 수행하기 위해 처음 들어가 수련자에게 바로 무술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바닥을 쓸고, 닦는 청소부터 시작해 밥을 하는 등 기본적인 일들을 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이 단계는 영화나 소설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기본기를 다지게 된다. 두 번째의 파(破)의 단계는 '깨트린다'는 의미다. 기본기를 탄탄하게 익히며 스승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응용력이 생기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깨지기도 하며 배우는, 나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며 기존의 틀을 넘어서기 시작하게 되는 시기다. 마지막 리(離)의 단계는 '떠난다'는 뜻으로 모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유롭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특정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고수'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 개념을 처음 접한 것은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원 리더십과 MBA 과정 시절, ‘리더십개발 방법론’ 수업에서였다. 김성준 교수님께서 리더와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며 이 개념을 소개해 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확한 설명 내용은 흐릿하지만, 그 강의실의 풍경과 교수님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이 개념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있고,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코칭 교육을 할 때마다 자주 사례로 활용하는 나의 단골 에피소드인데 그만큼 나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개념이 되었다.
전문코치로 활동한 지 4년이 되었고, 코칭에 입문한 지 9년이 된 시간 동안 나는 '수파리'의 단계의 다양한 지점을 거쳐 왔을 것이다. 처음에는 기초 교육을 받고 구조화된 코칭 프로세스를 익히는데 급급해 고객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할 다음 질문에 집착하던 시기도 있었다. 어느 순간, 조금씩 고객의 말에 온전히 집중하는 법도 알게 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고객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지며, 프로세스에 집착하기보다 비구조화된 틀 속에서 나의 코칭 스타일을 찾아가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이 과정은 직선적이지는 않았다. 때로는 초심으로 돌아갔닥, 다시 성장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조금씩 '리'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이제는 제법 "Not knowing"의 상태를 즐기며, 애쓰지 않고 고객을 믿고 함께 춤을 추는 듯한 코칭을 경험하기도 한다.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최고의 공부를 하게 된다'는 말처럼, KAC(Korea Associate Coach), KPC(Korea Professional Coach), PCC(Professional Certified Coach), KSC(Korea Supervisor Coach) 자격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MCC(Master Certified Coach) 자격 취득을 향한 도전은 나의 코칭 여정에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자격이 나의 코칭 실력을 절대적으로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언젠가 꼭 도전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다. 이 자격 과정이 나의 궁극적인 ‘리(離)’의 단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년 이맘때쯤, 나의 코칭 여정에서 중요한 통찰이 떠올랐다. ‘수파리(守破離)’라는 개념을 알게 된 이후부터, 나는 오랫동안 '리'의 단계에 도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역량 강화를 위해 애써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그 단계가 아님을 깨달았다. 무협 만화나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광야의 재야 고수를 떠올렸다. 평범한 노인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 깊은 무공을 지닌 고수들 말이다. 그들의 존재는 보이지 않는 곳에 진정한 힘을 간직한 듯했다. 그 모습을 떠올리니 내가 원하는 것은 ‘리’의 단계를 넘어 어쩌면 ‘수’의 단계로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단계를 넘어서 더 이상 그 경계를 의식하지 않고, 완전한 코치로서 존재하는 것. 바로 그 경지였다.
코칭을 처음 배우고 나면 누구나 기본이 쌓여갈수록 조급해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나도 그 과정을 겪었기에, 잘하고 싶은 마음,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그러나 이 여정에는 물리적인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숙성의 힘'은 단순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깊이를 키우는 시간이다. 이러한 과정을 '수파리'의 개념으로 마음에 새기며 지나왔다. 조급함이나 불안감이 밀려올 때마다, 또는 지루한 학습의 반복에 힘이 들 때마다, 이 개념은 나에게 큰 용기와 힘을 주었다. 나는 지금도 '좋은 코치'로 성장하는 길 위에 있으며, 그 여정이 'Right track'임을 믿고 있다. '수파리'는 단순한 기술 연마의 단계를 넘어서, 나 자신을 초월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늘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