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한 달여 앞두며, 한 해를 돌아보고 다음 해를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해마다 그 해의 '키워드'를 선정해서 그 한 해를 그 키워드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정렬하는 것을 좋아한다. 2024년 내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이었다. 연초에는 늘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들이 있어 계획을 세우지만, 연말이 되면 그중 성취를 해내는 것들은 많아야 한 두 개 정도다. 올 초에는 그런 반복적인 패턴을 타파해 보고자, 하고 싶었던 것들 중에 하나를 선택해 그것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결과물을 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이 반영되었다. 나는 '숙원사업'이라고 표현하는, 연초 목표설정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과제’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의 ’숙원사업’이 누구든 있을 거라 믿고 싶다. 나의 숙원사업은 바로, '다이어트, 책 쓰기, 영어로 자기표현 자연스럽게 하기'다. "놓치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했던 유명 드라마 대사처럼, 사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은 매년 그 해의 목표에 등장하는 과제들이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라도 그 숙원사업을 해내지 않으면, 나는 계속 실패하는 사람이 될 것 같은 불안감도 올라왔다. 그렇게 나는 숙원사업 중 '책 쓰기'를 우선순위로 선택했고, 2024년 나의 핵심과제이자 달성하고 싶은 목표로 설정했다. 12월을 앞두고 한 해를 정산해 보니, 결과적으로는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고 자평한다. 아직 2024년이 한 달 남짓 남았지만, 출판물로 책이 발간된 것은 아니니, 선택과 집중을 했음에도 목표달성을 못한 것 아니야?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애초 목표는 3월에는 초안을 출판사에 넘긴다, 6월엔 넘긴다 하며 책 출판에 대한 의지를 계속 밀어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의지박약 한 사람이라며 자책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된 데는 '책 쓰기'라는 목표가 좀 더 정교하게 설계가 되었어야 했다. 코치로서 목표 설정이 SMART 하게 설정이 안 될 때 오는 부작용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니!
책을 출판하지는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이유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발견하고 내가 한 첫 번째 일은 '글근육을 키우자'였다. 2023년 말부터 시작된 나의 글쓰기는 '브런치 작가'로서 글쓰기에 시동을 걸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목표는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꾸준하게 매주 최소 한 꼭지씩 글을 쓰며 글 근육을 키우는 것이었다. 무엇이든 초기에 마중물을 받거나 재료를 모으는 작업은 시간이 더디 가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언제 글이 채워지나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중꺽맘"이라고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는 것처럼,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2024년 절반을 지나서는 제법 곳간이 채워졌다. '브런치 매거진'으로 글을 묶어 내니 제법 뿌듯했다.
마침 8월 말에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 안내가 올라왔다. 종이책으로 출판이 쉽지 않다는 인식을 했기 때문인지 나의 유연성을 발휘하여 방향성을 조금 틀었다. 내가 스스로 발간하는 형태이지만, '브런치 북'으로 내 글을 모아서 발간을 첫 목표로 하기로 했다. 모아 놓은 글 들 중 'Unlock'라는 주제로 20편을 모아서 브런치 북을 발행하고 공모전에 응모도 했다. 12월 18일에 응모 결과가 발표가 난다. 응모를 하는 순간 '혹시나'하는 마음을 품기에 기대를 1%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일까? 하지만 알고 있다. 너무 좋은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말이다. 공모전 도전은 나에게 하나의 도화선이다. 공모전이라는 수단을 통해 2024년 '선택과 집중'했던 '책 쓰기' 프로젝트는 그래서, 절반의 성공을 이뤄냈다 말하고 싶다.
몸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글 근육을 키우는 것이 처음부터 쉬웠던 일은 아니었다. 초기에는 '글을 못 쓴다'는 생각이 컸지만, 글 쓰기 어렵다는 것이 글 쓸 소재나 생각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막연하게 책을 내고 싶다는 욕구만 있을 뿐, 나는 나의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것인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등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때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많은 글쓰기 책에서도, 주변에 글을 쓰시는 분들에게서도 들었던 말이다. 일단 그냥 써라. 아무 말이이나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그와 연결된 주변의 소재들도 보인다고.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글이 써지던 안 써지던 꾸준하게 한 꼭지의 글을 써 내려가며 글근육을 키웠다. 때로는 브런치에만 글을 쓰지 않았다. 네이버 블로그에도 썼고, 인스타그램의 짧은 글도 썼다. 내가 정한 틀은 있지만, 그 틀에 매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글을 잘 써야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꾸준하게 쓰다 보니 나름 글근육이 조금씩 채워져 기초대사량이 늘어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통장 잔고가 채워지듯, "해낸" 나의 작은 성취들에 뿌듯함과 희열감이 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저는 '그냥 하는 사람'이기보다 '해내는 사람'이라는 자신감도 덤으로 얻었습니다. 워낙 생각과 행동이 빠른 편이라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꾸준함이 채워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것을 그냥 묵묵히 하면서 나름대로 끈기와 인내심을 얻게 되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책을 낸다는 목표를 갖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힘이 저에게는 성취로 이어져 해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키워드로 살아온 2024년에 제게 가장 큰 수확은 저에게 없다고 느꼈던 인내와 끈기, 성취가 생겨 해내는 사람이 되고 있다 것을 얻는 것이 큰 수확입니다.
얼마 전 MBC-TV에서 '강연자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우연히 서재에서 거실을 나오다가 TV를 보시던 엄마께서 재밌게 보시길래 나도 따라 보게 되었다. 내가 본 편은 첫 회였는데, 백지연 전 MBC 앵커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한 분야에서 앞서가는 사람으로서 비바람을 다 맞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새삼 그녀의 존재가 커 보였다. 그런 그녀의 강연도 울림이 있었지만, 나는 '결국, 해내는 사람'이라는 강연 주제에 눈길이 갔다. 무심코 본 강연 주제는 다음 날까지 나의 생각을 확장시켜 줬다. 왜 "해내는"이라는 단어게 그렇게 마음이 끌렸을까? 나의 내면의 소리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해내는 사람"과 '하는 사람'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 그렇구나!! 나는 일반적으로 행동이 빠른 편이다. 특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오면 좌고우면 하지 않고, 일단 한다. 그러니까 나는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해내는 사람"은 다르다. '해내는' 사람은 일단 목표가 명확하다.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을 견디는 힘이 필요한데, '끈기와 인내를 갖고 그 과정을 견뎌내고 성취'해낸다. '하는 사람'인 나는 큰 목표를 설정하고 시작한다. 그 과정에 분명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데, 고통을 회피하는 성향도 커서, 포기도 빠르다. 그리고는 그 포기를 '유연성과 전략'이라고 포장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으니 성취에 대한 동기도 크지 않았고, 과정 자체를 즐긴다고는 했지만, 하다가 결과가 좋으면 좋았고, 결과가 좋지 않았어도 거기서 배우는 것이 있기에 그저 좋다고만 생각했다. 와우! 이런 심오한 뜻이 숨겨져 있었다니!!
백지연 앵커의 강연을 우연히 듣게 되었지만, 제가 그것을 흘려보내지 않고 질문으로 잡았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2024년 어쩌면 나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해내는 사람'으로 진화해 가고 있는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