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바라보는 용기

by 보비

북극성을 발견하고 우선순위를 다시 설정한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다음 관문은 명확하다. 방향과 할 일을 알아도 선뜻 발을 내딛지 못하게 만드는 벽, 바로 '두려움'을 마주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여기에서 멈춘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겠고, 왜 해야 하는지도 분명한데도, 막상 첫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그건 우리가 나약해서가 아니다. 두려움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실제로는 우리를 보호하려는 본능으로,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필요한 감각이다.


갑자기 비행기에서 강풍으로 기체가 흔들릴 때 심장이 쿵 내려앉는 그 순간이나, 낯선 골목에서 누군가 뒤따라오는 느낌에 걸음을 멈추는 것 등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이 모든 반응은 생존을 위한 시스템의 일부다. 하지만 삶의 중요한 선택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종종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두려움을 없애려는 싸움이 아니라,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다.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은 TED 강연과 저서 <마음 가면(Daring Greatly)>에서 이렇게 말한다. “취약함은 약점이 아니라, 진짜 용기의 시작이다.” 두려움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두려움이란 큰 카테고리 안에도 그 원인과 성격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는 이 막연한 두려움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바로 두려움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막연한 불안은 언제나 우리를 더 압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코칭 현장에서 두려움과 불확실성 앞에 선 리더들에게, 감정의 안갯속에서 위험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하도록 돕는 구조적 도구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바로, ‘Creactive Risk Navigator™’라는 리더십 자기 인식 기반 리스크 매핑 도구다.


이 도구는 전통적인 리스크 매트릭스(Risk Matrix)의 개념을 바탕으로, 리더십과 커리어 선택 상황에 맞게 재구성되었다. 리스크 매핑을 통해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에서 ‘다룰 수 있는 것’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 안에서 감정과 실제 리스크를 구분하고, 감수할 수 있는 불편과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는 것이다. 두려움을 막연한 벽이 아니라, 넘을 수 있는 언덕으로 바꾸는 첫걸음으로 바라보자. 막연하게 “이 일은 너무 위험해 보여서 못 하겠어”라고 말하기보다 “이 위험은 발생 가능성이 적고, 발생해도 내가 감당할 수 있어”라고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런 구조화는 실제 삶의 변화로도 이어진다.


코칭했던 한 중간관리자는 대기업의 구조조정 발표 이후 갑작스럽게 퇴직 통보를 받았다. 처음에는 낙담했고, “나는 그저 한 조직에 오래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내가 나가서 무엇을 하죠? 바깥에서는 쓸모없는 사람이 아닐까요?”라며 자책했다. 우리는 함께 그의 커리어를 되짚고, 어떤 일에서 기쁨을 느꼈는지, 무엇을 잘했는지를 구체화해 보기로 했다. 그는 팀원 간의 갈등을 조율하고, 성과 리뷰 시스템을 개편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일하면서 힘들게 ‘경영학 박사’를 취득해 놓기도 했다.


우리는 ‘재정적 불안’, ‘자기 효능감 부족’,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리스크 맵을 함께 그려나갔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중소기업 대상의 ‘조직문화 진단 & 개선 워크숍’ 컨설턴트로 전환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한두 기업을 대상으로 파일럿을 운영했고,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 상공회의소와 연계한 프로젝트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그는 말했다. “아직도 두려움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가진 도구로 바람을 맞서 항해하는 법은 배운 것 같아요.” 두려움이 없어진 게 아니라, 이제 그것을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 것이었다.

워런 버핏은 ‘위험이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 생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위험 자체보다 위험을 피하려는 태도가 위험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리스크와 두려움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것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그것에 익숙해지고, 다루는 능력이 생길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조용히 자신에게 물어보자. 내가 마주한 두려움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그 두려움에 색깔을 입힌다면 무슨 색일까? 그 감정이 밀려올 때, 내 몸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그 감각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그렇게 내 안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실제로 감당해야 할 리스크인지, 혹은 내 상상과 감정이 만들어 낸 그림자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감수할 수 있는 불편은 무엇인가?


두려움은 나를 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비추는 신호일 수도 있다. 북극성을 따라 항해하는 길 위에서 우리는 두려움과 함께, 그러나 두려움에 묶이지 않고 나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진짜 용기의 시작이고,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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