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의 리듬을 찾다

by 보비

조직에서 일할 때, 우리는 정해진 시간의 리듬 속에 살아간다. 출근 시간, 회의 시간, 점심시간, 보고서 마감, 이해관계자 미팅, 퇴근, 그리고 때로는 야근까지. 이 모든 것은 이미 정해진 질서 속에서 배분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마치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갇혀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많은 직장인이 언젠가 자유로운 시간 창조자가 되기를 꿈꾸며 하루하루 산다.


현실은 어떨까? 조직의 틀을 벗어나 프리랜서가 되거나, 인생 2막을 시작하면 시간은 더 이상 외부에서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분명 자유는 생겼지만, 동시에 책임도 따라온다. 자유롭지만 무질서한 시간은 오히려 삶의 리듬을 깨뜨릴 수 있다. 내가 자유로운 노마드의 삶을 살며 마주한 큰 벽 중 하나였다.


‘하루 24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원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전적으로 내 몫이다. 그래서 시간은 단순히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설계’의 대상이 된다. 남이 짜놓은 시간표가 아니라, 스스로 내 시간을 짜야하는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시간에 대한 자기 이해이다. 단순히 스케줄러에 할 일을 적는 것이 아니라, 나의 리듬과 성향, 자원 분포를 바탕으로 한 자기 맞춤형 시간을 시스템화해야 한다.


조직에서 은퇴하고 1인 기업가로 본격적인 삶을 시작하면서,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가 나의 큰 화두가 되었다. 남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도적으로 내 시간을 설계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내가 언제 창조적 활동을 하는 것이 좋은지, 네트워킹 활동을 하는 시간대는 언제가 좋은지 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답답함을 느꼈다. 역설적으로 시간은 많은데, 진척은 더디었다.


MBTI 기준으로 J형(계획형)은 시간표와 마감 기한이 주는 명확함을 선호한다. 이들은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해소이며, 일을 미리 준비하며 안정감을 느낀다. 루틴과 우선순위 설정, 주간 단위 플래너가 효과적이다. 반면, P형(인식형)은 유연한 흐름을 중시하고, 마감이 가까워질수록 집중력이 높아진다. 계획보다는 순간의 몰입과 아이디어의 확장을 더 중시하며 블록 타임과 자유로운 캘린더, 유연한 데드라인이 더 잘 맞는다. 나는 MBTI로 볼 때 ‘파워 P’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J형이 계획표, 리스트, 캘린더에 익숙하면, P형은 유연한 일정 속에서 흐름을 따라 일한다. 그래서 종종 ‘계획을 못 세우는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나도 나 자신을 이 프레임에 가둬두었다. 하지만 이는 오해였다. 전형적인 P형인 나는 해야 할 일들을 엑셀로 세세하게 관리하기보다 큰 흐름을 잡아 프로젝트 단위로 관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사람이었다.


시간 관리를 못하고 있다는 답답함 속에 우연히 읽은 짐 벤슨(Jim Benson)과 토니안 드마리아 배리(Tonyan DeMaria Barry)의 <퍼스널 애자일 퍼스널 칸반>이라는 책을 통해 ‘칸반(Kanban)’ 개념을 알게 되고, 관점의 전환을 경험했다. 나에게는 세세한 기록보다 큰 흐름을 잡고 두세 개 정도의 프로젝트 단위로 관리하는 방식이 더 적합했다. 계획의 방식이 다를 뿐, P형도 자신만의 흐름 안에서 충분히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어떻게 계획하느냐’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계획하느냐’이다.


하루 중 덩어리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아침에 몰입이 잘 되는 타입이라, 새벽 5시부터 8시까지 3시간을 ‘미래를 위한 하이라이트 시간(Highlight for my Future Self)’으로 정해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시간에 ‘글 근육 키우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결국 책 한 권을 출간할 수 있을 만큼의 글을 쓸 수 있었다. 현재는 올 하반기 출판을 목표로 작업 중이다. 이처럼 시간은 에너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같은 한 시간이라도 어떤 때는 충만하게, 어떤 때는 공허하게 흘러간다. 그러니 내 에너지 곡선을 관찰하자. 나는 아침형인가? 언제 집중이 잘 되고, 언제 쉽게 지치는가? 무엇을 할 때 회복되는가? 시간표를 짜기 전에 내 몸과 마음의 리듬을 이해해야 한다.


만약 내가 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한 적이 없다면, 여전히 남의 방식으로 일하며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기 성향을 무시한 시간 관리는 지속되기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가 아니라, 나는 ‘어떤 흐름에서 가장 잘 작동하는가?’를 아는 것이다. 남의 틀이 아니라, 나만의 리듬을 알아차리고 설계하는 것.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간 언어를 가지고 있다. 지금, 그 언어를 배워갈 시간이다.

북극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에게 의미 있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것. 이것이 바로 ‘삶을 설계하는 행위’다. 이제, 나만의 시간 구조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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