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도 컬러가 있다
2015년 11월 1일 동작구어르신행복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임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동작구청 일자리경제과에서 회사설립을 위한 기초 작업은 해뒀기 때문에 3일 법인 설립을 완료한 뒤, 먼저 우리 회사의 머리와 손, 발이 되어줄 사무직원을 채용하는 업무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처음 실시하는 사업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었나 봅니다. 상당히 많은 젊은 자원들이 지원을 해주었고,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통해 4명의 멋진 분들을 선발할 수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사명감으로 가득 찬 5명은 자본금 2억 9천만 원과 고령자친화기업 선정으로 받은 보조금 3억, 총 5억 9천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넓은 벌판에 이제 집을 지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동작구는 가로로 긴 지형을 갖고 있습니다. 사당동에서 보라매공원이 있는 신대방동까지 옆으로 길게 된 곳에서 장승배기역은 가운데 지점에 위치하여 있습니다. 동작구청과도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고 지하철역 등 교통편도 좋은 곳이라 어르신행복주식회사의 사무실 위치로 적합할 것 같았습니다. 장승배기역 2번 출구에서 2분 거리에 위치한 이면도로에 인접한 8층짜리 건물, 3층에 위치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있기는 했지만 비상상황에서도 어르신들께서도 걸어 오르실 만한 정도의 위치를 찾았습니다. 사무실은 32평 정도의 규모로 한 층을 다 사용하게 되어있었는데, 도로 쪽 전면이 창이라 회사이름을 크게 스티커로 붙여놓았더니 실제로 길을 지나다니시던 어르신들께서 ‘뭐 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들어오시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사무실을 구하고 간단하게 인테리어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저는 파티션이 높은 사무실을 싫어합니다. 사무실에 누가 오는지 알 수도 없고, 자기만의 업무에 집중하면서 일하게 되니 소통이 잘 안 된다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요즘은 많이 개방화되는 추세이긴 한 것 같습니다. 제 사무실을 만들게 되면 기관장의 독립된 방보다 함께 소통하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카페 분위기의 사무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사무실처럼 자기 책상을 갖는 것보다 그날 오는 순서대로 본인이 편한 곳에 앉아서 일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개방적으로 사무실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어색해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스타일만 주장할 수는 없겠죠. 그래도 제 방을 별도로 만들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오픈된 사무실을 2/3은 사무공간으로 놓고, 1/3은 어르신들이 오시면 앉아서 담소도 나누시고, 인터뷰도 할 공간이 필요해서 북 카페 형식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가벽을 설치하지 않고 책장을 가벽으로 활용하여 어르신들 공간에 관련된 책과 소품들을 놓았더니 분위기가 따뜻해졌습니다.
1/3 이상의 공간을 빼고 나니 사무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습니다. 우선 조금은 사이즈가 큰 제 책상과 다 같이 회의할 테이블, 7개의 개별 책상을 놓았습니다. 책상과 책상 사이의 파티션은 지저분한 선들을 정리해야 하고 포스트잇도 붙이는 등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였지만, 최대한 낮은 파티션으로 고개를 들었을 때 서로의 눈이 마주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탕비실과 조그만 창고 공간, 화장실 등 32평의 공간을 정말 알차게 꾸며놓았습니다.
어르신들이 머무는 사랑방 공간을 어떻게 채울까에 대한 구상을 많이 했습니다. 구조상 사무실 문을 열면 제일 먼저 마주하는 공간입니다. 들어왔을 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의 공간, 산뜻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고민 끝에 황학동에 직접 가서 카페에서 사용할 만한 테이블과 의자를 직접 맞추고 구매를 했습니다. 요즘은 사무용 가구도 디자인이 더해져 예쁘게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무용품 느낌이 나는 것 같습니다. 황학동에 가니 가격도 당연히 저렴하고, 너무 예쁜 디자인의 제품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어르신 공간을 그렇게 꾸며놓으니 정말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개소식을 비롯, 교육과 간담회, 때로는 저녁일정 자리로도 다양하게 활용하였습니다.
장승배기 사무실에서 동작구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곳에 어르신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 개방성을 갖추면서도 편안함과 따뜻함을 갖고, 창의적인 발상이 나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던 우리의 목표는 달성했던 것 같습니다. 장승배기에서 2년의 계약기간을 마치고, 지금은 노량진역 인근의 메가스터티타워 2층 행복지원센터 안에 입주했습니다. 메가스터디타워에서 2층 전체를 기부채납한 곳입니다. 행복지원센터는 ‘동작 50+센터, 사회적 경제센터, 동작마음건강센터, 평생교육관’이 한 층에 함께 있습니다. 저희도 그곳에 입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따로 또 같이’랄까요? 협업이 가능하고 오시는 이용자들에게도 원스톱으로 일을 볼 수 있기도 할 것입니다. 편의성에서는 지금 입주해 있는 행복지원센터가 좋지만, 저는 첫 사무실이기 때문일까요? 장승배기역의 추억들이 가끔씩 그립습니다. 어쩌면 그때의 처음 마음이 그리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