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성장할 때입니다.

by 보비

기회는 평등하게 오지만 잘 파악하고 활용하는 사람만이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만약 5년 전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지금 제가 동작구어르신행복주식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어느 날 갑자기 인생 1막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노무현재단을 그만두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딱히 대책을 세워놓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손에 있는 사과를 놓지 않으면 다른 과일을 잡을 수가 없을 것 같아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반년 만에 기회가 왔습니다. 2015년 여름, 이창우 동작구청장이 그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복지 실현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나름대로 노인 일자리와 ‘고령화 시대(이제는 고령 시대에 있습니다)’에 대해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관련 도서 등을 찾아 열심히 준비를 했습니다.


동작구의회 신희근 의원의 의원발의로 드디어 동작구어르신행복주식회사가 설립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표이사 공모가 구청 홈페이지에 올라왔습니다. 임기 3년간 어떻게 이 회사를 운영할 것인지 청사진을 보여줄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하며 한 번도 가지 못한 길을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2년 정도 지난 뒤 우연히 그 당시 작성했던 직무수행계획서를 열어보고는 3년간 세웠던 비전과 전략 방향이 거의 일치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서툴렀지만 그렇게 준비했던 지원서류들을 제출하고 면접까지 이어졌습니다. 동작구청 지하 1층에 위치한 한 공간, 엄숙한 분위기 속에 면접관 5분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는데, 저는 오랜만에 면접을 보는 자리라 무척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표이사로 임명된 뒤, 면접관으로 참석했던 한 분께 인사를 드리러 갔었는데 그분께서 “날카로운 질문들도 잘 대답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여성이 잘해”라는 피드백을 듣고 감사하고 기뻤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동작구어르신행복주식회사에 와서 일하게 된 지 벌써 꽉 찬 4년이 되었고, 2019년 11월 1일부터 5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4년간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어르신 포함 전 직원들이 한 방향을 보고 함께 손잡고 달렸습니다. 처음 53분의 어르신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는데 올해 벌써 143명의 어르신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운동회 날 단체 게임처럼 이 많은 인원이 일렬로 손을 잡고 달리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손을 놓치거나 넘어지는 일 없이 잘 달리고 있습니다. 자를 잰 것처럼 직선이 아닐 때도 있지만 옆 사람이 조금 더디게 오면 옆에서 발맞춰주면서 서로 의지하고 맞춰가며 갑니다.


맨 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업은 회사 설립의 본연의 임무인 동작구의 어르신 일자리의 수를 매 년 늘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자리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안정화시키고, 일의 품질과 서비스를 높였습니다. 매출 또한 해마다 늘어났고, 매년 영업이익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클리닝서비스로 시작했던 사업도 조금씩 확대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사업 5년 차를 맞이하여 중장기 전략을 다시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3년이 회사가 태동하여 도입기였다면, 4년 차부터 성장하는 준비를 하는 시기였고, 5년 차인 2020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회사의 나아갈 방향을 재정비하고 달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산업화 세대의 윗 세대 어르신들이 저희 회사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곧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고 올라오게 되는데 이 분들은 지금 어르신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도 많이 받았고, 경제력도 그 어느 세대보다 높고, 화이트컬러 일자리에서 활동한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 분들을 위한 일자리 개발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 함께 논의되고 진행되어야 하는 과제이지만 회사가 더 지속 가능한 성장, 발전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입니다. 더구나 4차 혁명 시대, 인공지능의 시대로 단순 일자리는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텐데, 우리의 미래의 일자리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지금 어르신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20년은 저희에게 의미 있는 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8101267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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