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먹어봐, 내가 직접 방금 부쳐 온 거야”
어느 날, 흑석체육센터에서 근무하시는 김유순 어르신께서 사무실을 방문하셨습니다. 추석이 얼마 지난 뒤였는데 사무실에 볼 일이 있으셔서 들르셨다 하십니다. 며칠 전 야유회에서 뵙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방문하셔서 요즘 어떠시냐고 근황을 여쭤보며 일을 마치실 때까지 옆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을 다 마치신 뒤에도 뭔가 저에게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아서 여쭸더니 사무실 제 방에서 이야기를 했으면 하셨습니다. 일하시면서 불편한 점이 있으신가, 애로사항을 말씀하시고 싶으신 건가 싶어 얼른 제 방으로 모셨습니다. 자리에 앉으시자마자 메고 다니시는 배낭을 여시 더니 검정 비닐봉지를 꺼내십니다. 배낭 안에 계속 들어있어서 조금 꾸깃꾸깃해진 비닐봉지를 열더니 작은 박스를 하나 꺼내셔서 “이게 뭐냐고?”여쭸더니 “우리 동생이 직접 기르는 꿀인데 한 번 잡숴봐” 하시면서 주시는 겁니다. 다른 직원들이 볼세라 살짝 저만 먹으라고 챙겨주시는 거였습니다. 주고 싶으신 엄마 같은 모습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우셨습니다. 검은 비닐봉지에 싸서 너만 먹어야 해 하시는 모습이 말입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직원들하고 같이 잘 먹겠다고 하고 사무실에 두고 매일 아침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달달한 꿀물로 하루를 열기도 했습니다.
간혹 어르신들과 함께 일을 한다고 하면 ‘힘들지 않냐’ 거나 ‘힘들겠다’고 조심스레 물어보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한 번도 어르신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어르신들과 일을 하면서 좋은 점들이 많습니다. 그 장점들 중 하나가 사무실에 오실 때 늘 간식거리를 챙겨 오시는데 이렇게 뭘 나눠 주고 싶어 하시는 마음이 늘 감사합니다. 각자의 일터에서 일을 하시다가 사무실에 개별적으로 일이 생기셔서 오실 때, 혹은 회사 근처를 지나가시면서 들르실 때, 어르신들 손에는 꼭 무언가가 들려 있습니다. “시장을 지나는데 맛있게 생겨서 먹으라고 샀어. 별거 아니야”. “일하면서 출출할 텐데 먹고들 해”라시며 별거 아니라는 듯 무심코 툭 말씀을 던지시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어르신들만의 고유한 정이 숨어 있습니다.
뭐 거하게 비싼 것들을 사 오시는 것은 아닙니다. 찐 옥수수를 가져오시기도 하고, 사과나 감 같은 제철과일을 가져오시기도 하고, 전병 과자 같은 옛날 과자를 사다 주시기도 합니다. 한 여름엔 콩국물을 직접 갈았다며 먹어보라고 들고 오시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동작구청에서 오전에 근무하시는 김복례 어르신께서 방금 직접 부치셨다면서 고구마 전을 가져오셨습니다. 정말 따끈따끈하니 우리 주신다고 부러 고구마 전을 부쳤을 모습을 생각하니 어르신들 마음이 우리들 엄마의 마음 같이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어르신들과 함께 일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소소한 행복을 느낄 기회가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르신들이 살아온 시절, 지금 보다 더 살기 어려운 시절에도 콩 한쪽도 나눠먹는 시절을 살아오셨으니 그 나눔의 정이 여전히 그분들의 삶 속에 뿌리 깊이 남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구나 싶습니다.
그 고마운 마음을 알지만 그래도 저희는 늘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그냥 몸만 가볍게 오시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어르신들 역시 늘 알았다고 하시곤 다음번엔 또 다른 간식거리를 들고 사무실 문을 여십니다. 어쩌면 그 마음을 그냥 받아들이면 어르신들 마음이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저 감사하게 맛나게 먹어드리는 것이 그분들이 가장 원하시는 것이 아닐까요.